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다시 시작하는거야

3개월간의 선택과 집중

5월 ~ 7월 3개월 동안

나는 하얀 백지처럼 살았다.

아무 것도 그려지지 않은

아니 그리고 싶지않은 상태로.


28살의 여름은 그렇게 흘러갔다.

여름 수련회도 다녀오고

매주 찬양대 지휘도 하였지만

"무엇을 하고 지내니?

무엇을 하려고 하는가?"라는

질문이 나에게 던져지는 것이

제일 두려웠다.


이것도 저것도 아닌

그야말로 중간상태란

무의미한 형태의 삶이

고여있는 물처럼 정지되어 있었다.

이와같이 하늘도 늘 그 자리에 있었다.


8월 초.

"이제 멈춤 사인이 바뀌고 있어.

일단 시작했으니

설령 중갸에 멈추었다해도

다시 출발해보자."


다시 야행공부(夜行工夫)는 시작되었다.

이종환의 "밤의 디스크쇼"를 들으면서

나는 집중에 집중을 더했다.

아침 7시가 되면 밥을 먹고

잠자리에 들었다.


포기할 것은 포기하고

선택한 것은 100%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자.


작년과 다를 것은 없었다.

다만 대성학원에서 선택과 집중에

필요한 노우하우(Know-How)를

깨닫게 된 것은 큰 수확이었다.


11월은 빠르게 다가왔다.

나는 작년과 마찬가지로

홀로 시험장으로 나아갔다.


성산일출봉을 찍다 photo by K.S.H.

1교시 국어와 국민윤리 과목을 치루었다.


"손을 머리 위에 올리세요."

시험감독관의 지시가 1교시 종료를

가리켰다.

"아... 어떻게 하지..

OMR Card에 marking을 잘못했어

한칸씩 내려서 했어!"

앞자리에 앉은 학생의 비명소리가

귓전을 때린다.

"또 재수해야 하나?

부모님께 뭐라고 말하지?"

1년간 최선을 다했는데

단한번의 실수로 또 1년을

기다려야 한다니.

차라리 일년에 세번의 기회를 주어

최고성적으로 결정하는 것이 어떨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나는 학력고사 재수생의 소임을

다 완수했다.

만족할 수 없지만

서른이 다되어 다시 도전할 수

있다는 사실에 큰 위로를 받으며.


성적이 몇점이 나왔을까?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단지 독일로 유학을 가기 위해서

독문학과(獨文學科)를 지원할 정도라면

수용하겠다는 마음을 굳혔다.


육개월 공부해서 대학을 간다?


어쨌든 다시 시작한 공부

삼개월의 빈 시간이 있었지만

공백을 너머 다시 도전할 수 있다는

그 사실만으로도 나는

느낌이 좋았다.


드디어 점수가 나에게 도착했다.

예정대로 독문학과(獨文學科) 원서를

작성하려고 준비를 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