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토마임(Pantomime)아시나요?

그 바닷가에서

처음 안면도를 방문한 것은

지금부터 약50년전인

1977년이었다.

학교소풍이나 수학여행

교회 수련회를 한번도 간 적이 있다 .

나는 성인이 되어서 처음으로

교회수련회로 안면도로 갔다.


이 당시 안면도는 미지의 섬이었다.

대형버스를 타고

충남 서산을 돌고돌아

굵고 빛나는 모래사장 위에 버스가 정차했다.


안면도에서 처음 만난 모래는

마치 하얀 눈과 같았다.

한 걸음 한 걸음. 모래위로 걸을 때마다

뽀드득 뽀드득 소리가 나를 흥분케했다.

"다른 모래사장도 이와 비슷해?'

'아니 이곳이 독특하네."


코 앞에 푸른 바다가 펼쳐지고

친구들은 대형텐트를 설치하기 시작했다.

태어나서 처음 만난 모래있는 바다.

목발을 짚고 걸어도 푹푹 들어가지 않는

단단한 모래밭.

'이곳은 차가 들어와도

바퀴가 빠지지않네요."


서둘러 장작을 구하고 음식할 준비를 했다.

시각은 이미 점심시간이 지났다.

네시간 반이 지나서 안면도에 도착했으니까.

하지만 몸은 지쳤어도 그다지

배는 고프지 많았다.


어느 정도 음식할 설비세팅이 끝나고

장작에 불을 붙였다.

"그런데 물을 어디에서 구하지?"

"아니 지천이 물인데 퍼서 사용하면 되지."

무심코 내가 뱉은 말에 모두들 크게 웃는다.

"말은 된다. 코 앞이 바다요.

시퍼런 물동이가 허벌나게 많은디."

친구들이 맞장구를 쳐준다.

사실 바닷물로 밥을 하는 사람이 어디있냐구.

되지도 않는 말에 함께 보조를 맞춰

웃어준 친구들이 있었다.


음식준비가 한창일 때

남은 친구들이 모두 한 자리에 모였다.

"우리 게임을 합시다.

조별로 작은 게임을. 어때요?"

세네명이 한조가 되어 약40분간 준비를 했다.

넓은 모래사장은 준비장소로 변했다.


드디어 우리조 순서가 되었다.

우리 조가 하는 짧은 극의 주제는

"벼룩잡기(Flea Catching)"이다.

다른 조와 달리 우리 조는 걸을 수 없는

나를 중심으로 앉아서 연기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Pictured by Chatgpt

앞의 세 사람이 자기 연기를 마치고

내 순서가 되었다.

나는 온몸을 뒤틀기 시작했다.

벼룩은 오른쪽 옷소매에서 슬금슬금 움직이기 시작했다. 내 손이 옷소매로 다가갈 때 벼룩은 빠른 속도로 튀어 어깨쭉지로 올라갔다. 내손도 민첩하게 움직여 어깨로 향했다. 그러나 벼룩도 낌새를 파악하고 내 손이 닿을 수 없는 등쪽으로 날았다. 순간 내 인상은 찌푸렸다. 얼굴은 찌그러지고 식은 땀이 흘렀다. 동시에 등근육을 최대한 움츠렸다가 펼치기를 여러번. 잠시 잠잠해진 듯 했을 때 벼룩은 반대편 어깨로 달렸다. 나는 비수와 같이 빠른 속도로 움직여 손바닥으로 내리치려고 했다. 그러나 벼룩의 발걸음은 나보다 빨랐다. 어느새 그는 신체 아래부분으로 향했다. 사람들 앞에서 나의 손이 바지 안으로 들어가는 일은 매우 조심스러웠다. 그래서 다리를 꼬기 시작했다. 마치 다급히 소변을 보러 화장실을 찾아야하는 듯한 자세로. 제대로 움직일 수도 없는 하반신을 뒤틀어가면서 벼룩을 잡으려고 안간힘을 쓰던 그 때. 말없이 판토마임으로 땀을 흘리며 연기하는 내 모습을 보던 청년들이 박장대소(拍掌大笑)하며 뒤로 자빠진다. 여학생들도 옷을 들썩이고 옆에 앉아있는 친구를 때리면서 웃는다. 그 웃음소리를 들으며 나는 사타구니로 숨어들어간 벼룩을 잡기위해서 더 혼신의 힘을 다 쏟았다. 드디어 짧은 바지로 나오던 벼룩을 오른손 엄지와 검지손가락 사이로 생포했다. "나 드디어 벼룩을 잡았어!!!"하며 머리 위로 손을 들어올리는 순간. 벼룩은 힘이 살짝 빠진 손가락 사이를 비집고 튀어나왔다. 그런데 하필이면 다시 나의 등위로 튀어 속 옷 안으로 들어간 것 아닌가?나는 다시 벼룩을 잡기 위해 팔을 길게 뻗어 등 안으로 집어 넣었다. 이렇게 벼룩잡기 연기를 무언극(無言劇)의 한 형태인 판토마임(Pantomime)으로 시연(視演)하였다. 하다보니 나는 혼자 약15-20분간 벼룩잡기 연기를 했던 것 같았다. 실제 벼룩이 내 몸 안으로 파고든 것 같이. .

모든 조의 발표가 끝난 뒤 평가가 있었다. "우리 안에 대단한 연기자가 탄생했어요." 두서너명의 심사위원(목사님과 연세가 지긋한 권사님 두분)들이 한목소리로 외쳤다. 우리조는 1등을 차지했고 MVP는 내가 선정되었다 .


지금 생각해보니 그 때의 칭찬을 기초로 내가 연극을 했다면 "국내 최초의 지체장애인 연극배우(The First Actor with physical disability)"가 되지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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