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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비루(Habiru)" 입장에서 읽는 출애급기(8)

먹을 것을 주시오

거세게 밀려오는 파도,

둘로 나뉘어졌던 바닷물이 하나로 합쳐지는 장관이 눈 앞에 펼쳐지고 있었다.


방금 이집트의 말발굽 아래에서 우리가 삼키울 것이라는 두려움은

거대한 물폭탄에 잠겨버리는 이집트 군사들은 두 눈으로 목도(目睹)하면서

환호(歡呼)로 바뀌었다.


우리들 입에서 한번도 외쳐보지 못한 찬송이 흘러나왔다.

"전능하신 하나님이 우리를 구하셨다."

"우리를 이끌어내신 하나님은

 만군의 하나님이다."

"모세와 아론.

 그대는 실로 하나님의 사람이다."

"저 지긋지긋한 이집트에서는 곤고한 삶, 이제는 끝이다."

"우리는 자유다."

얼마나 좋아했는지 모른다.

모두 붕붕 뛰기도 하고, 손에 손을 잡고 춤을 추기도 하였다.


각자 가지고 나왔던 짐에서 약간의 음식을 꺼내어 함께 나누면서도 전혀 아까워하지 않았다.

며칠동안 축제는 게속되었다.


그러나 시간이 얼마지나지 않아 사람들 입에서

불평이 쏟아져 나왔다.

"아니 이제 어디로 가는거야?"

"지붕도 없는 이 광야에서 그냥 살자는 것은 아니겠지?"


이미 이집트에서 가지고 나온 음식지료를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

당장 농사를 지을 수도 없었다.

대대로 유목민이든 우리는 수백년간 토목공사에 동원되었다.

그러니 양식을 마련하기 위하여 준비할 수 있는 것도 부족했다.


게다가 축제를 하느라고 가지고 왔던 적은 양의 음식도 이미 다 소모하고 말았다.

아이들은 젖을 달라고, 먹을 것을 달라고 떼를 쓴다.


여전히 하늘은 높고, 땅은 넓었다.

그러나 경작할 땅이 많은 것도 아니었다.


바다를 보고 불평했던 사람들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거봐.. 차라리 이집트 땅이 더 좋았다고 하지 않았나?"

"이제 우리가 어떻게 살라는거야?"

"설마 이 넓은 광야가 우리의 종착지는 아니겠지?"

"모세여 이제 우리는 무엇을 먹고 살아야겠소?

 당신을 세운 신에게 물어보시오."


이집트 군사들이 바닷물에 삼키울 때, 박수치며 환호했던 자들이다.

그들도 한 목소리로 전능하신 신을 찬양했다.

하지만 마음을 바꾸는 일에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그러나 우리들은 큰 목소리로 불평하는 저들의 이야기를

비논리적인 것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왜냐하면 말로 표현하지 못하는 우리의 심정을 저들이 대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불평하는 하비루의 원성을 신이 들었다.

신(神)은 대답했다.

"내가 양식을 내려 주겠다.

 그러나 매일 자신에게 필요한 만큼만 가져가야 한다.

 욕심을 부려서 내일 먹을 양을 미리 가져가면

 그들은 다 썩어 버릴 것이다.

 다만 안식일 전에는 이틀치를 가져가라.

 그 이유는 안식일에는 양식을 내려주지 않을 것이다.

 너희는 안식일에 쉼을 가져라.

 일용할 양식을 얻기 위한 일 조차 하지 말고 쉬어라."


그리고 하늘에서 무엇인가 내려왔다.

사람들은 서로에게 묻는다.

"이것이 무엇인가? 저것은 무엇인가?"


그래서 '이것이 무엇인가'라는 의미로 만나라고 하고, 다른 하나는 메추라기가 되었다.

식물성과 동물성이 함유된 음식이 내려오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자기가 서 있는 자리에서 내려온 만나와 메추라기를 맛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당일 필요한 만큼 가져갔다.

하지만 신의 명령에도 불구하고 '내일 양식'을 더 챙겨가는 사람들도 더러 있었다.

그 양식은 신의 명령대로 다음 날 아침, 썩은 채로 발견되었다.


사람들은 매일 하늘에서 내려주는 양식으로 매를 채우며 하루 하루 살아갔다

하비루들은 감사의 찬양으로 노래를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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