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섬으로 여행을 다니기 시작한 지가 7년 정도 된 것 같다. 보통 대부도에서 배를 타고 입도하는데, 첫 섬 여행은 정말 시트콤이었다. 우린 풍도를 가기 위해 대부도 방아머리 선착장으로 향했고, 뜻밖의 주차난에 시달려야 했다. 출항 30분 전에 도착했지만, 주차 자리를 찾느라 출항 5분을 남겨놓고 매표소에 도착했고, 승선권은 10분 전까지만 판매한다는 이유로 구매하지 못했다.
풍도로 가는 배는 한참 기다려야 했기에 급하게 승봉도로 목적지를 변경했다. 승봉도행 배를 타고, 얼마쯤 갔을까. 곧 도착한다는 안내 방송을 듣고 하선하기 위해 뱃머리로 나가다가 정말 잠깐이었다. 두 장도 아닌 사진 한 장을 찍는 사이 배는 선착장에서 멀어졌다. 분명 도착하기 전이었다. 하선하기 위해 줄 선 사람들 뒤에 서 있었는데, 분명 그랬는데, 귀신이 곡할 노릇이었다. 그렇게 승봉도도 멀어지고, 그다음 선착장인 대이작도로 또 한 번 목적지를 변경했다. 그렇게 짧은 시간에 목적지가 두 번이나 바뀌었던 첫 섬 여행은 평생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았다.
그리고, 이번 연휴에는 덕적도로 바닷바람을 쐬러 가기로 했다. 출발 이틀 전 승선권을 예매하기 위해 사이트에 접속했고, 순차적으로 잘 진행되나 싶었는데, 오는 배편이 매진이다. 뭐 선착장이 대부도만 있는 것은 아니니까. 출발지를 인천으로 바꾸고 도착지도 인천으로 바꾸니 승선권이 있다. 난 빠르게 예매를 했고, 이번에는 바다 앞에서 캠핑할 생각에 차도 함께 입도할 생각이었다. 참고로 차는 어디나 선착순이다.
드디어 덕적도로 가는 당일, 선착순에 들어가기 위해 집에서 새벽 5시 50분쯤 출발한 것 같다. 인천항에는 7시가 안 돼서 도착했고, 길게 늘어진 자동차들 뒤로 줄을 섰다. 대기 10번이라고 한다. 불안한 느낌이 엄습했고, 언제나 불안한 그것은 정확하다. 차를 실을 수 없다는 말을 들었다. 그 후에 우린 빠르게 주차 자리를 찾았다. 여객터미널 주차장은 만차다. 인천여객터미널 주위에는 불법 주정차가 줄지어 서 있는데, 과태료도 사이좋게 줄지어 끊겼다. 결국 거리가 조금 있지만 안전하게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터미널로 향했다.
어릴 적 명절이면 기차표를 미리 예매해야 했었다. 기차표를 예매하기 위해 모인 인파가 역 안을 가득 메웠었는데, 마치 피난이라도 가는 것처럼 북적거렸었다. 여객터미널 안은 딱 그 모습이었다. 사람들 틈바구니에서 비집고 자리를 잡아 전화를 하기 시작했다. 전날 혹시 이런 일을 대비해서 숙박업소 전화번호를 찾아놨었는데, 진짜 써먹게 될 줄이야... 맨 위에서부터 차례대로 전화를 하기 시작했지만, 받는 곳은 거의 없었다. 그 시간이 7시 30분쯤이었으니, 너무 이른 시간이기도 했다.
가끔 한 곳씩 전화를 받았는데, 이미 방은 다 나가고 없다는 말만 되돌아올 뿐이었다. 10통, 15통, 18통...
이번에는 섬에 들어가지 말라는 건가. 표는 취소하면 됐지만,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여기저기 여행을 하러 다니다 보면 계획대로 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갑자기 날씨가 궂어질 수도 있고, 타이어가 펑크날 수도 있고, 아이에게 급한 일이 생길 수도 있다. 그때마다 비관하고 낙담한다면, 여행을 이어가기는 어렵다. 그렇게 생각 지도 못한 변수들을 만나다 보니 그 또한 근력이 붙는 모양이다. 이제는 웬만하면 빠르게 플랜 B로 계획을 바꾼다.
스무 통쯤 걸었을 때, 취소된 방이 하나 있다는 말을 들었다. 선착장으로 와 줄 수 있냐는 물음에 숙소는 선착장 바로 앞이라고 한다. 포기하지 않은 결과는 꽤 달콤했고, 텐트를 펴지 못한 아쉬움은 생각보다 크지 않았다. 그것보다 더 크게 밀려온 것은 낯선 우연을 유연하게 받아들이고, 실망감보다는 새로운 기대감으로 포기하지 않았던 나 자신에 대한 자부심, 또는 뿌듯함 그런 것이었다. 포기하고 목적지를 다른 곳으로 변경했더라면, 이 아름다운 섬을 결국 만나지 못했을 것이다. 생각지도 못했던 변수가 어쩌면 나를 데려갈 가장 나다운 곳일 수도, 또 다른 기회힐 수도 있다. 포기하지 않고 두드린다면 그 의지와 우연히 새로운 기회를 가져다줄 것이다. 삶에서 또 한 번 배울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