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중이 줄었어요
언제부터인가 입맛이 줄어들었다.
아니 밥맛이 없다고 할까?
의사로부터 충격적인 말을 들었다.
"다음부터는 4개월 지나서 오세요.
그리고 식전에
꼭 당(糖)을 체크하세요.
그래서 150이 넘으면
지체없이 병원으로 달려오셔야 합니다."
"아니 왜요?"
" 당화혈색소가 7.4가 되었습니다.
너무 높아요."
병원에서 집을 오는 발걸음이
너무 무거웠다.
퇴직하기 전에 이러지 않았는데.
7년 반 동안 오피스텔에서
혼자 생활할 때도
나는 혈당을 조절하느라고
최선을 다했다.
언제나 6.4, 6.6을 하고 갔었다.
그런데 퇴직하고 나서
8개월 만에 체크한 결과가. 7.4라니
가히 충격적이었다.
" 이것은 전적으로 집사람 탓이야.
집사람이 전해주는 과일만 먹지 않았어도
내혈당(血糖)이 이 정도는 아니었을 텐데"
나는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아내를 향해서 한마디 했다.
"여보 의사가 7.4래요.
매일 아침 체크해서
150이 넘으면 당장 병원으로 오라고 해요.
앞으로 먹는 것은
내 자신이 나를 관리할 테니까
나한테 뭐라고 말하지 마 알겠지요?"
나는 차분한 목소리로
억양에 힘을 줘 강하게 말했다.
" 왜 탓이라고? 알았어요?
당시 알아서 해요.
무엇인지 다 내 탓이라 그래."
아내의 퉁명스러운 목소리가
내 귀에 거슬렸다.
그래도 나는 참았다.
" 앞으로 내가 잘하면 돼."
그날 이후로 나는 일주일에
한 번씩 식전 당(食前 糖)을 체크했다.
나는 아침 식사를 바꿨다.
'양배추 3조각 그리고 당근 하나
마지막으로 오이 반쪽'
모두 다 잘근잘근 씹어야만
먹을 수 있는 음식이었다.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 이것으로 아침 식사가 될까?"
내가 걱정하는 사이에
아내도 한마디 거든다.
"그것으로 아침 식사가 돼요.?"
" 글쎄요 한번 해봐야지요,"
그래,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점심이 되어도
전혀 배가 고프지 않은 것이다.
먹는 음식이 모두
식이섬유(食餌纖維) 종류에 해당되니
소화가 잘 안되고
포만감(飽滿感)을 유지하게 되니
점심시간이 될 때까지 배가 고프지 않았다.
사실 우리는 음식 먹는 시간은 기껏해야
5분에서 10분 사이다.
그 이유는 우리들이 씹지 않고
그냥 삼키는 버릇에 익숙했기 때문이다.
나도 그랬다.
그래서 가끔 직원들의점심시간이
1시간이라고 하는 것에 대해서
의아하게 생각했다.
그 이유는 대부분이 10분 내에
점심식사를 다 마쳤기 때문이다.
" 점심시간 10분이면 되지 않아요."
직원들은 10분 내에 점심을 먹고
50분 동안은 산책을 했다..
" 아, 그래서 점심시간이 1시간이구나!"
나의 아침은 양배추 당근 오이를 먹는데,
꼭꼭 씹어서 삼켜야만 했다.
그러다 보니까 별거 아닌 거 같은데
식사시간이 30분이나 되었다.
일주일 지나서 나는 혈당을 체크했다
첫날에는 132,
둘째 날에는 142
셋째 날에는 148
넷째날에 드디어 151이 나왔다.
"병원으로 달려가야 하나?
며칠 지나봐야 하나?"
나는 고민 끝에 며칠 더 체크해 보기로 했다.
다행스럽게도 2주가 지나자
130으로 떨어지더니
일주일 지나가니 120으로 떨어졌다.
"다행이구나!!!!"
그런데 이상증세(異狀症勢)가 나타났다.
삼주간이 지났을 때
나의 식사량(食事量)이 현격하게
줄어들고 있었다.
전에도 체중감량(體重減量)으로 인해
소식(小食)을 지향했는데.
이는 나의 의지(意志)로 감행했다면
지금은 너무나 자연스럽게 식사량이
줄어들다 못해 소식조차 유지를
할 수 없었다.
"왜 이리 밥맛이 없지? 왜 그러지?"
나는 곰곰히 생각했다
여러가지 가정(假定)을 추정해보았다.
1.소식을 하다보니 위(胃)가 줄었다.
2.아내의 음식이 맛이 없다.
(참고로 이는 옳지 않다.
식당에서 구매한 음식의 맛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3.약35년간 사회복지시설에서 먹었던
저염식(低鹽式)에 익숙해져서
식사양이 줄어든 것이다.
4. 노화(老化)에 따라 식사양이 줄었다.
5.유전(遺傳) 즉 DNA의 결과이다.
아버지가 소식을 했으니 나도 그렇다.
나는 고민끝에 3번을 주된 이유로 선택했다.
하여튼 4개월간 치열하게 식사조절을 해서
혈당관리에 들어갔다.
4개월 후.
나는 병원에 갔다.
의사는 환한 미소로 나를 바라보며
"6.2가 되니 다음에 6개월 뒤에 오세요.'
"WOW!!!!나는 쾌재를 불렀다."
내가 선택한 방식으로
당화혈색소가 1.2나 떨어지다니.
나는 입맛을 잃고 밥맛을 잃었어도
늘 하던 방식을 지속했다.
"갈수록 더 먹을 수 없네.
그래서 혈당만 관리된다면야!!!!"
6개월 뒤.
그러니까 의사가 체크하라고 부탁한 지
십개월이 지났을 때
나는 다시 병원을 찾았다.
"지난 번 처럼 유지가 잘 되었을까?'
사뭇 두근거리는 심장을 부여잡고
의사 앞으로 다가갔다.
마치 시험을 치루고 성적표를 받는
심정으로 나아갔다.
"오늘은 perfect 합니다.
당화혈색소(糖化血色素)가
6.0이 나왔습니다.
혈압도 아주 좋구요.
앞으로 이렇게 계속 관리해주세요."
나는 기분이 너무 좋았다.
"그렇습니까? 다행이군요."
나는 마치 덤덤한듯이 대답했다.
"참 식사는 어떻게 하시지요?
양배추 등으로 하신다고 하셨는데..."
나는 속으로 깜짝 놀랐다.
"아니 6개월 만에 왔는데
이 사실을 기억하다니!"
나는 웃으면서 대답했다.
"네 그리합니다.
양배추 세조각, 당근 하나. 오이 반개."
이때 의사는 뜬금없이 묻는다.
"혹시 입맛이 없지 않나요?"
나의 눈동자가 커졌다.
"네 사실 입맛이 많이 없어졌어요.
그렇다면 선생님께서?"
내가 이렇게 말하자 의사는 빙그레 웃으면서
"네 입맛이 조금 줄도록 지난번에
처방을 했습니다. 다시 입맛이 돌도록
처방을 해 드릴까요?"
나의 입맛이 줄어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었다
앞에서 제시한 다섯가지 모두
입맛을 잃게 한 이유가 아니었다.
나는 웃으면서 대답했다.
"아니에요 그냥 그대로 두세요."
의사는 "그래요. 많이 먹어봐야
득이 될게 없으니까요."
나는 마음 속으로 웃으면서
병원을 빠져 나왔다.
나는. 지금도 밥맛 없는 세상을 살고 있다.
TV 뉴스나 인터넷 뉴스의
정치면(政治面)을 보아도
밥맛이 없기는 매한가지이이다.
그런 세상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