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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오던 날

크리스마스에 생각하는

비가

억세게 내리던

어느날

나의 손엔

두개의 목발과

책으로 채워진

무거운 가방이

들려있었다.


수업은 끝나고

비가

그치기를 바라며

교실에 남아

책장을 넘기기를

두어시간 째.


아직도

빗방울은

추적추적

내리고

그치기를 미루고

있었다.


이러다가

해가 지고

동이 틀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가?


두려움과 불안함이 뒤섞여

불길함이 되어

나를

억누르고 있었다.


다른 친구들은

집에서

우산을 들고

모두

집으로 갔지만

나는

아무도

오지않는 어둑한 밤길

저만치

영혼없이

생기잃은 눈길로

응시하고 있었다.


이대로

집에 가야 하나?

교복이

비에 젖는 것은

그렇다 치고

책가방 속의

책이

다 젖으면

어찌하나?


내 몸보다

읽지않는 책 걱정에

손목시계의 시침(時針)은

어김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살짝

빗줄기가  약해질 즈음

나는

발걸음을

투덜투덜 옮기기

시작했다.


"왜

 이 시각까지

 아무도

 오지않는걸까?"

결코

빠르게

발걸음을 옮길 수

없었던 나는

쉼없이 내리는

빗줄기를

온몸으로

받아가면서

집으로 향했다.


빗줄기는

강한 바람과 함께

나의 얼굴에

드리치다가

가끔

부드럽게

나의 입가에

머물기를

반복했다.


이미

비와 나는

하나된지 오래.


물에 잠긴

나는

생각도 없이

한 시간이 다되어

집에 도착했다.


"다 젖었구나!"


결코

생소하지 않은

표정과

이미

익숙해진 음성이

들려왔다.


지금

차창(車窓) 밖에

비가

눈 뜰 틈도 없이

내리고 있다.

샤--ㄱ. 샤--ㄱ.

Window brush

힘차게 돌아가는 것도

의미없이.


비에 흠뻑젖은

그 때

그 일을 생각하며

핸들을 잡은 나는

상념(想念)에

젖는다.


"그래도

 그 때가 좋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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