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수의 하루

당신은 변덕스러워

오전 6시

아직 어둠이 물러가지 않은 새벽

철수는 차에 올라 시동을 걸었다.

차 안 공기는 차디찼다.

핸들을 맨손으로 붙드는 일이

간단하지 않았다.


아파트 차단기가 위로 들려지고

철수의 차는 부드럽게 아파트로 부터

멀어져갔다.


어디로 가는 것일까?

몇마디 속삭이지도 않았는데

차는 강변북로에 올라

가양대교를 건너 올림픽대로로 들어섰다.

김포공항이란 팻말을 오른쪽으로 하고

잠실방향으로 차머리를 향했다.


어디로 가는걸까?


2025년도 며칠 남지않았는데.


어느새 미사리를 거쳐

중부고속도로로 접어들었다.

"여주 인터체인지가 나오겒지?"

철수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어느덧. 영동고속도로를 벗어나

속초를 향해 달리고 있다.

"이래야지 고속도로는 "

한적한 분위기에 오가는 차량도

얼마되지 않아 달리는 기분도 좋다.

"Healing!!!!! 바로 이거야!!!".

대포항 앞에 있는 공영주차장입구로

들어갔다.

차에서 휠체어를 꺼내어 몸을 실었다.

천천히 주차장을 빠져나와

수산시장으로 진입했다.

"누군가 휠체어를 밀어주면 좋겠다."

나이가 들어서인지

금방 지쳐가는 느낌이다.

사람들이 떼를 지어 시장 안은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각자 호객꾼들이 확성기에 입을 대고

물건을 홍보하느라 정신이 없다.


이곳저곳으로 다니다보니

어떤 젊은이가

철수의 휠체어 손잡이를 잡고

"제가 도와드릴까요?"하고 말을 건넨다.

철수는 고개를 뒤로 젖혀서

턱 위로 보이는 그의 얼굴을 흘끔 쳐다보고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속초 특히 시장구조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듯 했다.

시장에 대해 곧잘 설명하면서

철수를 데리고 여러 곳을 다녔다.

"회 좋아하세요?"

철수는 그에게 물었다.

"저는 속초에서 태어났는데

회와 친하지 않습니다"

철수는 그의 대답에 어깨를 움찔했다.

"이런 사람도 있구나."하고

속으로 중얼거리며

시장 안을 휘젖고 다녔다.


소량의 횟감을 구입하고

철수는 주차장으로 돌아왔다.

휠체어를 밀어주던 젊은이와는

반갑게 인사하고 헤어졌다.

차에 오른 뒤 "어디로 갈까?"하며

속으로 대뇌었다.


철수는 주차장에서 나와

안목항으로 향했다.

"안목항에 주차를 하고

그곳에서 회를 먹어야겠다."

날씨는 겨울날씨 치고는 꽤 맑았다.

그는 차에 걸려있는 핸드폰에

손을 가져다 댄다.

한손으로 핸드폰을 다른 한손으로 핸들을

이 일을 하라고

신이 두개의 손을 허락했는가?

그는 누구인지 모르지만 전화를 건다.

"아 여보세요?

어 너 철수구나 웬일이야?

너 강릉에 왔니?"

강릉에 살고 있는 맹철이다.

그는 휠체어 역도대회에서 1등,

활쏘기 대회에서 1등을 한

철수의 전친이다.

"그래 나 철수야 맹철아

지금 안목항으로 올 수 있나?

너와 함께 먹으려고

대포항에서 회를 떴어."

"그래 지금 안목항으로 갈께 거기서 보자."

맹철이는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철수가 전화를 하면 언제든지 집을 나선다.


안목항.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나니

맹철이가 맹렬한 속도로 내달라다.

"반갑다. 철수야 우리 얼마만인고?"

두사람은 바다를 바라보며 방파제 위에

대포항에서 가져온 회를 펼친다.

회를 먹는지 바다를 마시는지

이야기를 나누는지 구분이 안될 정도로

둘 사이에서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다.


얼추 두세시간 지났을까?

돌연히 히늘이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맹철아 어서 들어가라. 오늘 즐거웠다.

날씨가 심상치않다. 들어가라."

철수도 날렵한 모습으로 차에 올랐다.

맹철이가 출발하는 것을 보고 철수도 움직였다.

양양고속도로!

철수는 달리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리 푸른던 하늘이 캄캄해지더니

자갈같은 물방울이

하늘에서 차창으로 떨어진다.

마치 우박이 쏟아지듯이

하늘에서 전쟁이 났나보다.

철수는 속도를 조절하고

윈도우 브러시를 작동시키면서

시야를 확보하려고 애썼다.

"아이쿠 하나도 보이지 않네. 우짜나.

와이리 하눈이 변덕스러운가?"


운전을 하면서 서울로 달릴 때

10여년전에 만났다가 헤어진

미연이가 생각이 난다.

"오늘 일기가 꼭 미연이같구만."

미연이는 풍선껌이 먹고 싶다고 해서

그것을 사다주었더니

미연이는 젤리를 원한 것이었다고

투정을 했다.


서울로 돌아오는 중

하늘은 어두컴컴해지고

빗방울은 눈으로 바뀌어지고 있었다.

"아 큰일 났네.

이 정도면 내일 아침까지 눈이 내릴텐데."


사실 눈이 쌓인 길 위로 운전을 하다가

낭패를 겪었던 적이 있었다.

오래전일이다.

1월 중순쯤이다.

해남 모텔에서 숙박을 하고

순천을 지나 여수로 가려는 여정이었다.

아침 7시에 일어나 차가운 공기를 맡으러

밖으로 나왔다.

마침 마당청소를 하던 주인이 철수를 보고는

가볍게 인사를 건네고서는 한마디한다.

"빨리 떠나세요 그게 좋을 거어요

눈이 많이 내릴 것입니다."

철수는 함께 했던 친구 아내와 딸

그리고 아내에게 떠나자고 재촉했다."

사실 떠날 때에는 싸락눈이었다.

그러나 장흥군을 지날 때에는

차도 인도가 구분이 되지 않는

스키장을 방불케 했다.

때마침 T자 코너가 등장했다.

"눈이 많을 때에는 브레이크를 밟지 마세요."

이 격언을 마음에 새기면서

철수는 조심스럽게

속도를 0에 가깝게 줄이면서

핸들을 좌측으로 돌렸다.

순간 차는 돌기 시작했다

360°를 돌더니 한바퀴 더 돌았다.

신기한 것은 돌던 차가

좌회전 방향으로 멈춘 것이다.

아주 짧은 시간이었지만

천국과 지상을 서너번 오고갔던 느낌이었다.

이것으로 그치지 않았다.

약2km를 달라다보니 저 앞에서

덤프트럭 세대가 질주하고 있었다.

차선도 보이지않고 철수는 그 앞에 멈춰섰다.

찰나 덤프트럭들은 철수 앞으로 달려갔다.

하마터면 대형사고가 날 뻔했다.

게다가 1.5km를 앞으로 나아가니

오른편에 가파른 언덕 길이 기다리고 있었다.

"눈이 쌓아 저 언덕 길로 차운행이 가능할까?"

속으로 중얼거리는데 자동차 한 대가

엉금엉금 철수 곁으로 내려오고 있었다.

철수는 차창(車窓)을 열고 물었다.

"저 언덕으로 올라갈 수 있습니까?"

철수의 질문을 받은 기사는

고개를 끄덕이며

철수 옆으로 지나갔다.

그의 사인을 믿고

철수는 언덕 위로 올라갔다.

약 500m 정도 올라가는데

차량한대가 산기슭에 쳐박혀 있었다.

호기심과 불안감이 가득한 나는 물었다.

철수 차는 약10km이하로 서행하고 있었기에.

"어째 그리 되었나요?"

쳐박힌 차에서 내려 서있는 기사는

"앞에 떠난 차가 급정거를 하는 바람에

그리되었습니다."

"아니 그래서 어떻게?"

"네 정비소에 연락해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아이고 안전하길 바랍니다."

눈이 소복히 쌓인 약 5km 정도

넘는 길 위에서 겪은 세개의 경험은

철수로 하여금 결코 잊을 수 없는

눈위의 추억이 되었다.


그러니 빗방울이 눈이 되어 쌓인 길 위에서

운전을 하는 철수에게는

닥쳐오지 않은 두려움이 현실처럼 느껴졌다.


영동고속도로를 지나 중부고속도로 진입했다.

얼떨결에 집을 나섰다가

속초-안목항까지 다녀오는 여정은

변덕스런 날씨로 인해서

쉽지않은 경험을 했다.

우여곡절 끝에

철수는 집에 들어왔다.


'날씨가 변덕인지

내가 변덕스러운지 잘 모르겠지만

하여튼 오늘 하루는 쉽지 않았어.'

철수는 넋두리를 하고 침대에 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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