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려야 한다는 사실을 깨우쳐주다.
인생에서 공식적인 직장은
3년전 영종도에서 매듭을 지었다.
1995년 7월 마지막 수필이 시작되었다.
아동들을 돌보는 일이.
넓은 밭에는 비닐하우스가 버려져 있었다.
선임은 아동들에게 농사짓는 법을
가르쳐주겠다는 선한 목적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
이런 목적은
아동을 강제노동을 시킨다고
오해를 가질 수 있어서
비닐하우스를 방치하고 있노라고.
나는 대체방법을 모색하게 되었다.
마침 초록우산을 통해 영국 프로축구팀에서
풋살 경기장을 만드는 프로젝트를
나는 끌여들였다.
그러나 이들은 풋살 경기장만 조성하고
떠나버렸다.
나는 주변환경을 어떻게 조성할 것인가를
다시 고민하게 되었다.
나에게 좋은 지혜가 떠올랐다.
산림청에서 로또사업을 통해 모은
기금(基金)을 바탕으로 녹색자금(綠色資金)을
지원해서 숲을 만들고 숲공원을 조성하는
사업을 신청해야겠다는.
마침 신청기간이 되어 프로포절을
구체적으로 작성하여 제출했다.
마침 시(市)에서는 몇군데 시설을 지정해서
사업프로젝트를 제출하라고 지시했나보다.
그런데 생뚝맞게 내가 신청했으니
시가 당황한 듯 보였다.
중요한 것은 프로포절과 실사(實査)를 거쳐서
내가 제출한 프로포절만이 선택된 것이다.
나는 풋살 경기장주변에 파고라(Pagora)를
설치하고 아동들을 위해서 유실수(有實樹)를
많이 심기로 했다.
"숲과 공원. 그리고 유실수"
특히 대봉감나무, 대추나무, 앵두나무 등
관리가 덜 가도 잘 자라는 종류로
심었다.
사실 도회지에서만 살아왔던 나와 직원들은
나무에 대해서, 특히 풀과 꽃에 대해
무지(無知)하다 .
그러나 이들을 보면서 자연과 생명이
사람의 생명만큼이나 소중함을 깨닫는
중이었다.
공원(公園)을 조성해주신 분이
나에게 이렇게 말을 건네고 떠났다.
"잘만 관리하면 2년 정도 지났을 때
열매가 맺을 것입니다."
나는 이 말을 철썩같이 믿었다.
뭐 전문가의 말이니까.
그러나 3년이 지나고
또 4년이 지나도 나무에는 어떤 소식도
없었다.
"혹시 나무 죽은 것 아닌가?"
가을에 잎사귀도 몇개 달리지 않은 채
앙상한 가지를 보면서
나에겐 열매보다 나무의 생사(生死)가
더 궁금했다.
그리고 나는 정년 퇴직했다.
가끔 생각이 난다.
"나무와 숲 관리는 제대로 하고 있을까?
열매를 맺을까?
나무는 살아있을까?"
퇴직 후 삼년째를 맞이한다.
이제 가을이다.
인도 위에 서있는 감나무에
감이 송송 맺기 시작한다.
나는 영종도, 내가 심은 대봉감나무가
그리워졌다.
그런데 엊그제 사진 몇장이 날라왔다.
"대봉감나무에 감이 많이 열렸어요."
나는 깜짝 놀라서 사진을 뚫어지게
보았다.
사진에 감이 한두개가 아니라
스무개 이상 열렸다는 사실에 감격했다.
"올해 이렇게 열매를 맺으니
앞으로 매년 대봉감이 열리는 것을
볼 수 있겠지요?"
감이 열리는 일에도 7-8년을
기다려야 하는구나.
나는 이제야 이 가르침을 깨닫게 되었다.
그렇다.
나는 심었을 뿐이다.
누군가 열매를 거두겠지,
심었기에 거두려는 욕심은
갖지말자.
누군가에게 기쁨이 된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