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네탕이었어
어둠이 채 걷히지 않은
겨울의 새벽.
주섬주섬 옷을 걸치고
식탁. 앞에 앉는다.
당과 혈압을 관리하느라
아침식사는 간단하게 해결한다.
양배추 네조각과 홍당무 반쪽.
잘근잘근 씹어서 먹은지 벌써 1년째.
당화혈색소는 6.0으로 정상수치
혈압도 122/85도 바람직.
삼십분 정도가 지나야
내 입속에서 당근과 양배추가
가루가 되어 식도로 전달된다.
전화벨이 울린다.
"장콜입니다. 집 가까이 거의 다 도착했습니다 "
나는 휠체어를 타고 출근을 한다.
사무실에 가까이 다가오니
햇살이 살짝 얼굴을
들이민다.
지문으로 닫힌 문을 열고
캄캄한 사무실로 들어가
불을 켠다.
갑자기 사무실 안이
환한 모습으로 눈에 들어온다.
드디어 1등이다.
학창시절 공부로 1등을 하지 못했으니
출근이라도 1등을 해서
보상이라도 해야지.
순간 핸드폰 색상이 환해진다.
'문자가 왔나? 아침부터!'
나는 가벼운 마음으로 문자를 확인한다.
제자의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셨다는.
'흠 장례식장이 일산이구나.'
퇴근 후에 가야겠네.
자리에 앉아서 평상시대로
영어책과 노트를 펼친다.
연필을 연필깎기에 넣고 깎는다.
매일아침 영어 한페이지를
노트에 옮겨쓰기를 한 지
7개월이 지나고 있다.
다시 핸드폰 액정이 불을 밝힌다.
"여보. 시누이께서 김장김치 속을 준비했으니
가져가라고 해서 당신 퇴근 후에
가겠다고 했어요."
"알았어요. 참 **알지?
어머니가 소천하셨다고 하네요.
김치 가지고 장례식장으로 갑시다."
"그럼 면접 잘 하고 집에서 봐요."
"알았어요."
아참 오후에 면접이 있지?
매년 계약직으로 근무하는데
2026년 근무를 위해 면접을 보러가야 한다.
'오늘 일정이 바쁘네.
모두 몇개야?'
영어필사를 마치고
원격평생교육원 사이트를 열어
출석을 한다.
지금 운영하는 과정이 모두 세개이다.
이 일을 마치고 난 후
나는 유튜브를 열어 인문학 강의를 열고
이어폰을 귀에 꽂는다.
9시가 가까이 다가오니
직원들이 출근을 한다.
내가 출근한 지 한시간 사십분이 지나서이다.
오전근무를 마치고
조금 늦게 사무실을 나왔다.
교자만두 집에서 점심식사를 간단히 하고
면접장소로 향했다.
벌써 세번째 면접이다.
그러나 면접을 할 때마다
긴장이 반복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
예상되는 질문을 네다섯개를
마음 속으로 더듬어보고
적절한 대답도 손가락으로 꼽아보면서
중얼거려 본다.
시간이 흘러 면접도 끝났다.
'선택받는 것은 하늘에 ...'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향했다.
"여보 나오세요 거의 다 왔어요."
아파트 정문을 향하니
아내가 뛰어내려오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나이 칠십이 가까운데
'아직도 저렇게 가벼운 발걸음을 유지하다니'
나는 전동휠체어에서 내려
몸은 자가용으로 옮겼다.
"자 갑시다."
나는 운전하며 앞으로 나아갔다.
"당신 면접할 때, 나는 기도했어요."
아내는 나를 보면서 웃으며 말한다.
"고마워요."
앞을 보고 표정없이 대답했다.
한참동안 가다가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여보 사고가 났나봐요.
어이쿠 자동차가 170°돌아서있네요.
앰뷸런스, 경찰차가 줄지어 섰네요?"
"어어---- 돌아올 때 도로가 막히겠네.
어쩌나?"
아내는 사고로 인해
다친 사람에 대해 염려하고
나는 트래픽(traffic)에 대해 걱정한다.
팩트는 하나인데 반응은 천양지차이다.
김치를 받고 장례식장을 향하는데
내 예상은 틀리지 않았다.
도로에 차가 가득했다.
"여보
지금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분들은
영문도 모르고 답답해하겠지요?
우리는 조금전 사고를 보았으니까."
"그러나저러나 이 정도로 도로사정이 심각하면
매우 늦게 집에 도착하겠네요."
동문서답 같은 대화를 주고받으며
꽉막힌 도로를 지나 외곽순환도로로
진입했다.
우여곡절끝에 장례식장에 도착했다.
문상(問喪)을 하고
집으로 향했다.
이미 저녁은 깊었다.
"여보
오늘 내가 몇탕했나요?"
그런데 대답이 없다.
피곤한 아내는 차에서 잠이 들었다.
나는 "하나 둘 셋 넷..." 세어가면서
앞차의 미등(尾燈)을 보며
운전을 계속했다.
"나는 피곤할 시간도 없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