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토마스 Jan 08. 2024

[프롤로그] 지난 날들을 돌아보면서

살아온 날들에 대한 돌아봄

무엇을 해도 늦은 때는 없다


 어느덧 블로그를 한 지 5년 정도가 된 것 같다. 나도 한 번쯤 책을 써보자 그러니까 우선 너무 거창한 것 말고 블로그를 만들어서 글 쓰는 것부터 시작하자고 생각했고 어느덧 블로그 누적 방문자 수가 20만 명도 넘었다. 여행과 투자에 대해서 이것저것 많이 썼지만 뭔가 한 권의 책으로 써내려가기엔 좀 부족하다 싶었다. 하지만 올해는 작은 것이라도 꼭 써보고 싶었다. 


 그러다가 올해 굉장히 신기한 책을 읽었다. 가브리엘라는 내 오랜 친구였다. 남미에서 만났던 가브리엘라는 때때로 내 인생에 영감을 주기도 했는데 어느 날 나에게 책 한 권을 선물해 주었다. '남미에 간 이유를 아무도 묻지 않았다'라는 책이었다. 사실 여행 에세이들의 경우 신박한 경험이나 타인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이 아닌 이상 신선하게 느껴지지 않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읽다가 중간에 멈춘 적이 많이 있었고 그래서 약간의 편견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었다.


 음? 10년 전 이야기를 지금 책으로 썼구나?


 대부분의 여행기는 가장 최근 시점에 내가 다녀온 기억을 살리고 살려서 내서 출판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작가님 같은 경우는 10년 전에 자신이 기록해 두었던 일기장과 사진을 바탕으로 이 책을 쓰셨다. 우선 내가 남미를 갔던 2014, 2015년과 크게 멀지 않았던 시간이라 더욱더 잘 읽혔고, 그 시대의 카메라의 화질이라 지금 입장에서 보면 서투르게 찍혀있는 사진들의 감성들도 너무 좋았다. 화려하고 주목받은 여행은 아니지만 오래 타는 장작불 처럼 은은하게 빛나는 생각과 글들도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정작 이것보다 내 머릿속을 때린 생각은 바로


 시간이 지나도 의지만 있다면 무엇이든 써내려갈 수 있다는 작은 깨달음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하고 싶은 것들이 많지만 지금은 늦은 때라고 생각한다. 나도 보통의 사람이기 때문에 무의식 중에 그런 생각을 많이 했다. 대학교 1학년을 반수로 날려먹은 2학년 때는 동아리를 하기엔 너무 늦었다고 생각했고, 군대를 다녀와서 세상에 쓸모 있는 공부를 하면서 인문학이니 뭐니 하는 것들을 이야기하기엔 너무 늦었다고 생각했으며 취업을 하고 나서는 여행에 대한 책을 쓰기 늦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요즘 드는 생각은 언제 무얼 해도 늦지 않다는 점이다. 물론 인생에서 남들에게 비슷한 시기에 밀려오는 파도를 타고 가는 것도 매우 좋은 길일 것이다. 하지만 누구든 남들에게 오는 파도가 내게 오지 않는 시기도 있으며 남들에게 오지 않는 파도가 내게 오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사람은 언젠가 자신의 길을 스스로 가야 한다.




내 자서전을 써보면 어떨까?


 그래서 브런치에 작은 나의 책을 한 권 쓰기로 마음먹었다. 내가 블로그에서 메인 테마로 삼았던 투자나 여행에 관한 것을 쓸까 아니면 이것저것 생각을 정리해서 에세이를 쓸까 고민을 많이 했다. 누가 읽어주기를 바라기보다 내 스스로 무언가를 한 편 써내려가는 것에 의의를 둘 예정이니 가장 편하게 쓸 수 있는 주제로 쓰고 싶었고, 그래서 좀 거창하긴 하지만 내 인생의 작은 자서전을 한 편 쓰기로 했다!


 안경점에서 시력을 검사하는 기계를 보고 있으면 '띡' 하면서 일순간 멀리 있는 것이 엄청 또렷해졌다가 '도르르르르'하면서 다시 흐려지곤 한다. 난 이걸 볼 때마다 인생이 이거랑 비슷하다는 생각을 많이 하곤 하는데 어느 순간 인생의 가치관은 뚜렷해졌다가 풍파를 맞으면서 흐려지면서 뚜렷함과 흐려짐을 무한 반복하기 때문이다.


그냥 내 인생의 경험들이 지금의 나의 가치관을 어떻게 만들어 왔는가를 적다 보면 내가 어떤 사람인지 더 또렷해질 수 있고 내 인생의 중심을 좀 더 잘 잡고 살아갈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이걸 지금 적는다고 해도 또다시 흐려지는 순간이 오겠지만 그래도 인생의 나침반을 갖고 살아가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큰 차이가 있을 것이다.


 올해 배구선수 이다현 님의 추천으로 읽었던 논어의 다음 구절을 곱씹어 본다. 지금으로부터 2500년 전(!)에 태어난 공자 조차도 제자에게 스스로 한계를 긋지 말라고 했으니까 용기를 내어 적어봐야겠다.


염구가 "선생님께서 추구하시는 도를 좋아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실천하기엔 힘이 부족합니다"라고 말하자 공자께서 말씀하시길, "힘이 부족한 사람은 중간에 그만두겠지만 지금 너는 스스로의 한계를 긋는 것이다"라고 하였다.


한계를 정하지 말자구요!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