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 아이를 잘 몰라요 (7)

불안한 고요

애랑이가 맞는 첫번째 여름방학이다.

우리 어디로 여행갈까?

"애랑아 너는 여름방학에 어디로 가고 싶니?"


사실 애랑이가어렸을 때에는 이곳 저곳을 많이 다녔지요.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함께 여행을 다녀본 적이 거의 없었지요.

그러니 애랑이 입술에서 어떤 장소가 표현되기를 어려웠겠지요


모처럼 여행가방에 휴가를위한 각양각색의 소품들을 다 채웠습니다

물론 애랑이가 좋아하리라는 장난감도 다 챙겨넣었어요.


우리는 출발했습니다.


그런데...영동고속도로를 빠져나가면서

오늘따라 이상한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오늘이 처음은 아니었습니다.

아주 오래전 부터 이런 생각을 갖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좋아지겠지, 세월이 흐르면...

애랑이가 더 크면 달라지겠지.' 하면서 지내왔지요.


무엇때문이냐구요?

애랑이가 너무 조용하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이렇게 여행을 떠나게 되면, 다른 아이들은 난리가 나지 않을까요?

"아빠 이것 사줘, 엄마 저것 사줘.. 나 이것 가지고 갈꺼야..

아빠 우리 헤엄치나요? 나 예쁜 수영복 사줘! ....."

그런데 애랑이는 아무 것도 요구하지 않았어요.

지금 달리는 차안에서도 애랑이는 물끄러미 차창 바깥을 응시할 뿐이지요.


"애랑아.. 애랑아...여행가면 무엇할꺼야?"


애랑이는 엄마를 힐슥 쳐다보더니 스물스물 웃기만 했어요.

"여보 애랑이와 이야기좀 해 봐요"


나에게 어느 덧 불길한 느낌이 엄습해 오는 것을 감지하기 시작했습니다.

'다른 아이들은 안 그런데.. 왜 우리 애랑이는 이렇게 조용할까?'


"애랑아. 엄마 손 잡아보자.. 우리 지금 어디 가지?"

아내의 질문에 애랑이는 조심스럽게 대답했습니다.

"머-얼..리..."


"그래 멀리 가고 있어. 그곳에 가면 바다도 있다! 물고기도 있어....

맜있는 음식도 먹을거야... 애랑이는 먹고 싶은 것이 뭐가 있을까?'

애랑이에게 이렇게 질문하는 아내의 모습을 참 오랫만에 보게 됩니다.

"맛있는 거.....많... 이."


애랑이의 대답은 간단했습니다.


드디어 우리는 경포대 근처에 숙소로 들어갔습니다.

작년에 경포대 솔밭에 불이 나서 검게 그을린 나무들을 바라보니 속이 검게 타 들어가는 것 같았습니다.


짐을 다 풀고 나서 우리는 다시 숙소로 나왔습니다.

"여보 우리 남애항으로 가자. 그곳이 모래도 좋고 .. 아주 조용해요."

우리는 다시 차를 몰고 달렸습니다.


바다는 조용했습니다.

남애항!!

우리는 애랑이 손을 잡고 뛰었습니다.

모래 위도 걸어보고, 파도가 달려드는 곳 까지 달려가기도 했습니다.

애랑이 입에서는 웃음이 그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애랑이 입술에서 많은 말을 듣기는 어려웠습니다.

나는 애랑이에게 이러저런 질문을 던지면서 애랑이의 반응을 보았습니다.

그때마다 애랑이가 표현하는 말은 아주 간단했습니다.

"아빠.. 좋아.. 아빠.. 좋아... 너무 좋아..:"


남애항의 맑고 푸른 하늘과 바다.

그 어디에서도 발견하기 어려운 평화,.

그리고 고요함.


마치 우리 가정이 전세낸 듯 보였습니다.

그렇지만...점점 내 마음 속에 의심의 싹이 트고 있었습니다.

'이런 고요함이 ....좋기만 한 것일까?

특히 애랑이의 조용함이 ... 마냥 ... 즐거운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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