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내 자식이 아닌데 (3)

내 소유는 아니고

다낭여행에서 돌아온 필규부부는 그 어느 때보다 깊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관계에 자신들이 있다는 사실에 더욱 큰 행복을 발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 사이의 대화주제는 여전히 "자녀관과 부부"가 지속되고 있었다.


필규는 아내의 생각을 물어보았다.

"당신은 자녀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어요?"

아내는 즉각적으로 대답했다.

"깊게 생각은 해보지 않았어요.

단 내부모님. 당신 부모님은 우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오셨는지 생각해보면 좋은 참고서가 되겠다고 보았어요. 그 다음 우리 교회를 다니고 있잖아요 비록 긴 시간이 아니지만. 성경은 무엇이라고 하는지. 또한 AI에게 물어봐도 좋을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친구들 이야기를 종합해서 우리들의 결론을 모아보면 어떠할까요? 아마 그때 내 생각이 정리될 것 같아요."

아내의 말을 들은 필규는 하마터면 운전대를 두손에서 놓을 뻔했다. 아내의 말이 지나칠정도로 논리적이라서 필규가 반대할 틈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며칠 뒤, 필규는 아내에게 대답했다.

" 당신의 이야기를 곰곰이 생각하면서 정리를 해 봤어요. 우리 부모님에게 있어서 나는 부모님의 소유물이었던 것 같아요. 다시 말하면 "someone" 이 아니라 "something" 때로는 "전재산(all)"이었던 것으로 여겨져요. 부모님이 밖에 나가서 아들인 나를 자랑할 때에도 인격체가 아니라 오랫동안 집에서 간직해 왔던 가보(家寶) 정도로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러니까 나는 사랑을 받았지요. 많은 사랑을 받았죠. 근데 그 사랑이 알고 보면 인격적인 사랑은 아니고 물건에 대한 애착(愛着, attachment)정도로 받아들여져요. 인격적인 사랑이었다면 내 생각도 들어주고 내 선택도 인정해주고. 내가 가야 할 길은 내가 스스로 갈 수 있도록 안내를 해 주셨겠지요? 그러나 부모님은 이와는 정반대였습니다. 무엇이든지 부모님 뜻대로 해야 했고 부모님 생각대로 움직여야 했고 또 부모님이 정한 길로 가기를 바랬죠. 물론 지금의 나는 부모님이 원했던 길과는 다르지만요. 그래서 부모님이 나에 대해서 섭섭히 생각하는 것 같아요."

아내도 순간순간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을 표했다. "맞아요 맞아.우리 부모님도 똑같아요. 알고보니 나도 당신과 같이 사랑받고 살아왔는데, someone이 아니라 something 을 향한 사랑이었네요. "


필규는 "계속 이어갈까요?"라고 물었다.

"우리가 교회를 얼마 다니지 않았지만, 성경에서 말하는 사랑은 특히 부부, 부모-자녀관계에서 사랑은 많이 다른 것 같아요. 성경이 기록될 당시 아이들과 여성은 사람으로 인정받지 못했잖아요. 그런 당시에 부부간에도 동등하게 사랑하라고 명령하고 아이들을 귀하게 대하되 천국이 아이와 같다고 할 정도로 높인 것 게다가 이런 말도 있는 것 같아요 부모들이여 아이를 노엽게 하지말라. 이 정도라면 너무 획기적이지 않나요 아마 당시 사회체제나 자녀에 대한 사람들에 대해 혁명적인 내용이 아닐까요? 이를 종합해보면 아이를 소유(possession)로 생각하는 것에 대해 절대 반대하는 것 같네요."


필규 아내는 남편의 이야기를 들으며 무엇인가 곰곰히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다. 어느 정도 대화가 오고가면서 두 사람 사이는 마치 학술대회에서 발표와 논찬을 하는 모습으로 발전하는 것 같았다.

"우리 부부처럼 이런 이야기로 즐거워하는 경우도 있을까요?"

두사람의 사랑은 더욱 깊어지는 것 같았다.


며칠 지났을까?

아내는 남편에게 말했다.

"당신 친구들의 대화내용을 정리해보았어요. 다들 아이들을 사랑하는 것은 분명해 보였어요 그런데 모두 자녀로 인해 속상해하는 것도 공통적이었어요. 왜 그럴까? 찬찬히 생각해보니까 나는 이런 결론에 도달했어요.

아이들은 자아정체성을 찾아가는 시기여서 부모의 양육 틀에서 벗어나려는 시기이다. 동시에 부모들은 아직 아이들이 성장과정에 있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나타난 갈등은 친구들도 자녀들을 자신들과 분리시키지 못한 부분이 있는 것 같애요. 아이들은 부모로부터 독립하려고 하는데 부모들은 그렇지 못한 것 아닐까요? 그래서 갈등이 깊어지는 것 같아요. 공간의 독립, 정서적인 독립을 아이들은 원하고 있어요 아이들은 그만큼 성장했이요 친구들은 자녀들이 성장했음을 인정하지 못하고 있어요 이게 갈등의 핵심이 아닐까요?"

필규는 아내의 분석에 깜짝 놀라는 것 같았다. 마치 아동학 전문가, 발달심리학을 전공하고 가족복지까지 섭렵한 듯한 분석.

"여보 당신 전문가야. 어떻게 이리 잘 분석할 수 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