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보름 남았다.

종이 한장 차이일까?

2000년은

나와 상관이 없을 줄 알았다.

사당동 어느 사무실에서

메모지를 뒤적거리며

만의 하나 나에게 다가올 2000년을

어떻게 맞이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었다.


한쪽에서는 하얀 옷을 입고 춤을 추며

지구의 종말이 곧 오리라고 기대하며

요란스럽게 준비하는 이들도 있었다.


그런데 1999년 12월 31일

11시 59분. 59초.

긴박감도 없이 조용히

2000년은 나를 찾았다.


"이게 뭘까?"


그리고 사반세기가 지나간다.

보름만 지나면 2026년.

이젠 더이상의 기대도 조바심도

없다.


그저 초침 하나가 넘어가고 있을 뿐.

달력 한 장 넘기면 되는 것을.

아니 탁상에는 2025년

일년 열두달이 한장에 그려진

년력(年曆)이 세워져 있다.

그래 순서만 바뀐 것으로

교체하면 되지.


바닷가에 사는 분들에겐

파도의 높고 낮음 등이 기록된

달력이 필요하겠지만

도시사람들에게 달력은

더이상의 의미도 없는 것 같다.


시간이 흘러간다는 의미는

단지 종이 한 장 차이일까?


어머니 뱃속에서 잉태한 시점으로부터

어느덧 칠십이랴 숫자가

나를 잡으려고 온다.

그는 급하지도 느리지도 않게

일정한 속도로 걸어왔건만

왜 나에게는 훅하고 달려들 듯

느껴지는 것일까?


이미 나와 헤어진 분들을

그려본다.

양가 부모님. 친구들. 이웃들.

동역자들. 그리고

그동안 문상을 다녔던 숱한 지인들,

조금있으면 그들과 만날 수 있겠지?


아하!

2026년 1월 1일

세상과 처음 만나는 분들도

있겠구나.

지나칠 정도로

내 곁을 떠난 사람들

떠나게 될 사람들 중심으로만

시간의 흐름을 생각했었네.


하긴 AI가 새로운 버전으로

매일 등장하는 이 때

과히 낡은 것의 반복만은 아닐터.


우리가 매듭지은 새해에

어떤 새로움으로 다가가야 할까?


조심스럽게 마음을 다져본다.

아직도 깜깜한 이 새벽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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