무전유죄 유전무죄(無錢有罪 有錢無罪)

전혀 새롭지 않은 이야기

장사를 하면서 새로운

아니 전혀 새롭지않은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1980년 초에 청과도매시장에는

화주(貨主) 청과생산자

사장(社長) 도매업주

앞자리. 도매와 소매업자 간의 중간거래업자

상하차원(上下車員) 차에서

과일을 싣거나 내리는 요원

배달업자

대형소매업자

소형소매업자


이들 중에 상하차원들 중 대부분은

젊은 사람들이었지요.

놀라운 사실은 주민등록이 되지않거나

(그들이 하는 말이니

어디까지 믿을 수 있는지 잘 모릅니다.)

불우한 환경에서 자라나

가난하게 살아가는

젊은이들이 거의다 차지했습니다.


한 친구는 양쪽 팔에 길다랗게

흔적을 남긴 상처가 가득했지요.

저는 매우 궁금했어요.

"그 팔에 난 상처는 뭐야?

문신도 아닌 것 같은데."

그러자 이들은 솔직하게 대답했어요.

"이거요? 하도 답답해서

제가 면도날로 그었던 자국이에요."

"아니 멀쩡한 팔에 왜 면도날로 긋니?

아프고 피도 많이 흘렸을 것 같은데."

"형님 제가 별이 몇개인 줄 알아요?"

"별? 전과(前科)말이냐?

그것도 있어?"

"제가 별이 열한개밖에 없어요."

"아니? 한두개도 아니고

어떻게 열한개나!

너처럼 착한 얼굴을 지닌 아이에게

누가 별을 준거야?"

나는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매일 새벽에 시장으로 나와서

무거운 과일상자를 트럭에서 옮기고

다시 다른 트럭에 옮겨싣는 일을 하는

이 친구는 성실할 뿐 아니라 열심이었고

사장들에게 인정받고 칭찬을 듣고 있었습니다.


고가의 아파트와 리모델링 중인 아파트 Photo by R.G.Y

마침 점심식사를 마치고

졸음이 찾아오는 나른한 오후시간이었지요.

맹구(假名)는 이렇게 묻는 나를

도리어 "순진(純眞)하다"는 식으로 바라보며

말을 이어갔습니다.

"형님은 다리가 불편해서 이런 나를

잘 이해하지 못하지요?

별두세개 다는 것이 어렵지

그 다음은 참 쉬워요"

마치 세상을 달관(達觀)한듯이 나를 보며

자기스토리를 계속해서 풀어냈습니다.

"형님이 알다시피 저는 부모가 없잖아요?"

그 때 험상궂게 생긴 시커먼 얼굴을 한

젊은이가 뭐가 급한지 세차게 뛰어 가고

있었습니다.

"저기 뛰어가는 형과 단둘이 살고 있잖아요."

나는 진지하게 말을 이어가는 이 친구의

솔직함에 이미 빠져들고 있었습니다.

"어느날 물건을 하차하는데 시비가 붙었어요.

나는 아무런 잘못도 하지 않았는데

트럭기사가 나를 지목하면서

내가 과일상자를 빼돌렸다는 거에요.

그런데 어느 누구도

내말을 듣지않았어요.

증거도 없이 트럭기사의 말만 듣고

나는 첫번째 별을 달았어요.

얼마나 억울했는지 아세요?

그런데 내편이 되어줄 사람이 아무도

없었어요."

나는 이 친구의 말을 들으면서

기가 막혔습니다.

"어째 그런 일이....!!!"

내가 살아왔던 세상과 전혀 다른 세상이

맹구에게 펼쳐진 것 같았습니다.

내가 목발을 짚고 불편함을 겪고

여전히 막막한 미래를 앞두고 살아가는

그것도 쉽지않았지만,

맹구가 어린나이에 겪은 삶은

내가 걸어왔고. 걸어갈 과정 못지않게

거친 광야와 같다고 느꼈습니다.


"계속 해 볼까요?

첫번째 별을 달고 집(감빵)에서 나온 지

몇달 지나지 않았을 때였어요.

저어기 저곳에서

깡패들끼리 패싸움이 일어났어요.

나는 그저 구경하고 있었어요.

이때 싸이렌 소리와 함께

경찰(짭새)들이 달려왔어요.

순식간에 패싸움 하던 사람들이

흩어져버렸습니다.

나는 구경만했었기에

그 자리에서 벗어나야 할 이유가 없어서

그 자리에 머물러 있었지요.

그런데 경찰(짭새)들이

나를 경찰서로 데리고 가는 거에요.

'나는 구경만 했어요.'라고 항변했지만

아무도 들으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거짓말 하지마. 너도 한 패이잖아.'

그래서 두번째 별을 달았어요.

그 다음 별이 열개가 되는데에는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았어요.

형님 그말 알지요

無錢有罪 有錢無罪

나는 쓸 줄은 모르지만

그 뜻은 알아요.

내가 바로 여기에 해당되는 것 같아요."


맹구의 말이 사실일까?

실제로 검증할 수 있는 내용은

아니었지요.

어쨌든 그는 그렇게 말했으니까요.

마침 뉴스에 떠들썩하게 이슈가 되었던

살인사건(殺人事件)이 생각났습니다

1988년 지강헌(池康憲)사건이 떠올랐어요.


착해보였던 맹구의 이야기는

내 가슴에 깊은 울림을 주었습니다.

맹구의 이야기를

주관적인 말로 듣고 싶었지만

왠일인지 나에게는

객관적인 현상으로 들리고

지금도 그렇게 이해되는 까닭은

왜그럴까요?


정치현실이나 사회생활에서

억울한 사람이 없는 공정한 세상살이는

언제나 가능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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