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다리에 힘이 없어 기능에 재약을 받는 것과 이를 보완하기 위하여 보조기를 사용함에도 불구하고 장애인(障碍人)이라고 불리운다면, 여기에서 사용하는 장애(障碍)란 무엇을 가리키는가?
그렇다. 목발을 짚고, 휠체어를 이용하여도 불편(不便)함을 겪는다는 것을 가리킨다.
그 불편함은 기능제약을 야기하는 신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불편을 겪게하는 조건과 깊은 관련이 있다.
하나는 사회적 편견(Social prejudice)이다.
'저 분은 다리에 힘이 없으니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을거야.'
그래서 요구하는 것이 "신체는 그래도 정신은... 장애를 극복해야지"라는 말이다.
편견을 갖게 하는 것은 사회인데, 이를 극복해야 할 당사자는 편견으로 인해 능력을 부정당하는 사람이다.
바로 이것이 장애를 만든다.
둘은 편의시설의 부족(lack of convenience)이다.
대부분의 식당, 카페, 숙박업소, 대중교통수단 등에 게단이나 턱이 존재한다.
이로 인하여 휠체어를 이용하는 사람에게 접근권, 이동권에 제약을 받는다.
가까운 일본이나 대만을 가보자. 모든 버스가 저상버스이기에 휠체어 접근에 어려움이 없다.
또한 식당이나 카페에도 경사로가 있거나 턱이 없어서 접근하는데 불편을 겪지 않는다.
게다가 공항이나 버스정류장에서는 과도할 정도의 친절한 서비스를 받게 된다.
나는 휠체어를 타고 후쿠오카에 간 적이 있다.
이곳에서 버스를 타려고 기다리고 있었다.
이 때 신기한 일을 경험했다.
모든 버스 기사가 내려와서 "버스에 타시겠습니까(このバスに 乗りますか)?"라고 나에게 묻는 것이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불편을 겪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환대((歡待, Hospitality)를 경험했다.
따라서 장애는 정신과 신체의 기능약화에 의한 것이 아니라 사회적 편견이나 시설의 결여로 인한 것이다. 그러므로 "장애를 극복한 사람"이란 문구는 옪지 않다.
한자로 障碍를 표기하고, 한글로 장애라고 하지만, 영어로는 다양하게 표기한다.
WHO에는 장애를 Impairment, Disability, Handicap으로 구분한다.
Impairment은 손상을 의미하며 감각적인 기능의 손상을 가리킨다.
DIsability은 손상으로 인하여 능력을 상실한 상태를 가리킨다.
Handicap은 능력을 상실하게 된 사람들이 불편함을 겪게되는 사회적 불리라고 한다.
미국에서는 1992년 이전에 장애인하면 'the Disabled" 라고 통칠해왔다.
그러나 1992년 미국장애인법(American with the Disabilities Act)이 제정된 이후로
사람 전체를 능력을 상실한 사람으로 간주하는 듯한 용어 "The Disabled"를 사용하지 않고
사람이 겪는 능력상실의 일부를 설명하되,
사람을 먼저 강조하는 "Person with disabilities"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이 단어에서 "WIth"가 갖는 의미는 무엇일까?
1992년 이후 한국에서는 "장애인"이 아니라 "장애를 가진"으로 번역했다.
그러나 일부에는 "장애를 입은"이란 말로 번역하기도 했다.
이러한 번역은 장애에 대한 기본적 이해가 결여되어 기존의 장애인과 별반 다름없는 의미를 갖게 되었다. 장애인 중에 장애를 스스로 가진(have)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 또한 장애를 입은 수동태(passive) 형식의 의미는 정확한 표현이지만, 장애를 입게 하는 주체를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못한다.
그래서 최근에는 "장애를 겪는"의 의미의 번역을 더 선호한다.
즉 장애를 겪게하는 조건은 사회가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장애를 바라보는 관점에는 개인적(의료적) 관점과 사회적 관점이 있다.
흔히 의료모델, 사회모델이라고 한다.
의료모델(Medical Model)은 장애가 사람이 몸에 있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지 않으면 제대로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다는 이론이다. 이 이론에 의하면 장애인이 사회생활을 제대로 하려면 전문가의 지시를 받아 개인이 노력하고 장애를 극복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사회모델(Social Model)는 장애가 사회적 조건에 있기에 사회를 변화시켜서 장애인 당사자가 주체가되어 사회통합을 이루어야 한다는 이론이다. 이 이론에 의하면 사회가 법과, 제도, 정책을 수립하고 지원하여 장애인 당사자가 비장애인과 함께 주체적으로 살아가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