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하비루(Habiru)" 입장에서 읽는 출애급기(10)

사라진 모세

우리는 매일 제공되어지는 만나와 메추라기로 배를 채웠다

모세가 지팡이로 바위를 쳐서 러나오는 물로 목을 축였다.

그러나 이것으로 만족할 우리가 아니었다.


일용할 양식이 해결되었다고 하여 하비루의 욕구가 다 채워진 것은 아니다.

또다른 욕구가 매일 매일 분출했다.


어떻게 매일 만나와 메추라기로만 연명해야 하는가?

일주일만 지나도 싫증을 내기 마련인데, 우리는 한 달째 같은 음식만을 반복해서 먹고 있다.


매일 이렇게 천막을 치고 이동하면서 살 수 있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수십만이 되는 사람들이 매일 쏟아내는 생리적인 분비물은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가?

자녀들은 무엇을 하고 살아야 하는가?

광야에 머무는 것이 종착지가 아니라면 우리는 이제 어디로 향해 이동해야 하는가?


지붕도 없는 이곳에서 영원히 정착하라는 말은 아니겠지.

그렇다면 다음 계획은 무엇인가?


우리를 이끌어 낸 신은 이제 할 일을 다 하셨는가?


바다를 건너왔을 때 감사가 념쳐서 춤으르 추었던 하비루는 아니었다.

그렇다고 이렇게 불평하는 우리 하비루가 그다지 그릇된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여겨지지 않는다.

충분히 분노하고 불평할 수 있는 상황이 지속되는 것은 사실이었다.


게다가 하루가 멀다하고 모세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야 했다.

이들의 하소연을 들어야 했다.

모세의 나이는 80을 휠씬 넘어가고 있다.

모세의 체력도 한계점을 향하여 달려가고 있었다.


길고 긴 세월동안 노예와 비슷화게 살아왔던 하비루였다.

이집트의 권력 하에서 쥐죽은 듯이 연명하는 것이 자자손손 대대로 이어지는 숙명으로 받아들였다.

이집트의 채찍 앞에서 한마디 불평도 하지 못했다.

그러던 하비루의 입이 자유를 얻었다.


과거 고된 노동을 하고 집에 들어가서 뒷담화 하며 이집트를 험담하던 이들이

이젠 노골적으로 신에 대하여 원망하기를 목청껏 내 지르고 있었다.

게다가 아노미 상태였다.

질서도 없었고, 조직도 없었다.

우후죽순 갑자기 누가 나서서 말하면 "옳소 옳소!"하며 떼를 지어 분당질을 하고 있었다.


신은 모세를 불렀다.

"내가 너와 하비루를 위해서 줄 것이 있다.

 그러니 나와 만났던 그곳으로 오라."


모세는 형 아론에게 하비루를 부탁했다.

"내가 신을 만나러 갔다오겠오."


모세는 하비루를 떠나 산으로 올라갔다.

모세가 없는 곳에서 아론은 잠시 하비루의 리더가 되었다.

잘 알고 있듯이, 아론은 지도자의 자리에 있었던 적이 없었다.

게다가 지도자로의 자의식, 소명, 카리스마도 가지고 있지 못했다.


하비루는 아론을 흔들기 시작했다.

아론은 어찌할 바를 알지 못했다.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모세가 하루 빨리 산에서 내려오는 것 뿐이었다.


하비루의 불평은 점점더 거세게 표출되고 있었다.

점차 그 세력은 강력해지는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산으로 올라간 모세는 내려올 줄 몰랐다.


일주일이 지나고 열흘이 흘러갔다.

보름이 지나 스무날을 향해 달려갔다.


하비루들은 아론을 향해 말했다.

"이젠 모세가 우리 곁은 떠나 도망갔구려."

"모세도 떠나고,

우리를 인도하여 낸 신도 조용하니

 앞으로 우리는 어떻개 해야겠소?"

"과연 모세가 내려오긴 하는거요?"

"아니 신이 모세를 부른 것은 사실이요? 혹 산에서 모세가 죽은 것은 아니오?"


하비루들은 웅성웅성대며 갖가지 억측을 쏟아냈다.

그 억측은 점차 사실처럼 번져갔다.

드디어 "모세가 죽었다는 것을 본 자도 있오."라며 모세의 죽음을 기정사실화 하기 시작했다.


"모세가 죽었다면, 그렇다고 우리가 이집트로 돌아갈 수 있는 것도 불가능한 것 아니요?

 그렇다면 앞으로 누가 우리를 이끌 수 있단 말이오?"

"아론 그대가 말해 보시오."


아론은 어찌할 바를 몰라 당황해 하기 시작했다.

가장 불평을 하는 무리 중  목소리 큰 자가 말했다.

"자 이러지 말고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을 다 꺼내 봅시다.

 그것을 드려서 우리를 이끌어 낼 신을 만들어 봅시다."


하비루들은 "옳소 옳소!"하며 소리를 친다.

대세가 그렇게 흘러가는 것 같아보이니 아론은 불안해했다.

"정 그대들이 원한다고 그리하시오.. 난 잘 모르겠오.

 나야 그대들이 원하는 대로 따를 뿐이오."


아론은 줏대없이 행동하고 말았다.

"모세가 떠난 지 이제 스무날이오.  

  그렇게 참을성이 없소?

 우리를 이곳까지 이끌어 내신 아브라함의 하나님,

 이삭의 하나님, 야곱의 하나님께서 모세를 불렀오

 우리를 위해 주실 것이 있다고 분명히 말씀하셨오.

 그러니까 조금 더 기다려봅시다."

아론이 해야 할 말은 이런 내용이어야 했다.

그러나 아론은 그렇게 하지 못했다.


우리 하비루들은 아론을 몰아세웠고, 아론은 겁에 질려 항복하고 말았다.

그리고 우리가 기꺼이 바친 물질을 통해서 무엇인가 만들어졌다.

"자 보시오 앞으로 우리를 이끌어 갈 우리의 신이오."

이들은 금송아지를 두 손으로 높이 치켜 세웠다.


스무날동안 우리 하비루 손에서 만들어직 작품, 우리의 손을 만든 신이 하늘 높이 올려졌다.


바로 이 때 산에서 모세가 내려왔다.


작가의 이전글 "하비루(Habiru)" 입장에서 읽는 출애급기 (9)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