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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비루(Habiru)" 입장에서 읽는 출애급기(6)

파라오 앞에 선 모세

모세는 파라오를 만났다.


우리들에게는 조직이 없었다.

조직이 없으니 관리자도 없었다.

장로라는 사람들도 조직을 관리하는 사람들이 아니었다.

우리는 소문으로 들었을 뿐이다.

실제로 이집트를 떠나는 일에 대하여 우리 하비루에게는 관심사가 아니었다.


만일 이곳을 떠난다면, 어디로 가야하는가?

이렇게 많은 하비루들이 어떻게 이동한다는 것인가?

과연 떠난다고 하자.

파라오가 우리를 내어놓아 주겠는가?

우리가 떠나면 우리가 감당했던 수많은 과업들을 파라오의 백성들이 감당할 수 있는가?

우리 덕분에 편하게 손에 물도 묻히지 않고 살던 이집트인들이 가만히 있겠는가?


게다가 순탄치 않는 과정에서 파라오가 우리에게 가할 핍박의 정도는 더 가중되지 않겠는가?

지금도 힘들어서 "내일 아침에 태양이 뜨지 않기를"기도하고 있는 것은 우리 아닌가?


그런데 모세가 파라오의 궁정에 들어갔다고 한 그 날 심각한 현상이 발생했다.

나일강이 붉은 핏빛으로 변했다.

우리 하비루가 거주하는 지역을 제외하고..

이 뿐 아니었다.

이집트인들 대부분이 거주하는 지역에 개구리가 떼로 나타나 날 뛰더니

며칠 지나지 않아 이, 파리가 이집트인들 거주 지역을 뒤덮었다.


이집트인들이 살고 있는 동네에서 한동안 비명소리와 신음소리가 그치지 않았다,

악질과 같은 질병이 이집트인들에게만 발병하여 얼굴을 듣고 다닐 수 없을 정도로 처참한 광경을 초래했다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정도의 불행에도 고분고분하지 않고

파라오가 꿋꿋하게 버티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려왔다.

그럼 그렇지. 파라오가...이 정도로 항복할 위인이 아니지.


며칠 지나지 않아 이집트인들에게 독종이 발하여 숱하게 고초를 겪고

우박이 맑은 하늘에게 쏟아져내려와 모든 농작물들이 다 쓰레기로 변할 뿐 아니라

거리를 돌아다닐 수 없는 지경이 되기도 했다,.

우박이 그쳤는가 했더니 며칠 지나지 않아 메뚜기가 하늘을 덮어 이집트인들에게 주어진 그 넓고 평화로운 논과 밭은 폐허가 되고 말았다.


더욱 놀라운 것은 한동안 짙은 어둠이 태양을 가리워서 낮과 밤, 밝음과 어둠을 구분할 수 없게 만들어 카오스(Chaos) 세상이 한동안 지속되어 혼돈이 깊게 드리우기도 했다.

어둠 속에서 얼굴을 구분하기도 힘들고, 어디로 가야할 방향도 잃게 만들었다.

이러한 흑암의 세계는 오랫동안 지속되었고, 파라오는 거의 항복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고 한다.

그러나 흑암이 거치자 파라오는 마음을 바꾸어 모세의 청을 거절했다고 한다.

우리, 하비루들 안에는 거대한 소란이 시작되었다.

반신반의 (半信半疑)했던 우리들이었다.

여전히 모세는 파라오를 대적하고 있지만,

이러한 현상이 하비루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충분한 설득할 수 있는 근거가 되지 못했다.


이러던 중에 소위 장로란 사람들에 의하여 작은 지시사항이 전달되었다.

우리가 이집트를 떠나게 될 D-Day가 정해졌다는 것이다.

천사가 내려와

모든 가구의 장남,

가축 중에서 첫번째로 태어난 수컷을 모두 죽인다는 것이다

다만 이러한 죽임의 사건에서 벗어나려면

각자 집 문설주에 양의 피를 바르라는 내용이다.


아울러 이러한 재앙이 마지막 신호탄이 되어서 파라오가 우리르 내어줄 것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다시 돌아올 가능성이 전혀 없는 떠날 준비를 하라는 것이다.


우리가 이곳을 떠나서 어디로 가야할 것에 대하여 설명은 없었다.

듣기에는 모세도 모른다고 한다.

우리 조상의 하나님이 인도하는대로 우리의 발걸음이 옮겨지면 된다는 것이다.


이런 막연한 이야기가 어디에 있는가?

거대한 무리들이 이동하게 되면,

먹을 것, 잠잘 곳, 생리적인 것을 처리할 아주 넓은 장소가 필요하다.

또한 어린아이를 낳는라고 몸을 푼지 얼마안된 여인들과 아이들, 병든 사람들은 어떻게 이동해야 하는가?


이러저러한 걱정거리들이 산처럼 쌓여가고 있는데...

이에 대하여 토로하는 사람들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차라리 이곳에서 얻어맞으며 고초를 겪다가 죽는 것보다 낫지 않겠어?"

"어디에 간들, 이보다 못한 삶이 주어질까?"

일부 의식있는 하비루들은 이렇게 말한다.

"이런 고통스러운 일들은 우리 대에서 끝나야 해.

우리 조상들이 우리에게 념거주었듯이 우리들도 후대에 넘겨주는 일은 멈추어야 해."

"모세가 누구인지 모르지만, 파라오를 향해어 이런 일을 벌이는 것을 보면

 대단한 사람인 것 같아..."

"지금 일어난 현상은 사람이 할 일이 아니라. 신이 아니면..

 그렇다면 모세를 우리 조상의 하나님이 함께 하신다는 것은 믿을 수 있지 않아!"


우리 하비루들 대부분은 아직 구체적으로 모세를 만난 적은 없지만

모세와 함께 하는 신에 대한 신뢰가 더욱 굳게 높아지는 것 같았다.


"그래  한번 해보는 거야.

 D-Day.  문설주에 양의 피를 바르는 일은 어려운 일이 아니잖아.

 하나님을 믿는 일이 어려운 일이지. 해 보자구!!"


그리고 약속된 날, 밤이 시작되었다.

길고 긴 날이었다.

시간이 흘러가는 일을 멈춘 것 같았다.

드디어 여명(黎明)이 밝아오고 있었다.


붉은 태양이 고개를 들기도 전에 우리는 우리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집트인들이 거주하는 지역에서 들리는 절규는

거대한 폭포가 되어 온 마을을 뒤덮고 있었다.

"내 아들... 내 아...들..."

그들이 살고 있는 하늘은 찢어지고 있었다.

파라오가 살고 있는 궁궐도 예외가 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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