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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비루(Habiru)" 입장에서 읽는 출애급기 (9)

마실 것을 주시오

만나와 메추라기로 배를 채우며 하루 하루 살아가고 있었다.

그러나 우리의 감사는 지속되지 못했다.


매일 태양은 우리 머리 위로 작렬(炸裂)하고 있었다.

쉴 새 없이 땀은 속옷 안으로 휘집고 들어왔다.

사방 어디를 보아도 횡하게 뚫린 벌판 뿐이었다.

문제는 "물"이다.

어디에서 물을 얻어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하비루, 우리들이 감격하며 기뻐했던 것은 순간에 지나지 않았다.

정말 아주짧은 시간 뿐이었다.

"물... 물을 다오."

"우리를 죽이려고 이곳까지 데리고 왔던가?"

"바닷물을 먹을 수도 없고, 어디에서 우리는..."


여기저기에서 불평과 불만이 가차없이 내뱉어졌다.

사실이었다.

현실이었다.

너무 참혹했다.

이집트에서 나왔다는 사실 하나만 현실적으로 존재할 뿐,

우리의 삶은 더 궁핍해졌고, 더 삭막해졌다.

물기 하나 없이 말라버린 모래와 같은 헛헛한 삻이 눈 앞에 펼쳐졌을 뿐이다.


하비루들의 불평은 분노로 확대되어 가고 있었다.

"하나님이 하신 일이 이것 뿐인가?"


결국 하비루, 우리들은 우리를 이끌언 낸

우리가 찬양했던 신에 대한 원망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모세는 기가 막혔다.

어떻게 해서 여기까지 오게 되었는가?

아브라함, 이삭 야곱의 하나님이 우리를 이곳까지 인도하지 않았던가?

그런데..어찌하여 그리 참을 수 없단 말인가?

홍해 앞에서도 그리 불안해하고 우리를 향하여 저주를 퍼붓더니

이들의 입술에는 저주와 불평이 아니고는 달리 나올 것이 없는가?


모세는 신에게 기도했다.

기도를 마치자마자 자기가 들고 있넌 지팡이로 바위를 내리쳤다.

바위에서 물이 쏟아져 나왔다.

사람들은 걸신이 들린 것 거첨 달려들었다.


메마른 목에 물을 적시기 위해서 달려들었다.

한 번 터진 물은 쉴 새없이 흘러나왔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흘러 물이 마르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이 드니

사람들은 조금 안정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 또한 얼마가지 못했다.

다시 사람들은 불만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물만 충족되면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조건이 충족되는 것은 결코 아니었다.

이집트에서 가지고 나온 음식도 거의 바닥을 드러냈다.


"이제 이 광야에서 굶주림으로 죽어가는구나."

"그래.. 물만 주면 다 인가? 목만 축이면 끝나는 것인가?"

"자 우리 죽자.. 죽자...

 이것이 우리를 이집트에서 이끌어 낸 신이 원하는 것이다."

몇몇 사람은 하비루 앞에 나와 선동 (煽動)하기 시작했다.

시작은 몇몇이었지만, 그 파도는 아주 손쉽게 널리 확산되어갔다.


"그래.. 이 곳은 시체를 장사지내기에도 아주 넓구나. 죽자"

"이제 우리가 돌아갈 곳은 없다.

 우리가 걸어온 바닷길이 다시 열려질 가능성은 전혀 없다.

 이제 여기서 주려죽자."


모세는 불평하는 하비루를 보면서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렇다고 나무랄 수 없었다.

이집트에서 이끌어 낸 신의 능력은 위대하고 위대했다.

바위에서 물을 내신 것 처럼 신은 하비루의 삶을 책임져 주실 것이다.

그러나 저들이 불평학 불만을 표하는 것이 부자연스러운 것도 아니다.

그 이유는 모세의 처지도 이들과 결코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비루, 우리는 자신도 먹지 못하고 목도 축이지 못하는 모세를 향하여 화를 내고 있다.

"모세 왜 그대는 아무 것도 하지 않는가?"

"모세, 자네가 우리를 이곳까지 이끌었다면, 우리의 삶도 책임져야 하지 않은가?"

선동자들은 외쳤다,.

"그대여..그대가 믿는 신이 하는 일은 여기까지가 끝인가 보오.

 더이상 우리를 이끌어내신 신은 우리를 죽음으로 몰아가는 목적을 가진 것 같소."


이들은 신을 향한 모독적인 표현을 서슴지 않고 내 뱉었다.


그렇다.

사방은 휑하니 뚫려있다.

구름 한 점 없이 뜨거운 열을 뿜어내는 태양만이 하늘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우리가 태양에게 제사를 지내야 하는가?"


우리는 가감없이 우리를 이끌어낸 신에게 불평을 쏟아냈다.

이것은 불신(不信)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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