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을 달리는 사람들

느려도 너무 느려요

만구는 15년동안 다니던 중소기업을 그만두었다. 아내는 '당신 미쳤어요?"라고 반대했다, 만구는 아내의 반대를 무릅쓰고 사직서를 제출했다.

"여보 이 직장은 희망이 없어.

죽어라고 다녀봐야 수입이 뻔해. 중소기업에서 평생을 보장하지 않지만, 평생동안 썩을 수 없어. 우리 식구들 책임지기도 힘들어."

만구는 지난 15년간 그럴듯한 월급을 아내에게 가져다 주지 못했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만구 자신은 근로기준법과 무관하게 주40시간이 아니라 50시간 정도 일을 했다. 성실하게. 이 회사가 커져서 큰 기업이 되리라는 희망을 갖고. 그러나 전보다 직원수는 배(配)가 되었지만, 그 이상의 한계를 넘어서지 못한다는 것을 뼈저리게 체감하고 있었다. 그리고 어느새 만구는 회사에서 고참이 되어가고 아이둘은 중학생이 되어 학원비 등 감당해야 할 몫이 점점 가중되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었다.

"그러면 당신은 무엇 하려고 해요 대책이 있기나 해요?" 아내의 걱정스런 표정이 만구를 가로막았다. 아내도 직장생활을 하고 있었다. 어쩌면 직장생활을 하는 아내가 있어서 만구가 이런 결정도 내릴 수 있는지도 모른다

네이버 사진

"여보. 그동안 대형화물트럭을 운전할 수 있는 대형면허를 취득했어. 틈틈히 준비했었어. 트럭을 준비해서 운전하면 지금보다 나을 것 같애. 물론 처음에는 쉽지 않겠지만 지입차도 있고 조합도 있어서 가능성이 높아. 이직해서 나 나름대로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시기는 지금이 가장 적당하다고 생각해. 이 기회를 놓지면 앞으로 도전자체도 어려울 것 같아." 만구는 걱정이 가득한 아내를 설득하기 위해 준비했던 과정을 미주알고주알 설명했다.

"그리고 여보. 당신 나를 잘 알고 있잖아. 공부머리는 부족하지만 성실하고 근면한 자세가 나의 유일한 자산이라는 것을."

아내는 남편의 단호함에 하는 수 없이 두손을 들었다. "잘 해봐요. 대신 빚을 지고 도전하면 안되요. 절대로.

만구는 아내의 허락이 아니라 동의를 얻고서 매우 기뻤다. "그래도 나를 믿어주니까..."


만구는 사전에 답사했던 화물차조합을 방문하고 보다 구체적인 내용을 알아보기로 했다. 치밀하게 조사했던 내용을 확인하고 처음 시작을 화물차 기사로 출발하기로 했다.

협회는 만구를 믿었나보다. 파주에서 고창까지 가구를 싣고 운반하는 일과 이어서 고창에서 수박을 싣고 가락동청과시장까지 운송하는 일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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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일이 주어지니 너무 좋다. 열심히 해서 5톤 트럭을 빠른 시간 내에 구입하도록 목표를 세우자."

만구는 집으로 왔다. "여보 나는 운이 좋은 남자인가봐. 내일부터 일이 주어졌어. 고창을 다녀오는 일인데 두밤은 집에 들어오지 못할 것 같애."

아내는 만구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너무 무리하지마. 당신은 우리 집의 가장이야. "

만구는 아내에게 걱정하지 마라는 의미로 자기 품 안에 아내를 깊게 품었다. "기도해 줘! 안전을 위해서. 꼭!"


드디어 첫째 날이 다가왔다.

만구는 트럭을 받아서 으로 파주로 향했다. 파주 가구공장으로 가는 길, 낯선 길이었지만 가슴은 설렜다. 마침 함께 할 수 있는 조수 필리핀 사람 챨리(Charlie)도 있어서 마음은 놓인 것 같았다. 네비게이션을 보면서 만구는 자유로를 지나 파주로 이동했다. 해는 중천에 뜨고 강변북로에서 자유로로 이어지는 도로는 수많은 차들로 가득했다. "챨리 필리핀에서 온 지 얼마나 되었나요?" 챨리는 "4년 되었어요."라고 웃으면서 대답한다. 만구는 속으로 생각한다. "한국에 온 지 4년밖에 되지 않았는데 우리말을 저렇게 잘하냐. 토익까지 치룬 나는 아직 영어가 서투른데" 한편으로는 부러움을 갖고 묻는다. "우리 둘이 영어로 대화해도 되나요?" 챨리는 웃으면서 "Sure!"라고 대답한다.


차량이 가득한 도로를 달릴 때에는 전혀 느끼지 목했던 경험을 고창가는 고속도로에서 새롭게 갖기 시작했다. 승용차로 고속도로 위를 달릴 때에는 비록 제한속도가 110km이지만 때로는 150km까지 아주 짧은 시간 달릴 적도 있었다. 그러나 화물차의 속도는 현격한 차이가 있었다. 차량의 높이가 있어서 공중부양하듯이 달리니 고속도로 지면과 멀리 떨어져 날아가는 기분이 들기는 하지만, 달리는 기분은 느릿느릿 거북이 속도였다. 다행스러운 것은 챨리가 동승해서 만구의 짧은 영어로 소통하기에 지루한 느낌은 상쇄되는 것 같았다.

Pictured by Chatgpt

세시간이면 도착할 거리를 다섯시간 남짓 달려 고창에 도착했다. 가구를 내려주고 고창 수박 밭으로 나아갔다. 사람들이 트럭에 수박을 실을 때까지 만구와 챨리는 잠시 눈을 붙였다. 또 밤새 운전해서 가락동청과시장까지 새벽에 도착해야 하니까. 잠간 잠을 청했지만, 그 잠은 깊은 심연(abyss)속으로 빠져가는 것 같았다. 평소 직장생활을 하면서 단 한번도 누려보지 못했던 숙면(熟眠)이었다. 꿈은 작은 조각도 찾아볼 수 없었다. 두세시간이 지나서 눈을 뜨니 밤이 시작되는 시각이었다. '아직 낮이 길구나.' 챨리는 이런 여정에 이미 익숙해있는지 이미 트럭 주변을 정리하고 있었다. "트럭에 수박이 가득 실려있습니다. 수박을 상당히 높게 쌓았지요? 강씨! 가구를 싣고 이동할 때보다 더 조심스럽게 그리고 안전하게 운전해야 합니다. 혹 서울로 가다가 졸리시면 휴게소에서 잠시 쉬었다가 이동해도 좋습니다. (The truck is full of watermelons. They are stacked quite high, right? Mr. Kang! You have to drive more carefully and safely than when carrying furniture. If you are sleepy on your way to Seoul, you may take a break at a rest stop and move.)" 만구가 처음 운전한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는 챨리는 만구에게 부탁의 말을 전한다. 만구는 챨리에게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속도로에 접어들어 달리기 시작하니 어느새 어둠이 짙게 깔리기 시작했다. 챨리의 부탁을 상기하면서 운전을 했다. 어둠이 짙게 깔리니까 고속도로는 차량의 미등(尾燈)만이 시야를 가득 메웠다. 이렇게 깊은 밤에 운전을 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시속 60km~80km로 달리며 고속도로 위를 지나는데, 많은 화물차 특히 대형 컨테이너를 실은 차, 자가용을 운반하는 차, 소나 돼지를 잔뜩 태우고 이동하는 차, 그리고 야간운행을 하는 고속버스 등이 눈에 들어온다. 이렇게 많은 차들이 어둠이 가득한 도로를 밤새워 질주하고 있다는 생각에 만구는 많은 상념이 교차되고 있었다.


차는 생각보다 천천히 움직였다. 만구가 조심스럽게 운전했기 때문이지만, 승용차에 비하면 느려도 너무 느렸다. 이렇게 높은 곳에서 어둔 곳을 응시하면서 달리면서 "이 땅에 열정적으로 살아가는 분들이 많다"는 감정도 교차되고 있었다. 전에는 앞만 바라보고 달려왔다면 화물차를 처음 운행하는 이 순간, 지금은 느린 속도로 자신의 인생을 일구어가는 첫발걸음을 내딛고 있다는 사실이 각오를 새롭게 만들고 있었다.


"새벽을 달리는 사람들!"

"밤 새도록

고속도로를 채우는 불꽃들"


만구는 이들을 처음 만났다.

잠시 안성휴게소에 있는 화물차 휴게소를 들렀다. 많은 기사들이 잠간의 휴식을 누리고 있었다. 낯선 얼굴들이지만 만구는 인사를 나누고 자신을 소개했다. "제가 막내가 되겠군요.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 한사람 한사람 인사를 드리며 만구는 낯설음을 떨구려고 했다. 휴게소에서 휴식을 마치고 챨리와 함께 다시 차에 올랐다.


새벽 네시 만구가 운전하는 화물차는 가락동청과시장에 도착했다. 성공이었다. 만구는 청과시장 도매상 사장과 정중하게 인사를 나누었다. 신입사원이 된 기분이었다. "그래. 이제 시작이야. 나는 애송이다. 나는 태어난 것이 아니다 잉태되었다. 앞으로 10개월간 자궁에서 잘 준비해서 세상의 빛을 만날 준비를 하자."


사직서를 제출하고 처음으로 나선 화물차 기사로의 출발, 만구는 이렇게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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