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하비루(Habiru)" 입장에서 읽는 출애급기 (5)

야훼의 이름으로 나아가는 모세

모세는 보다 확실한 근거가 필요했다.

"당신은 누구십니까? 당신의 이름은 무엇임니까?

 누가 나를 보냈다고 해야 저들이 나를 인정하겠습니까?

 어차피 저들은 나를 믿지 않을 것입니다. 

 나를 보낸 분이 누구냐에 따라 저들은 나를 인정할 것입니다."


야훼는 모세에게 말했다.

"나는 너희 조상의 하나님. 

아브라함의 하나님, 이삭의 하나님, 야곱의 하나님이다.

나는 스르로 있는 자(I am that I am.)"라고.


신은 모세에게 여러가지 이적(miracle)을 보여주었다.

그 때마다 모세는 흔들렸다.

그렇지만 이적이 끝나면 모세는 다시 연약한 자로 돌아왔다.

'여전히 나는 안되겠습니다."


신은 모세에게 말씀했다.

"내가 너와 함께 하겠다. 네가 어디를 가든."


어머니 요게벳으로 부터 들은 조상에 대한 이야기, 하나님에 대한 이야기가 떠올랐다.

기억 속에서 사라져간 하나님이 모세 안에서 실재가 되어 나타나신 것이다.

"지금 내 백성 하비루들이 이집트에서 학대로 인하여 신음하는 것을 내가 들었다.

 내가 내백성의 고통을 안다.

 내가 내 백성을 이집트에서 이끌어내야 한다. 그 일은 모세가 감당해야 한다."


모새는 신의 명령을 받아들였다.

모세가 알고 있는 자신의 권위가 아니라 신의 권윌 나아간다는 믿음으로.


모세는 장인 이드로를 찾아갔다.

"이집트에 있는 나의 형제들을 돌아보기 위해서 돌아가려고 합니다.

 허락하소서."

이드로는 "샬롬 평안히 가라"하고 허락한다.

모새는 80이란 노구(老軀)를 이끌고 우리에게 나타났다.


40년 이란 세월.

모세에게는 40년 전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지만, 

하비루들에게 40년이란 망각이란 단어에 적합한 기간이었다. 


신은 모세에게 말했다.

"이집트에서 너의 일을 기억하는 자들이 모두 죽었다."


모세는 아내와 식구들을 나귀에 태우고 이집트로 향했다.

40년 만에 그는 자신의 형 아론을 만났다.


재회.

어머니 요게벳으로 부터 듣은 유일한 피붙이 형 아론.

언어 능력에 부족함을 보완하도록 신이 인정한 형 아론.


모세는 아론과 함께 하비루의 나이가 많은 사람들

소위 장로(長老)라 하는 자들을 만났다.


우리 하비루들은 두 가지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하나는 언제 이런 고된 삶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다른 하나는 이 삶에서 벗어난 들, 별 수 있을까?


하지만 매일 가중되는 박해와 핍박으로 인해 한번도 살아보지 못했던 낫선 삶을 그리워하는 마음이 더 새롭게 생겨났다.

이 상태에서 죽지 못할 바에야 차라리 다른 곳에서 살아보았으면.

우리를 괴롭게 하는 이들의 손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무엇이든지 해 볼 수 있었을텐데.


모세와 아론이 하비루의 장로들에게 그동안 일어난 일에 대해 소상히 밝혔다.

"스스로 있는 자가 나를 보냈다.

  아브라함의 하나님, 이삭의 하나님, 야곱의 하나님이 우리의 고통을 아신다.

 우리를 이 땅에서 이끌어내기 원하신다."


우리는 당황했다.

"누구라고? 하나님이라고?"


감자기 낫선 남자가 와서 조상의 하나님을 들먹거리면서 우리를 이끌겠다고 한다.

왜 장로들은 의심없이 모세와 아론을 따랐을까?

대대로 내려온 박해를 이기지 못하여 아무나 따라가겠다고 하는가?


하비루 안에는 막연한 기대가 반, 불안이 반이 섞여 있었다.

그러나 '기대가 반"이라는 사실은 엄청난 것이다.

우리에게 "기대, 기다림, 희망:"이란 단어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다.

"샬롬(Shalom)"이란 단어는 읊조일 수 있어도 말할 수 없는 단어였다.

왜냐하면 우리 조상 대대로 "샬롬"을 포기한 지 올해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낯선 노인 둘이 등장해서 우리 안에 혼란이란 씨앗을 던졌다.

그는 "나는 이와같은 능력이 있다. 나는 너희들을 이끌만한 지도력이 있다.

 나를 따르면.."이라고 말하지 않았다.


" 아브라함의 하나님, 이삭의 하나님, 야곱의 하나님이 나를 보냈다.

  우리 조상의 하나님이 우리를 이집트에서 이끌어내기를 원한다.

 그분이 우리와 함께 하신다."

모세와 아론은 자신이 아니라 신의 권위를 가지고 우리에게 다가왔다.


한번도 들어보지 못했던 말이다.

그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우리를 현혹한 적이 많았다.

이들을 따라갔던 자들은 모두 실망하며 돌아와야 했다.

마음의 상처를 안고.


그러나 이번은 달랐다.

이들은 자신의 이름을 내 걸지 않았다.



작가의 이전글 "하비루(Habiru)"입장에서 읽는 출애급기(4)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