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 아이를 잘 몰라요 (6)

이해할 수 없어요

우리 둘은 처음 들은 부탁이기에

긍정적으로 받아들였습니다.

언어와 인지 부분에 더 중점을 두어달라는

간곡한 부탁을 가슴 속에 새겨가면서.


"요사이 이런 일도 하나봐요."

아내는 조용히 나에게 속삭였습니다.

그리고 2주간 우리는 부지런히

그리고 섬세하게 애랑이를 관찰했습니다.

그리고 정리된 체크 리스트를

원장님께 돌려드렸지요.


그리고 1 주일 뒤 우리는 원장님과 얼굴을 마주하고 앉았습니다.

"애랑이 아버님, 어머님.

꼼꼼하게 잘 체크해 주셨군요.

수고 하셨습니다."


우리는 어깨를 으쓱 거리면서

"당연히 우리가 해야 할 일인데요. 뭘"하고 대답했습니다.


원장님은 우리의 눈을 바라보면서

차분하게 말을 이어갔다.

"흠..사실 애랑이가

어린이집에서 너무조용해요. 차분하고요.

그래서 집에서는

어떻게 생활하고 있는지

궁금했습니다.

보니까 집에서도 여전히

조용히 생활하고 있는 것 같네요.

아마 애랑이가 조용하니까

더욱 예뻐하셨겠지요.

귀찮게 하지 않으니까."


애랑이 엄마는 고개를 쑥 내밀면서 맑은 목소리롤 대답했습니다.

"네 우리 애랑이는

태어날 때부터

오늘까지 우리를 떠난 적도,

힘들게 한 적이

한 번도 없었어요.

참 순하고 착한 아이에요."


나는 옆에서 같은 생각이라는 듯이

고개를 끄떡이며 경청하고 있었습니다.


"네 그렇겠지요.

그런데...조심스럽게 살펴보세요.

애라잉아 다른 5세 아이에 비해서

언어발달이나 인지 발달에

조금 다른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여기 정상발달 체크 리스트가 있지요?

그리고 이 부분이 부모님께서

발달영역에 체크하신 부분이지요.

잘 보시고.. 가능하면

집에서 대화를 많이 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도 열심히 해 볼께요."


우리 부부는 어린이집을 나오면서

깊은 생각에 빠졌습니다.

"그래 우리 애랑이 참 조용하지.

우리 둘의 품 안에서만 자라서 그런가?

그러고 보니 어린이집에 잘 다닌 것 같애..

이제부터 열심히 잘 돌보면 괜찮겠지. 뭘... "

그리고 우리는 1년을 지냈습니다.


이제 초등학교 입학하는 날이 가깝게 다가왔습니다.


"와우.. 애랑이가 이제 초등학교에 가게 되는구나."

우리는 어린이집 원장님과 담임 선생님에게 소정의 선물을 드리면서 감사의 표시를 했습니다.

그리고 초등학교로 향했습니다.

우리 둘의 손을 잡은 애랑이는

부쩍 키가 자랐고,

발걸음도 가벼웠습니다.


우리들의 마음은 40여년 전

초등하교 입학했던

그 날로 돌아가 있었습니다.

넓은 운동장.

가슴에 매달린 곱게 접은 하얀 손수건,

운동장을 가득 메운 아이들..

우리는 엄마 손을 잃어버리지 않으려고 꼭 잡고 있었지요.


바로 그 순간...옆에서 사람들이 하는 말이 귀바퀴를 타고 우리 마음을 울렸습니다.

"어머 영숙이 어마. 반가워...

그래...영숙이는 영어공부 했어?"

"응 우리는 Y 영어 공부하잖아...

지금 국어와 수학공부는 어떻게 하고 있어?'

"응... 이틀간은 학습지로, 나머지 사흘은 학원에 다니고 있잖아..

미원이도 3학년 선행학습 하고 있지

잘 하고 있지?"

"그래.. 미원이도 잘 하지..

참 다음 주 수용일 미원이 생일 파티에

영숙이도 보낼거지?"

"그럼..학원에 다니는 친구들이 다 오겠지?"

"당근이지....하여튼 미원이 입학 축하해요."

"뭘 같은 일인데... 영숙아.. 축하해.."


이분들의 대화는 우리에게 외국인의 대화로 다가왔습니다.

"뭐 영어? 국어 수학..선행학습?"


우리 서로 말을 하지 않았지만,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저 서로를 멍하니 바라볼 뿐이었습니다.


"우리는 기껏 어린이집에만 보냈는데...

이것도 ...용기를 낸 것인데.."


집으로 돌아오자 마자 우리는 수소문을 했습니다.

무슨 학원을 어떻게 보내야지?


갑자기 우리는 바빠졌습니다.

아니 혼란스러웠다고 하는것이 바른 표현이 될 것입니다.


시간을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부터 애랑이는 학교에서 돌아오면..

새로운 학원에 등록하기 위해서 동분서주해야 했습니다.


애랑이는 해 보지도 않은 일을 하게 된 것이지요.


학원을 다녀온 애랑이는 피곤했는지....

학원에서 무엇을 배웠는지 물어보기도 전에

그냥 잠자리에 들어갔습니다.


그도 그렇겠지요.


이제 간신히 다른 부모들과 같이 애랑이에게 무엇인가 해 주었다는

약간의 안도감이

가슴에 자리잡았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애랑이와 같이 조용히

우리에게 찾아오고 있엇습니다.

여름방학이 다가왔을 때 애랑이는

늘 반복된 생활을 하고 있었지요.

여전히 피곤한 모습을 띤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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