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또한 같은 부류겠지?
나는 두 갈래 길에서
하나를 선택해야 했다.
학교를 졸업하고 신대원(神大硏)을 가는 것보다
학교를 휴학하고 목연(牧硏)을 가야지.
나는 중간고사를 마치자마자
목연과정에 입학하기 위하여
다시 신학교재를 꺼냈다.
책꽂이에 꽂혀있던 먼지가 쌓인 책들 중에서
약3년간 손을 대지 않았던 책을
몇권 골라서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그리고 몇몇 친구에게 전화를 했다.
"혹시 3년전 시험볼 때 참고했던 자료를
빌려 줄 수 있겠나?"
이 때 들려온 대답은 황당했다.
"자네가 나보다 더 공부 잘 하잖아."
아니 이게 무슨 말인가?
그들은 이미 목연과정을 졸업하고
목사고시를 준비하고 있을텐데...
이미 사용연한이 지난 자료를 빌려달라고 했을 뿐인데
되돌아 온 대답은 애매했다.
나는 목연시험준비와 복학 후 장학금을 받기 위한
기말고사를 위하여 동시에 준비해야 했다.
내가 언제부터 멀티테이커(MultiTaker)가 되었나?
시간이 흘러가는 줄도 모르고
바쁘게 움직여야 했다.
교회 고등부 전도사로서 매주 설교준비를 하고
교사교육을 위한 성서연구도 준배해야 하는데
집으로 돌아가면 이중 수험생이 되어 있었다.
"인생에서 시험(試驗)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가?"
갑자기 주기도문의 한 구절이 떠올랐다.
"시험에 들지 않게 하시고."
두 개의 시험을 눈 앞에 둔 나에게
이 구절은 또다른 의미를 생각하게 만들었다.
"시험(test)이 시험(temptation)이 되지 않게 하려면?"
이 순간, "철학을 공부하기 잘 했네..
이런 질문을 내가 할 수 있게 되다니."
나는 위의 질문에 대한 그럴듯한 해결책을
손에 쥘 수 있었다.
"그래 목표가 분명하다면,
그리고 새로운 의미를 가지고 즐길 수 있다면.."
나에게 자료를 건네 주지 않았던 사람들을 생각하면서
"그래 본래 경쟁상대도 아니었는데
아니 경쟁할 이유도 없는데
나에게 버려야 하는 자료 조차 빌려 줄 수 없다면.."
한편으로는 "사람이 본래 그렇지?
사람은 다 그런거야...스스로 경쟁사회에 빠져들고 있지."
라고 자위하고 있었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중
"나는 저들과 다른 부류의 사람인가?"라고
자문(自問)을 했다.
나또한 저들과 다르지 않은 그런 사람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고 말았다.
"그래. 이해관계(利害關係) 앞에서
누구나 사람들은 그럴 수 있어."
차근차근...시간을 쪼개가면서 준비하기 시작했다.
마치 장학금을 받기 위해서
사전에 철저하게 준비했던 것 처럼...
주어진 2개월은 빠르게 흘러갔고
벅차게 느껴지던 시험준비도
나 혼자 "나 자신"에 대해 놀랄 정도로
효과적으로 준비를 하고 있었다.
기말고사를 치루고, 나는 목연 시험을 치루었다.
성경구절 50개 외우기.
주어진 성경구절은 1000개가 넘었다.
나는 시간도 없었고 암기능력에 대한 나 자신을
신뢰하지 않았기에 효율적인 공략을 해야 했다.
1,000개 중에 지난 3년동안 출제 된 것은
정리를 하고 거꾸로 반복해서 출제된 것은
선택해서 분류하고, 지난 10년간 반복해서
풀제된 빈도수가 높은 것을 선별했다.
그래서 약 75개 정도의 성경구절을 모았다.
결과는 놀라웠다.
75개 중에서 49개가 출제된 것이다
나는 1년간 목연과정이지만,
실질적인 신학대학원 과정에서 공부할 준비를
마쳤다.
합격자 발표만 나면, 나는 휴학과 등록을
동시에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