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 가면 좋겠어요

헬라어에 흥미가 고조되다

신학공부는 나에게

공부에 대한 열정을 고조시켰다.


사실 나는 공부를 좋아하지 않는다.

특히 암기공부는 딱 싫다.

오죽하면 상고를 다닐 때

"상업대요(商業代要)"과목이

"가"를 받을 정도였다.

이 과목은 처음부터 끝까지

암기하는 것으로 가득했다.


결국 나는 내 인생에서 있을 수 없는

최악의 점수를 받았다.

비록 이 점수를 받고도

70명 중 4등을 했으니

만약 "수"를 받았다면

몇등을 했을까?


게다가 진학에 관심이 있던 나에게

상업관련 과목은 흥미를 반감시켰고

전반적으로 공부에 대한 관심이

떨어진 상태였다.

"이 공부를 한다고 나의 진로에

무슨 도움이 될까?"


그러던 나에게 신학공부

특히 "신에 대한 질문"을 하는 과목들은

공부에 대하여 적극적인 태도를

내 안에 만들어가기 시작했다.


헬라어 알파벳

신약성서(新約聖書)는 헬라어(Greek)로

기록된 책이다.

그래서 헬라어 시간은 매우 중요했다.

나는 헬라어 수업에서

만점에 가까운 성적을 얻었다.

재미있었으니까.


이때 헬라어를 가르치는 교수님

-이분은 나이 사십에 토플만점을 받고

미국으로 유학을 가서 가장 빠른 시간 내에

박사학위를 취득한 분이다-은

나를 매우 좋게 바라보시고 인정해주셨다.

"이군(君)은 미국으로 유학을 가면

좋겠어요. 한번 진지하게 생각해봐요."


나를 인정해주는 첫번째 사람이었다.

나는 기분이 좋았다.

그러나 나자신과 가정형편을

깊게 돌아보았다.


유학(遊學).

특히 미국으로의 유학은 비용이 많이든다.

우리 집은 그럴 형편을 갖추지못했다.

또한 나의 영어실력은

유학공부를 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더욱 결정적인 부분은

신학을 심도있게 공부할 수 있을 정도로

인문학적 소양이 매우 부족했다.

신학공부를 하고,

특히 유럽계통의 신학원서를 읽다보면

신학자들의 소양은

"신학+철학+역사학+미학 등"을 마스터한

분들로 보였다.

"내가 과연 이분들의 저서와 학문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을까?"


교수님의 권유를 받고서

잠시 유학에 대한 꿈을 꾸기도 했지만

그저 일장춘몽(一掌春夢)에 불과했다.


나는 유학에 대한 꿈은 간직하고

나의 주제와 현실을 올바르게 파악한 상태에서

신학공부에 최선을 다하기로 다짐했다.


"만약 유학을 가게된다면

학비가 들지 않는 독일로 가야겠다."

이런 생각으로 나자신을 채찍질하기로 했다.


중요한 사실은

내 인생에서 "유학"은

지금까지도 존재하지 않았다.


꿈은 단지 꿈으로 남겨졌다.

그래도 "유학을 갔으면.."이라는

권면을 받은 것만으로도

나는 크게 인정받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 권면은

나의 인생에서 큰 전환점이 되었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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