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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눈 속에는

겉으로 보이는 것만이

검정 털 신을 신고

흰 눈이 덮힌 그 길을

걸었지요.


아직 검은 머리는

어느새 나이를 먹었는지

하얗게 새었지요.


뽀드득 뽀드득

발아래에서 들려지는

오케스트라의 향연은 화려했어요.


하지만

걸음을 옮긴 지 채 얼마 안되어

엉금엉금 기어야 했지요.


어제 밤

뚝떨어진 기온으로 인해

두터워진 얼음 위로

밤새 소복히   눈이 쌓여있었지요.


꽈당! 꽈당당!

찬바람이 에이는 아침

짧은 치마를 입고 하이힐을 신은 아가씨

빠른 속도로 미끄러지고 말았지요.


목발을 짚은 나는

그 자리에 얼어붙은 채

지구와 하나되어 망부석이 되었어요.


며칠 뒤

또다시 흰 눈이 펑펑 내렸지요.

나는 또 길을 나섰지요.

하얀 눈을 밟으며.


포근한 기온 때문인가

쌓인 눈은 질퍽거리고 말았지요.

하얀 눈 아래 벌겋게 드러난

연탄재와 흙덩이들.


펑크난 털신 사이로

구정물은 밀려 들어오고

발가락 사이로 스며든  녹은 눈은

마음 마저 울쩍하게 만들었지요.


겉으로는 하얀 세상이지만

온갖 더러운 먼지를 품고 내려온

흰 눈 아래에는

사람들이 버린 오물로 가득했지요.


그래요

겉과 속이 같은

사람이 얼마나 있겠어요.


그래요.

겉과 속이 같은 사람이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겠어요.

이 세상에서.


그래요.

겉으로 보면

깨끗한 흰 눈이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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