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줄기 폭포되어

순식간에 일어나는 일

그제 저녁
아니 오후 6시이면
오후인가? 저녁인가?

퇴근을 하고 집으로 가다가
집에 전화를 했다.
"내 그리로 갈테니
그곳에서 잠시만 기다리세요."
이때 하늘에 검은 구름이
자리를 잡으며 빗방울이
하나둘씩 흐드러지고 있었다.
"네. 그러나 비가 내릴 것 같으니
우산을 가지고 오세요."

나는 가던 길을 멈추고
다시 되돌아가려고 방향을 전환했다.
이때 한두방울이던 빗줄기가
굵은 물줄기로 변해 후두둑~~
내리기 시작했다.

나는 인근 편의점의 햇빛 가림막에
몸을 두고 비를 잠시 피하려고 했다.

나의 어리석음이 발동했다.
빗줄기는 폭우(暴雨)가 되어
거세게 퍼부어 도로를 삼켰다.

"아!!! 어쩌나? 어찌 하지?"
이러던 중에 하늘은 뻥 뚤렸다.
이젠 바람이 거칠게 몰아친다.

가림막 아래 피해있던
나를 향해 빗줄기는 폭포(暴布)가 되어
나를 삼킬 듯이 달려들었다.

옷이 젖는 것은 잠간이면 충분했다.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리니까
별다방이 선명하게 보인다.

"이럴 줄 알았으면
진작에 별다방으로 피했을껄".

이미 내몸의 2/3은 젖었다.
지금 별다방으로 이동하다가
전체를 적시느냐
아니면 이곳에서 조금 늦게
온몸을 빗줄기에 내어놓느냐
그 차이에서 고민하고 있을 뿐이다.

순간 이런식으로
비가 사십주야로 내리면
어떻게 될까?
노아 당시 방주 바깥에 있던
사람들의 불안한 심정이
어떠했을까?
며칠 전 텍사스 과달루페 강 일대
폭우로 인해 1시간동안
강물이 8m이상 늘어나 쓰나미가 되어
110명의 목숨을 잃은 안타까운 사태가
눈 앞에 생생하게 펼쳐지는 듯했다.
"정말 순식간에 일어나는구나."

비 온 다음날 아침 Photo by R.G.Y.

몇분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몇십분이 지난 느낌이었다.

"아내가 언제 오시려나?"

캄캄해진 주변과
까만 하늘.
그리고 억수로 퍼붓는
빗줄기로
시야(視野)가 가리워져 한치 앞을
분간할 수 없었다.

마침 저만치서 비를 맞으며
우산을 들고 오는 아내가
어렴풋하게 보였다.

"아니 웬 비가 이리 내리나?"

나는 우산을 넘겨받았다.
그러나 이미 온몸의 3/4가 젖었다.
그래도 비바람 몰아치는 방향을 따라
우산을 들이대고 집으로 달려왔다.

물귀신.
그래 그 모습이 바로 나다.

고등학교 당시 교복을 입은 채로
우산도 채 쓰지 못하고
등교를 했던 그 머나먼 날 이후
이렇게 빗줄기로 샤워하긴
처음이었다.

그리고 오늘 아침.

하늘은 그 흔적을 깨끗이 씻어버리고
파아란 하늘을 능청스럽게
드러낸다.

그래 그게 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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