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여자! 여자...
그해 겨울엔 하얀 눈이
유난히도 많이 내렸습니다.
골목길에도 지붕 위에도
눈이 쌓였습니다.
눈은 멈출 줄을 몰랐습니다.
하늘을 쳐다보면
하얀 눈송이가 가득 채워져
눈을 뜰 수가 없었습니다.
거리거리마다 강아지들이 뛰어놀고
어린 아이들도 눈싸움을 했습니다.
목발을 짚은 나는
마치 어린 아기가 걸음마를 배우듯이
조심스럽게 한 걸음 한 걸음
하얀 눈 위에 나의 흔적을 남기려고 노력했습니다.
예수님이 태어난 성탄절이 가까웠나 봅니다
친구들은 포스터컬러 물감을 비롯해서 크리스마스 카드 키트를 가지고 열심히 성탄카드를 만들고 있었습니다.
나는 미술에 재주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단지 친구들이 카드를 만드는 일을
물끄러미 쳐다보는 일이
내가 할 일이었습니다.
드디어 크리스마스 이브가 되었습니다.
교회에서는 크리스마스 이브에
밤을 새서 는다고 합니다.
특히 크리스마스 카드를 주고받고
선물 교환을 하면서 말입니다.
돈도 없던 나는
그냥 빈손으로 교회에 갔습니다
그런데 한 여학생이
저에게 무엇인가를 내밀었습니다.
크리스마스 카드였습니다.
나에게 여학생이 크리스마스 카드를 선물하다니.
한 번도 상상해 본 적이 없는 일이었습니다. 목발해 주는 나를 위해서
크리스마스 카드를 직접 만들어서
나에게 주다니!
그것도예쁜 여학생이. 와우!!!
내 생애에서 나 아닌 누군가로부터
처음 받은 선물이 없습니다.
나는 그때 그 크리스마스를 잊을 수가 없습니다.
비록 영어 알파벳이조금 틀렸어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못했습니다.
사실 그게 무슨 문제일까요?
중요한 것은 카드보다
나를 위해서 밤새도록 카드를 만들고
크리스마스 이브날 나에게
그 카드를 전달해준 그 여학생의 마음이
그 어떤 것보다도 더 크고
웅장하게 다가왔다는 사실입니다.
한 번도 그려보지 못했던 그림을
처음으로 나의 인생의 빈 화폭에
끄적거려보았던 날이었습니다.
그날도 하얀 눈이 수북히 쌓였습니다.
내 인생도 하얀 도화지와 같았습니다.
그 도화지 위에 작은 그림이
그려지기 시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