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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르신들이 안보이나요?"

이제는 광나루 언덕으로 오가는 중에

광나루언덕에 장로회신학대학교가 있다.

목회자가 되기 위해서

4년제 학부를 졸업하고

신학대학원을 다녀야만

목회자가 될 시험치를 자격을 부여한다.

목회자가 되기 위해서

적어도 7년과정을 거쳐야 한다.

나는 지방신학교 4년, 철학과 4년

그리고 신학대학원 내 목회연구과정

1년을 이수하기 위해 준비를 했다.

사실 철학과 장학금을 받기 위해

체중을5kg 감량을 감수하면서

동시에 시험준비를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이를 해냈다.

3학년 1학기 장학금도 확보하고

광나루로 가는 시험도 합격했다.

"와우 나에게 합격 DNA가 있는가?"


나는 저축한 장학금과

전도사 월급을 모아서

(이외 교회 학비지원금도 합쳐서)

입학금을 지불했다.


광나루로 가는 길은 험난했다.

버스를 한번 갈아타고 높은 언덕 위로

목발을 짚고 올라가야 한다.

"저 높은 곳을 향하여....

날마다 나아 갑니다."

찬송가 가사를 읖조리며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기 위해

걸어가다 멈추고 또 걸어가는 일을

반복해야 한다.


1980년대 중반에도

한복을 입고 일하시는 어르신들을

가끔 볼 수 있었다.


하루는 하교(下校)를 하고

집으로 가는 버스에 올라탔다.

꽤 무더운 날이었다.

버스에 올랐는데 빈 자리도 없었고

목발을 짚은 나를 위해

자리를 양보하는 선량(善良)들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런데 선명하게 보이는 이상한 현상이

내 눈에 들어왔다.

땀에 찌든 한복을 입은 어르신 셋이

곡괭이과 삽을 손에 쥔 채

꺼부정한 자세로 손잡이를 잡고

흔들거리는 버스를 따라 휘청거리며

버스 안에 서 계신 것이 아닌가?


그분들 앞에는 덩치가 꽤

큰 남자 고등학생 여섯이

세개의 의자에 서로 다리를

포개어 앉은 채

어르신들과 등을 지고

차창(車窓) 바깥을 응시하고

유리창에 비친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희희덕 거리고 있었다.


제주도에서 PHOTO by R.G.Y

갑자기 내 안에 의분(義忿)이 솟아올랐다.

더더욱 나를 분노(忿怒)하게 만드는 것은

주변에 서 있던 사십대 중년 서너분이었다.

그들은 서로 다른 곳을 응시하면서

목발을 짚은 나와 어르신들을

외면(外面)하고 있었다.


나는 목발을 짚은 채로

그들 앞으로 다가갔다.

"어르신들이 안보이나요?"


나는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말했다.

비록 테너의 가느다란 어조였지만

가능한 한 목에 힘을 주어

굵은 소리를 내려고 노력했다.

더더욱 중요한 것은 그들을 바라본

카리스마가 가득한 내 눈빛이었다.


내가 외치자 중년의 남자들이

먼저 고개를 나를 향해 돌렸다.

그제서야 한복입은 어르신들이

나를 발견하고

한걸음 정도 자리를 옆으로 옮기셨다.


바로 그때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여섯명의 남학생들이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는 것이었다,

"거봐!

아까 일어나자고 했잖아!"

그들은 나를 바라보고는

서로 얼굴을 쳐다보면서 말했다.


이때 동시에 어르신들이 움직였다.

그분들은 나를 바라보셨다.

"목발을 짚은 자네가 앉아야지

자네에게 자리를 양보한 것 아닌가?"

이렇게 나를 향해 말씀하신 것 같았다.


나에게도 눈치가 있다.

나는 옆으로 비껴서면서 말했다.

"어르신들.

어서 자리에 앉으세요.

저는 젊잖아요.

저를 위해 말한 것이 아닙니다.

어서 앉으세요."

어르신들은 주저주저했다.

나에게 대단히 미안하다는 듯이.


나는 한손으로 의자를 잡고

다른 손으로 어르신들을 재촉했다.

세분의 어르신들이

간신히 좌석에 앉으셨다.


나의 자리는 여전히 그 자리였다.

이때 앞에서 잠을 자고 있는 듯 보였던

50대 남성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나를 보면서 말한다.

"이 자리에 앉으세요.

나는 내릴 꺼에요."


그의 눈동자에는 잠을 잤던 흔적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아마도 잠간동안

일어났던 소란(騷亂)으로 인해

화들짝 자리에서 일어난 흔적이 역력했다.


나는 그분이 일어난 자리에 앉았다.

"감사합니다."

내가 앉아야

어르신들의 마음이 편안할 것 같아보여서.


잠시후 버스가 정차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굵고 힘찬 목소리가

버스 안에 크게 울렸다.

자리에서 일어난 고등학생들이

버스에서 내리면서 인사를 한 것이다.

"짜슥들. 그래도 착하네

인사성(人事性)도 바르고."

나는 속으로 중얼거리며 미소를 지었다.


광나루 길 버스 안에서 일어난

해프닝이 나를 웃게한다.


"잘 가!

너희들 때문에

이 나라가 희망이 있다."

나는 뛰어가는 학생들에게 손짓으로

답례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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