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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비와 대화

너 나를 좋아하니?

가을비.
어제도 비가 내렸다.
전동휠체어를 타고
한강고수부지를 달리는데
가끔 움푹 패인 웅덩이에서
고인 물이 튀어올라
나에게 달려든다.

나는 꼼짝하지 못하고
그들과 마주할 뿐 아니라
받아들인다.


세상에!
이런 강제가 어디있나?
조용히 그리고 점잖게 물었다.
"왜? 내가 그리도 좋아?"

내 물음에 답할 리 없는
그들을 잘 알면서도
나는 또 넌지시 던진다.
"나인줄 알고 달려든거지?"
덕분에 바지 하단이
신발과 함께 흠뻑 젖었다.

오늘 아침에도
작은 빗방울이 흐트러지게
나를 반긴다.
"또 만났네.
어제 나를 반긴 친구들은
어디로 가고
새로운 친구들이 찾아왔니?"
이들의 미소 속에서
미세한 음성을 찾는다.
"그 친구들이
아직 하늘로 올라오지 못해
우리가 찾아왔어요."

나는 하늘을 두번 쳐다보고
아직 채 마르지않은 땅을
내려다보았다.
어느 곳엔가
그들이 있겠지?
하늘에서 친구를 만날
그 날을 기대하면서...

나도 하늘에서 만날
사람들, 지인들을 그리며
또 발걸음을 앞으로 내디딘다.

다시 비가 내린다.
가을에 내리는 비라
가을비라고 하는데...
추수철을 맞이한 농부의 시름도
내 가슴에 담으며
약간 침울한 심정과 헤어지지 못한 채
길을 나선다.

그래도
또 새로운 날이다.
새 날이다.
날 것 그대로 살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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