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타인생(代打人生)을 살다

임시방편, 대타로 지휘하다

교회에서 중등부 교사를 할 때이다.

중등부에는 찬양대(讚揚隊)가 있었다.

중학생들의 특징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일단 사춘기(思春期)에

변성기(變聲期)를 지나는 시기이다.

이들을 데리고 그의 음악을

사부합창(四部合昌.Choir)으로

조화롭게 이끄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교회 중등부에는 성악을 전공한 지휘자가

중등부 찬양대를 이끌고 있었다.

그런데 1년에 대여섯번 지휘자는

바쁜 일정으로 인해

중등부 예배를 빠지곤 했다.


그때 즈음이면

주일아침 7시30분즈음

우리집 전화벨이 울리곤 했다.

"미안한데 중등부 찬양대 지휘를 부탁해요."


나는 그 때마다 당혹스러웠지만

기꺼이 찬양대 지휘를 맡곤 했다.

중요한 사실은

"도대체 어떤 곡(曲)인지

그 곡에 대한 악보는 어떠한 지에 대해

어떤 정보(information)도"

나는 받지 못했다.


교회에 가서 아이들에게

내가 지휘를 하게된

전후사정(前後事情)을

학생들에게 설명을 해주고

(사실 나중에는 설명이 없어도

학생들은 다 이해하고 넘어갔지만)

학생들이 건네준 악보를 가지고

지휘를 하곤 했다.


이런 일이 사오년간 지속되었다.

나는 곰곰히 생각해보았다.

"나는 대타(代打)구나.

대타란 궁지(窮地)에 몰렸을 때

그 상황을 벗어나게 해 주는 역할을

잘 수행하는 존재야."


그래도 음악이나 지휘를 전공하지 않은

나에게 게다가 목발을 짚고 있는

나에게 대타 지휘를 부탁했으니

감사한 일이 아닌가?


가끔 대타인생(代打人生)의 정체성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을 했었다.

"아마추어인 내가

늘 대타로 지내도 좋은가?"


그러다가 불현듯

"대속제물(代贖祭物)되신 예수님"이

떠올랐다.

나의 죄(罪,sins)를 위하여

나대신 십자가의 죽음을 겪으신

예수 그리스도.


자녀를 낳은 친부모를 대신해서

어린 자녀를 기르고 가르치는

보육교사 (保育敎師)의 역할,

나이많은 그리고 치매(dementia)어르신을

자녀대신 돌보시는 노인요양보호사의 역할

발달장애인을 보호자 대신 돕는

활동보조사의 역할.

이외에도 수많은 역할들이

내가 해야할 일을 대신하고 있지않은가?


이정도 지휘자 역할을 대신하는 것 쯤이야.


그러던 어느날.

고등부에서 찬양대 지휘를

맡아달라는 부탁을 공식으로 제의받았다.


이제부터 대타가 아니라

공식적인 지휘자이다.

게다가 목발을 짚고 지휘하는

지휘자(Conductor).


상상해보라.

이제부터 나는

고등부 지휘자로 교회를 다닌다.

비록 무보수(無報酬)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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