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때문에 금식기도를...
입학식을 마치고 수업을 시작한 지
두어달 지났을 때였다.
"우리 기도원에 가자.
이박삼일 금식기도를 하면 어떨까?"
금식기도?
이 말을 듣는 순간부터
머리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아니 왜 금식기도를?
이거 이거
친구를 잘 못 사귀었구나.!"
사실 나는 위궤양(?)으로 의심되는
증세로 늘 힘들었었다.
나중에 알게된 일이지만
담석증(膽石症)으로 밝혀졌지만.
그러나 내의도와 무관하게
금식기도를 가자는 친구들의 의견은
속전속결(速戰速結)로 모아졌다.
어쩔 수 없었다.
"하긴 금식만 잘해도
위궤양이 낫는다고
누군가 말했는데... 해보면 알겠지."
장소는 철원(鐵原)에 있는 기도원으로
정해졌다.
며칠 후 친구들은 식당에 모여있었다.
"자! 내일부터 삼일동안 식사를 못하니까
오늘 저녁은 많이 먹어두자."
아니 이게 무슨 말인가?
본래 삼일을 금식하려면
삼일동안 준비해서
서서히 음식을 줄여가야 하는데
이 친구들은 금식(禁食)의 ABC도
모르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여튼 우리는 돼지고기볶음을 중심으로
뱃속에 기름기로 잔뜩 채웠다.
하루가 지났다.
우리는 시외버스를 타고 철원으로 향했다.
남자 넷. 여자 하나.
"도대체 기도제목이 무엇이 있길래
금식기도까지 해야할까?"
여전히 궁금증은 사라지지 않았다.
드디어 기도원에 도착했다.
이박삼일동안 식사를 하지 않는다!
굶는다고?
물은 마시겠지?
기도원 안으로 들어가서 우리는
작은 예배를 드리고 기도를 했다.
철원은 한탄강을 끼고 자리를 잡고 있었다.
기도원보다 한탄강 주변의 주상절리는
매우 환상적이었다.
Wow! Wow!
우리들 입술에서 탄성이 나왔다.
그리고 하루가 지났다.
아침이 되어 햇살이 한탄강에 쏟아지면서
은빛은 강물에 반사되어
우리는 차마 눈을 열 수 없었다.
바로 이때.
나는 떼굴떼굴 구르기 시작했다.
"아이고 배아파. 배가 아파.
위가 뚫렸나봐 아이고...."
덩치도 산만한 것이 기도원 숙소에서
배를 두손으로 움켜잡고 고통스러워 하니
함께 간 친구들이 어쩔 줄 몰라했다.
"아니 어떻게 하지 어쩌나?"
나는 근심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나는 금식을 중단해야 할 것 같아.
위가 약해서 금식을 할 수 있나 걱정했는데
역시 나에게 금식은 어울리지 않네요."
상황이 심각해졌다.
금식기도를 하기 위해서 기도원에
함께 왔는데, 멤버 중 하나가 탈이 났으니.
나는 하는수없이 밥을 먹기로 하고
친구들은 회의에 돌입했다.
삼십분간 회의 끝에 결론이 모아졌다.
"혼자 밥을 먹기 뭐하니까
우리 셋이 밥을 먹고
한사람이 대표로 금식기도를 하기로 했어."
나는 이런 결론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나를 위해서 밥을 같이 먹겠다고.
금식기도만 혼자 한다고?
이게 뭐야? 솔직히 이들도 금식을
포기한 것 아닌가? 나때문에.
밥을 먹겠다고,"
어쨌든 금식기도는 중단했다.
사흘째되던 날 기도원에서 내려오면서
우리들 얼굴에는 빛이 났고
웃음꽃이 만발했다.
내 머리 속에는 한탄강 절경만이
남아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