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정씨의 정치입문기

나는 준비된 사람이다

격정은 정치에 관심이 없었다.

격정은 사회복지대학원을 졸업하고

사회복지사 1급 자격도 획득했다.

학부를 다닐 때에는 청소년 분야에 관심을 가졌지만 대학원에 입학해서는 노인과 난민분야에 관심을 갖게되었다. 노인분야는 평생직장과 연계되어있고, 난민분야는 국제적인 정보에 접해보니까 사회에서 가장 소외된 사람들을 위한 것이 사회복지라면 결국 난민이 그 주제가 되리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래서 격정은 자연스럽게 국제구호협회를 조사했고 두세차례 아프리카와 중동국가의 빈민촌에 단기로 다녀왔다.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을 통해서 격정은 이전에 전혀 깨닫지 못한 것들을 접하게 되었다.


대학원을 졸업하자마자 격정은 현장으로 진입했다. 현장중심의 실무경험을 쌓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성실했고 클라이언트 중심으로 실천현장에서 업무를 수행하던 도중 격정은 제도상의 미비로 인해 모순되는 현실이 있음을 알게되었다.

자격이 안되거나 복지서비스가 불필요한 사람들에게 과도하게 지원되는 서비스. 자활(自活)이나 자립(自立)보다는 정부지원에 의존하는 사람을 양산하는 제도. 복지서비스가 꼭 필요한 사람이 받지못하는 제도 등이 많이 눈에 띄었다. 그러나 이런 모순을 제도개선이 아닌 사회복지사들의 태만이나 공무원들의 탁상행정 탓으로 돌리는 사례를 많이 경험했다.

어떻게 하면 이를 개선할 수 있을까?


격정이 바라본 사회복지사들은 '사회적(social)'이란 수식어에 부합하지 않는 '개인적(personal)'이고 '개별적(individual)'이었다. 동시에 '동적(active)'이기 보다는 '순응적(passive)'이었다. 한국사회복지사협회가 있지만 이 조직은 사회복지사들의 이익보다는 사회복지사들의 회비를 모아 협회운영에 더 치중했다. 문제는 제도개선인데, 이는 예산이 동반되는 정책을 법과 시행령, 시행규칙을 제/개정하는 것이라서 보건복지부와 국회를 움직이지 않으면 불가능했다. 격정은 다양한 방법들을 모색한 끝에 '결론은 정치다.'로 매듭을 지었다.

정치는 시군구의원이나 국회로 진출하는 방법 두가지가 있는데, 격정은 후자를 선택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흠 그러면 이제 무엇을 해야하는가?'

격정은 자신이 정당을 찾아가는 일은 피하기로 했다. 정당(政黨)이 자신을 원하는 방향으로 방법을 꾀하기로 생각했다. 격정은 이를 위해서 모이기를 싫어하는 사회복지사들을 중심으로 전교조(全敎組)와 같은 전사복조(全社福組)를 결성하겠다고 마음 먹었다.


"현재 사회복지 분야의 관련조직들 중 사회복지사들이 주체가 된 조직은 하나도 없습니다. 심지어 한국사회복지사협회 조차도 회장을 비롯해서 모든 구성원이 관장, 원장, 이사장 그리고 교수들입니다. 이들에게 사회복지사들은 주체가 아니라 객체일 뿐입니다. 사회복지현장에서 사회복지사들과 클라이언트들을 대면하여 직접적으로 접촉하고 이들을 실질적으로 이해하는 사람은 우리들 즉 사회복지사들 밖에 없습니다. 이제 우리가 사회복지의 가치와 정신을 구체적으로 실천하기 위해 모입시다."


격정은 어느새 자신이 투사(鬪士)가 되어있는 모습을 발견하였다. "이것이 곧 자각(自覺)인가?" 놀랍게도 이런 격정의 호소에 사회복지사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격정은 "아래로부터(From the Bottom)"이란 슬로건을 가지고 아동 청소년 장애인 여성 노인 분야별, 거주시설,복지관, 주단기보호시설 등 시설종별로 조직을 하되 시군구별 하위조직 안에 두면서 분야별 전국조직을 조성하고 조직단위 중심으로 개선해야 할 과제, 신설해야 할 과제 등을 중심으로 이슈를 정하고 이슈(Issues)별 정도에 따라 아젠다(Agenda)를 정해서 이에 따른 정책대안(Alternatives as Policy)을 수립하기로 했다. 이를 위한 토론 과정에 조직을 훈련시키고 생각들을 하나로 모으되 특히 주체적인 참가동기를 강화시키기로 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광역시도, 시군구별 그리고 분야별 조직이 만들어졌다. 이런 조직을 구성하는데 약2년밖에 소요되지 않았다.


그런데 큰 장벽에 부딪혔다.

첫째는 자금이고 둘째는 시간내기였다.

거주시설 종사자인 사회복지사들은 근무형태가 4조3교대이기에 시간을 내서 적극적으로 모임을 갖거나 그러한 기회를 내기가 쉽지않았다. 또한 사회복지사들의 대다수가 가정주부인 여성들이라서 일과 가사라는 두가지 짐을 지고 있는데 이에 더하여 조직의 임무를 더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더더욱 안타까운 부분이 있다. 이들은 최일선에서 클라이언트들을 만나 직접서비스를 제공하는 사회복지사 임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자의식은 임금노동자로서의 근로자에 머물거나 자신이 속한 분야와 연관된 복지정책에 대해 법률, 복지사업안내 조차 구경한 적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래서 이들과 정책에 대한 논의를 나누는 일에 기회는 물론 공동의 사고를 하는 것 조차 쉽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이는 전국 어디에나 해당하는 현상이었다. 큰 마음을 먹고 시작했는데, 슬로건에 걸맞는 조직으로서 움직임이 쉽지 않았다. "여기에서 멈추어야 하는가?"


그제서야 격정은 사회복지사들이 왜 하나된 조직을 결성하지 못하고 바닷가 모래알같이 흩어져있었는지 조금씩 파악하기 시작했다. 그래도 전국조직을 결성했지만, 중요한 과제는 그 다음이었다. "어떻게 가동시켜야 하는가?" 사실 격정도 직장인이었다는 사실을 간과했다. 격정도 다른 사회복지사들과 마찬가지로 출근을 하고 퇴근을 하고 그다음은 가정이 있었다. 틈틈 이 시간을 내서 조직 일을 감당한다고 했지만 다른 사회복지사와 처지는 마찬가지였다. 게다가 클라이언트를 만나고 이에 따른 서류를 작성하는 일들 또 격정이 속한 기관의 업무를 수행하는 일들, 팀장으로서 감당해야 될 일들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이런 일들을 수행하면서 틈틈 이 시간을 내어 조직을 끌고 나가는 일 시작은 좋았지만 점점 격정에게도 버겁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직장을 그만두고 본격적으로 정치인으로 나설까?" 이것은 큰 도박이었다. 직원이 있을 때는 사회복지사였지만 사직서를 제출하는 순간부터 결정은 이미 사회복지사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사회복지사로서 조직을 만들고 사회복지사들과 클라이언트를 권익을 위해서 무엇인가 행동한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은 일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격정은 진퇴양난에 빠지게 되었다.


" 나는 준비된 사람이다.

나는 사회복지와 클라이언트를 위해서

충분히 사고를 했고

또 정치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순수하게 희생적으로 이타적으로

앞으로 나설 수가 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격정의 정치 입문기.

격정은 자신이 할 일은 여기까지라고 생각을 했다. 함께 조직을 준비하느라 시작했던 다 열전적인 다른 분에게 고백했다.

"나는 후견인으로써 남겠습니다.

여기까지 제가 할 일인 것 같습니다."


격정은 언젠가는 이 일을 계속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다만 지금은 때가 아니라고 확신했다. "나는 잘 준비해서

진정한 정치인으로 돌아오겠오."


격정은 결단하고 정치 입문기간을

이제부터 길게 찾기로 했다. 그 이유는 포기한 것이 아니니까. 언젠가는 이 일은 자신이 해야할 일임을 확신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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