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가 너무 없었어
아무도 모르게
학력고사를 준비했다.
낮에는 신학교를 다니고
일부 수업은 포기하고
동대문시립도서관에서 지냈다.
토요일/주일에는 새롭게 맡게된
고등부 찬양대 지휘를 위해
연습도 시키고
주일예배에는 지휘도 했다.
한달에 한번 성인주일저녁예배에
고등부 찬양대가 찬양을 담당했기에
이 일도 성실하게 수행했어야 했다.
밤에는 졸음을 참아가면서
쥐도 새도 모르게 입시준비를 했다.
학력고사 시험보는 날
나는 조용히 빠져나와
시험장으로 나아갔다.
생소한 과목과 늦다고 여겨진 나이
그리고 미흡한 준비.
그래도 나는 학력고사 준비과정이
나의 상식이나 학업습관을 증진시키는데
매우 큰 일조를 했다고 보았다.
특히 사회문화, 인문/국토지리,
화학과 지구과학 그리고 윤리과목은
내가 만나고 있는 고등학생들이
학교에서 무엇을 배우고 있는지를
깨닫게되는 소중한 기회였다.
가끔 공부를 하는 도중
교과서에서 새롭게 깨달은 내용을
고등학교 학생들과 대화도중에
언급을 하면 학생들이 화들짝 놀라는
표정을 만날 수 있었다.
"와우 쌤.. 쌤..
어떻게 그것을 알아요?
우리 지금 배우고 있는 내용인데..."
나는 학생들의 반응을 보면서
학력고사 준비 중인 사실이 탄로날까봐
순간 움찔 하기도 했지만,
그들과 공감대를 확장할 수 있어서
너무 기분이 좋았던 날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그래서 더욱 즐겁게 준비했던 것 같았다.
"나중에 자녀를 선물로 받으면
그들이 공부하는 교재도 함께 살펴봐야지."
시간이 흘러 결과가 나왔다.
"준비한 것보다는
점수가 낮은 것은 아니구만.
내년에는 본격적으로 해도 되겠어."
나는 희망을 보았다.
10년전 예비고사를 치루었을 때보다
더 즐겁고 신나게 준비할 수 있을
큰 희망을 보았다.
나는 소위 "대성대학(大成大學)"이라고
불리어지는 노량진에 있는
"대성학원(大成學院)"에 서류를
제출했다.
세상에 학원을 다니려면
시험을 보아야 하는구나.
그렇지만 자신감을 갖고
나는 지하철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