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거운 짐을 지게 된 엄마
아빠가 떠나자 우리 세 딸은 무엇을 해야 할 지 몰랐어요.
아니 아무 것도 할 수 없었어요.
학교 다니는 일이 우리에게 전부였지요.
며칠도 안되어 학교공부도, 친구와 함께 지내는 일도 쉽지 않았어요.
친구들이 가끔 말하지요.
"우리 아빠는 얼굴 보기도 힘들어.."
"우리 아빠는 용돈도 안주고, 매일 신경질만 내!"
"우리 아빠는 나에게 혼만 내고, 나에게 관심도 없어!"
이런 이야기를 듣게 될 때마다 너무 속상했어요.
'그래 너희들은 그런 아빠라도 계시잖아...;'
그래서 아빠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하면 나는 슬며시 자리를 뜨곤 했지요.
아빠가 없는 집. 그 집에 들어가기가 너무 싫었어요.
아니 무서웠어요. 누군가 우리 집에 쳐들어 올 것같은 공포라고 할까?
'누기 우리를 지켜주지?'
나만 그런 것은 아니었어요
언니와 동생도 같은 마음이었을거에요.
잘 아시잖아요.
아빠가 떠났을 때, 막 사춘기가 시작되는 초딩5학년이었거든요.
언니는 중학생 시절을 시작하던 때였지요.
언니는 멋을 부리면서 남친을 사귈까말까 했었구요.
동생은 영어공부를 시작하면서 '나는 외국에 가서 살고 싶어'라고 꿈도 만들었었지요.
이러한 모든 일들이....비누방울이 팍하고 터지면서 공중에서 사라지듯이 ....
더더욱 힘들어했던 사람은 누구일까요?
그래요. 엄마이지요.
아빠와 결혼을 하고 한번도 직장생활을 한 적이 없었던 엄마.
아빠만 바라보며 행복을 즐겨왔던 엄마.
하루 아침에 우리 셋의 부양을 책임져야 하는 무거운 짐을 지게되었지요.
아빠가 떠난 뒤, 일주일 동안은 빌라 계단에 멍하지 앉은 채 빈 하늘만 바라보는 일상이 반복되었어요.
내가 학교에서 돌아오는 시간이 되면 어김없이 계단에 앉아계셨어요.
가끔 삼촌이나 작은 아빠가 오시기는 하지만, 엄마의 모습은 달라지지 않았어요.
"예지야...우리 어떻게 살아가니? 무엇을 해야하지?"
시간이 지났을 때, 엄마는 근처식당에서 설겆이하는 일을 시작했어요.
자연스럽게 식당에서 제공하는 약간의 반찬을 가지고 와서 우리는 한 끼 한끼를 이어나갔어요.
그렇게 일을 하게 된 것도 오래 가지 못했어요.
엄마는 종종 누워계셨지요.
"너무 무리를 했나봐......그래도 이렇게 쉬면 안되는데...."
그리곤 또 아픈 몸을 이끌고 일을 하러 나가셨지요.
우리 셋은 그러한 엄마를 보면서 살아가고 있었어요.
아빠가 우리 곁을 떠난 지 8,9개월 정도 되던 어느 날이었어요.
저녁시간이었지요.
엄마는 어두운 표정으로 우리에게 부슨 말을 하려고 했어요.
"얘들아..엄마가...이렇게 혼자 살기가 참 어렵구나..
아빠 빈 자리나 너무 커....그래서..."
우리는 엄마가 무슨 말씀을 하실까 귀를 쫑긋 세웠지요.
"엄마 무슨 말이야...":
엄마는...한참 있다가...말을 이어갔습니다.
"빈 자리가 너무 커서.. 너희를 공부시키는 일도 쉽지 않고...
그래서...아냐..다음에 말할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