엮였나? 선택했나?
학력고사 결과가 나왔다.
작년보다 훨씬 높은 점수를
받았다.
기대이상이었다.
찗은 기간이라도 학원을 다닌 것이
도움이 되었을까?
아니면 마지막 3개월의 집중이
효과가 있었을까?
하여튼 나에게 행복한 고민이 시작되었다.
나는 집에서 가까운 대학
(이 기준은
중고등학교 정할 때에도 동일했다)
S University 독문학과로
잠정적(暫定的)으로 정했다.
학교에 가서 입학원서를 구입하고
같은 대학 철학과 1학년에 재학중인
친구 J.K.H.가 자취하는 집으로
찾아갔다.
이 친구는 신학교를 중도에 그만두고
나보다 먼저 대학으로 진로를 정했다.
같은 신학교 동기 중 한명도
나와 같이 신학교를 졸업하고
뒤늦게 대학으로 방향을 정하고
그도 K대학 독문학과로 원서를 접수했다.
마침 J.K.H. 가 거주하는 집에는
함께 공부하는 K군이
동거(同居)하고 있었다.
두사람은 철학과에 다니면서
철학과에 대한 자부심(自負心)이 대단했다.
그들은 나에게 독문학과에 지원하는
이유를 물었다.
"나는 독일에서
신학을 전공하기 위해서
독문학과를 지원하려고 해."
그러자 내 말을 들은 두사람은
"철학과에 들어와도
독일어는 할 수 있어.
자네처럼 언어에 재능이 있다면
두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을꺼야."
나를 설득하려는 작업은
서너시간 지속되었다.
끝내 나는 입학원서에서
철학과로 기입하고 진로를 바꾸었다.
인생의 진로가 순간 달라졌다.
나는 이들에게 엮었는지
아니면 내가 나의 진로를 선택했는지
애매한 듯 보였지만
훗날 내 인생이 또한번의
전환점을 맞이하는 것을 보면
이러한 변화는 의미있는 결단으로
이어진 것이 분명하다.
이제 29살 대학생이 되느냐
아니냐만 기다릴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