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합이 될까?

여의도에서 자체 운동회를

나는 학원을 그만두었다,

내 실력은, 점수는 향상되지 않고

제자리에 머물러 있었다.

"계속 한다고 해서 작년보다 나아질까?"

갑자기 나자신에 대한 신뢰가

서서히 무너지고 있었다.


"형님 학원을 그만두어도

여의도에서 하는 단합대회에 오시면

좋겠습니다."

"내가 목발을 짚었는데

운동회에 간다고 해도 할 일도 없고

또 일요일이라 교회를 가야해서.

하여튼 생각을 해볼께요."

이렇게 말을 했지만 다른 이유도 있었다.


대성학원 엘리트 반은 한반에100명이다.

학생들은 밤10시까지 대화도 없이

조용히 공부에만 매진한다.

각자 더 높은 곳을 향한 꿈도 있고

그 꿈을 이룰 수 있는 능력도 있으니까.


어떻게 보면

매우 이기적인 자아를 가진 친구들이고

학원이라는 것이 강제성(强制性)도 없으니

과연 피같은 하루를 내서

게다가 비용(費用)도 각자 자부담해서

단합대회를 한다는데

몇명이나 참석하게 될까?


약간 회의적인 면도 부인할 수 없었기에.


5월 5일

로마 교황(敎皇)이 한국을 방문한다고

세상을 들뜨게 하고

전두환 정권은 강력한 통치를 전개한다고

반면에 민주화운동이 불붙어서

전국으로 확산되려는 시기에

나는 일요일 오후 예배가 끝나고

비록 저녁예배가 남아있기는 했지만

여의도로 발걸음을 옮겼다.


사실 대성학원을 다니는 학생들이

지금 568세대로 현정권 실세와 연결되어 있다.

혹 이들 중에 현정부에서

아니 사회 각처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친구들도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벌써 이들이 환갑을 맞이했을터이니까.



여의도로 향한 시각은

봄에서 여름으로 건너가면서

여의도에는 화사한 꽃들이 자기 얼굴을

태양 아래 드러내며 경쟁하던 때였다.

바로 그때 목발을 짚고 어그적어그적

기어가는 나를 보고 뛰어오는

한친구가 보였다.


"형님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고대를 중퇴한 반장(班長)이었다.

"몇명이나 참석을?"

"두명빼고 다 참석했어요. 대단해요.

다들 즐겁게 놀고 있는데

이제 마지막 정리를 하기 직전입니다."


내가 가까이 다가가자

마치 군사들이 도열하듯이 학생들이

나를 향해서 머리를 꾸벅 숙이면서

"안녕하세요! 잘 오셨습니다."하고

인사를 한다.


사실 대부분은 말 한마디 건넨 적도 없이

대면대면 보여왔던 친구들이었다.

"아니 거의 99%가 참석했네요."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이어서

1초도 아까워서 옆사람과 대화조차도

하지않던 친구들이

여의도에 다 모여있다니.

사실 참석을 하지않아도

누가 뭐라고 할 사람도 없는데...


운동회가 끝나자

98명을 수용한 식당이 없어서

두세그룹으로 나누어 자기가 원하는 식당으로

흩어져 갔다.

나도 한그룹과 함께 중식당(中食堂)으로

같이 갔다.


"이 친구들 단합하는 능력이 무섭구나.

엘리트 반이 아닌 친구들은

2~30%만이 운동회에 참석하고

그것도 반나절정도 하다가 흩어졌다는데"


집으로 돌아오는 중에

나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이들에게 좋은 결과가 있기를..."


후에 들은 이야기인데

고려대를 중퇴한 반장은

서울대 정치외교학과에 입학했다고

삼수했던 한 친구는 서울대를 가지 못하고

입대(入隊)했다고 들었다.

그가 휴가를 나왔을 때 잠간 만났는데

"형님 저 서울에 있는 곳에

자대(自隊)배치 되었습니다."하면서

환하게 웃던 표정이 생각이 난다.


이후로 약삼개월동안

입시공부를 손에서 멀리한 채

마치 비에 젖어 축쳐진 빨래처럼

나는 허송세월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던 중 8월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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