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turn과 Heater의 사이에서.
용산역은 현대에서 지은
아이파크 몰(I-Park Mall)과 연계되어서
새롭게 태어난 지 꽤 오래되었다.
평일 용산역을 방문하게 되면
주차 문제는 그다지 어렵지 않다.
해 주차장과 달 주차장이 각기 5층씩.
그래서 주차하기에 여유롭다.
특별히 달 주차장 5층은
장애인 주차하기에 더욱더 여유가 있다.
그러나 이러한 사정도
여름과 겨울 주말이라고 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특히 이번 여름은 너무너무 더웠다.
금년 겨울도 매우 추울 것 같다.
그렇다면 여름과 겨울
특히 주말에 왜 사정이 달라질까?
음 여름 겨울 주말이 되면
자녀를 데리고 있는 부모들과 젊은 연인들이
난방과 냉방이 잘 준비된
용산역 아이파크몰에 모여서
하루종일 머무르게 된다.
특히 용산역 아이파크몰에 들어가면
차와 식사 그리고 독서 뿐만 아니라
다양한 즐길거리가 준비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지 발을 디딜 틈도 없이
인산인해를 이루게 된다.
이런 상황이 있기 때문에
상당수 사람들은 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오게 되지만,
그러나 자가용을 가지고 오는 사람들도
만만치 않다.
그래서 나는 주말을 이용할 때쯤 되면
자가용은 집에 놔두고
지하철이나 장애인 콜택시를 이용하게 된다.
자가용을 이용하게 될 경우
특히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용산 전자랜드나 또는 한강로 통해서
주차장으로 들어올 때
주차장 입구에 줄 서 있는 차량으로 인해서
기본적으로 30분에서 1시간 정도
서행 또는 대기를 해야만 한다.
지난주 토요일 오랜만에
지인을 만나 대화를 하고
나는 장애인 콜택시를 불렀다.
다행스럽게도 20분 만에
장애인 콜택시가 연결이 되었다.
약 20분이면 도착한다던 장애인 콜택시가
무려 50분이 돼서야 주차장으로 들어왔다.
그래도 기다린 보람이 있었다.
나와 아내는 차에 올라탔다.
날씨가 좀 싸늘하고 추웠기 때문에
나는 기사에게 부탁을 했다.
"Heater를 켜 주세요"
기사분은 내 말을 잘 들었는지 아니면
잘 못들었는지 알 수가 없었다.
기사분은 운전석에 앉아 있고
나는 전동휠체어를타고
차량 맨 뒤에 앉아 있었기 때문이었다.
여전히 주차장으로 줄지어 들어오는 차와
또 주차장을 빠져 나가려는 차
그리고 주차장 안으로 들어가는 차로 인해서
주차장은 정체되고
또 서서히 밀려나가기를 반복했다.
아마도 기사는 어디로 빠져나가야
효율적인가를 생각한 것 같았다.
나는 다시 한 번 얘기했다.
"직진으로 나가면 한강로로 빠져갈 수가 있고요.
지금 제가 추우니까 Heater를 좀 올려주세요"
그러나 기사는 여전히 어디로
빠져 나갈 것인가를 생각하면서
히터를 울릴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리고 잠시 후 차는
좌회전으로 방향을 전환했다.
그리고 기사는 한마디 했다.
역시 기사의 말대로 얼마 가지 못해
대로변으로 빠져나가는 차량들이
줄을 지어 서 있었다.
나는 말했다.
"제가 부탁드린 건 직진으로 가라고 했지요." 그러니까 기사는 백미러를 보면서 나에게 말했다. "P-Turn 해달라고 말씀하지 않으셨나요?" 나는 다시 대답했다.
"아니요. 제가 부탁드린 것은
Heater를 켜 달라고 했던 겁니다."
이때 기사는 빙그레 웃으면서 다시 대답했다. "아이고 제가 잘못 알아들었군요.
저는 Heater를켜 달라고 하는 말씀을
P-Turn 해 달라고 하는 말씀으로 들었습니다. 아니, 아까 그 길로 들어왔을 때
길이 쫙 막혀 있었는데
왜 자꾸 P-Turn을 해달라고 하시지 라고요."
나도 웃으면서 대답했다.
"괜찮습니다.
이렇게라도 집으로 갈 수 있으니까요.
하긴 우리가 영어 단어를 너무 많이 알아요.
기사님 말씀 들어보니까
Heater와 P-Turn 잘 구분이 안 되네요.
제 발음도 문제가 있었어요"
이렇게 주고받는 대화를 하는 도중에
차는 줄 서 있는 차 행렬을 벗어나
대로변으로 나왔다.
캄캄한 밤 우리는 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기사는 다시 여유를 찾은 듯 한마디 했다.
"하여간 고맙습니다. 안전하게 모시겠습니다."
따지고 보면
주말 차량이 너무 많은 탓에
우리의 대화가 꼬인 것 같았다.
실제로 영어단어 몇 개도 사용안 했는데
이렇게 엉뚱한 대화가 될 줄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