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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에 쥐가 났어요

영국인 수사(修士,priest)를 만나서

독문학과를 지원한 친구 K.J.J.이

나에게 제안을 했다.

"영어회화(English Conversation)

배우지 않을래?

원어민(native English speaker)으로부터

배우는거야."

나에게서 호기심이 발동했다.

"몇명이 함께 배우는데, 비용은?"

"일주일에 한번. 한달에 만원"

"아니 왜 그렇게 비용이 저렴하니?"

"영국인 수사(修士)이신데

영리목적이 아니라

영어회화로. 선교를 하시려는거야."

나는 기꺼이 동의를 하고 함께 하기로 했다.

"공부하는 곳은 신촌에 있는 가정집이야.

다음주 목요일부터 참석하도록 해."


나는 두려움 반, 기대감 반으로

영어회화를 배우기로 했다.


사실 과거에 소위 LP판으로

때로는 녹음테이프를 통해

영어회화를. 배우려고 노력한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이뿐 아니라

AFKN방송을 틀어놓고 시청하면서

영어회화를 공부하려고 했던

그런 때도 있었다.

그러한 결과,

번번히 실패라는 언덕에

던져진 경험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이제 사람을 만나서

대화를 나누는 기회이니까

열심히 노력해봐야겠다."


나는 버스를 두번 갈아타서

가르쳐준 장소로 찾아갔다.


하얀 슬라브로 된 양옥집이었다.

친구는 문앞에서 나를 마중했다.

방으로 들어가니

이미 네다섯명이 원형으로 둘러앉아있고

가운데 영국인 수사가 일어서서

나를 포옹하며 반갑게 맞이했다.


곧이어 수업인지 대화인지

구분이 안되는 상태에서

영어대화가 오가기 시작했다.

"Nice to meet you. I'm Mr. Rhee.

I came to learn English conversation here."

나도 짧은 영어로 나의 소개를 하면서

선생님이 간단한 문장으로 질문할 때

정해진 순서도 없이

자기생각을 영어로 대답하고

또 질문하는 방식으로 시간이 흘러갔다.


1시간 30분.

정신없이 빠르게 시간이 흘러

"See you next week!!"하면서

수업이 끝났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오늘 분위기를 익혔으니까

다음 주에는 준비를 잘 해야겠다."


문제는 이렇게 한 달을 보냈다.

이상한 증세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수업을 마치게 되면

그 시각부터 이유를 알 수 없는 두통이

나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아!!!? 왜 이럴까?"


이유는 단순했다.

먼저 해야할 말을 영작해야 하고

당일 오고가는 대화를 알아들어야 하며

내가 준비한 문장을 시의적절하게

표현해야 했다.

이 세가지 작업이 쉽지 않았다.


나의 두뇌(頭腦)를 English-mode로

전환시킨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매번 두통으로 인해

고통을 겪어야 했다.


네달즈음 지났을 때

나는 수사에게 여쭈었다.

"우리가 공부를두시부터 시작하는데

선생님은 1시즈음 무엇을 하고 계십니까?

혹 제가 1시즘 미리 와서 선생님과

대화할 시간을 가져도 될까요?

(We start studying

at two o'clock.

What are you doing

around one o'clock?

Or may I come by

one o'clock in advance

and have some time to talk to you?")"


선생님은 좋다고 하셨다.

그날 이후로 나는 12시 4-50분경

미리 찾아가서 선생님과

일대일 대화시간을 갖기 시작했다.

물론 약간의 간식과 선물을 들고

찾아가는 것은 상식이겠지.

이런 시간을 가지면서 외국인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는 어느 정도

상쇄시킬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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