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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시아 Nov 24. 2022

귓구멍이 막혔니

쫌 뚫으까??


정확히 말하면 귓불의 구멍이 막힌 거라고 이야기해야겠지만.
대학 합격을 축하하는 기념으로 고등학교 졸업도 아직 안 한 나를 언니가 이끈 곳은 주얼리샵이었다. "귀도 안 뚫었는데 그림의 떡이네." 하고 구경하던 나에게 언니는 야나두의 자매품 "야 너두 할 수 있어"를 외치며 직원에게 바로 요청을 했고 순식간에 내 귀는 '퍽' 소리와 함께 구멍이 났다. 직원이 서랍에서 꺼낸 진짜 총같이 생긴 기구를 보고는 흠칫 놀랐었다. 설마 이 총구가 귀를 겨누는 척하다가 내 심장을 쏘는 건 아니겠지 하는 엉뚱한 생각도 잠시, 얼른 뚫어야 귀걸이를 하나라도 더 팔 수 있을 테니 직원 같던 사장은 일사천리로 행동을 개시했다. 나머지 귓불도 순식간에 뚫렸고 깨알만 한 귀걸이는 원래 그 자리에 항상 있던 것처럼 빤짝빤짝 빛을 냈다. 그냥 가게를 나오면 서운하니 좀 더 크고 더 길고 더 요란하고 더 많이 예쁜 귀걸이 한 쌍은 나중에 귀가 다 아물면 걸 요량으로 언니가 하나 선물해 줘서 그 당시 그 짧은 시간 동안 어안이 벙벙했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세월이 흘러 십수 년이 지나고 어느새 아기 엄마가 된 나.
밤마다 정확히 새벽 1시만 되면 나만 안 보이는 생체 알람을 몸에 지니고 태어난 건지 사이렌 같은 울음을 시작하는 막둥이. 피곤에 절여진 몸이라 떠지지도 않는 눈으로 손만 더듬더듬 그렇지만 부랴부랴 아기띠를 했다. 그리고는 아기를 들쳐 안고는 자고 있는 가족들과 옆집 사람들이 깰까 싶어 다급히 거실로 나와 이쪽으로 주욱 걸어갔다가 또 반대로 주욱 걸어갔다가를 반복하며 막둥이 궁둥이를 토닥토닥한다. 그때 막둥이는 세상에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거의 9킬로에 육박했는데 그에 반해 엄마인 나의 체구는 작은 편이어서 "그래가 애기 낳겠나~" 하는 걱정담긴 소리를 곧잘 들었었다. 어깨가 빠져나갈 것 같고 허리도 너무 아프지만 가만히 서 있는 게 더 힘들어 하릴없이 계속 걸으며 자장가를 불러 주는 수밖에. 막둥이는 나한테 안긴 채 잠 잘 생각은 않고 팔을 쭈욱 뻗더니 내 귀 쪽으로 손을 올린다.


예전에

귀걸이를 하고 있었는데 안고 있던 아기가 엄마 귀걸이를 잡아당겼다가 귀에 어마 무시한 상처를 입혔다는 건너 건너 들려와 들은 이야기가 떠올라 괜히 귀걸이도 없는 내 귀를 만지작거렸다. 나도 20대 때에는 이효리 패션을 몽땅 따라한 패셔니스타(?)였어서 카고 바지에 배꼽티, 버스 손잡이만 한 링 귀걸이를 하고 돌아다녔었는데 링 귀걸이를 안 한 게 다행이구나 하는 괜한 안도감이 들었다. 아기가 만일 호기심에 장난감 손잡이인 줄 알고 잡아당겼다가 주욱... 한다면?!! 듣기만 해도 오만상이 다 찌푸려지는 아픔이 느껴진다. 그렇게 아픔을 겪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 엄마들 얘기를 듣고 소름이 돋은 나는 귀걸이를 이미 서랍 안에 모두 고이 모아 두었고 그것들은 모두 겨울잠에 든 지 오래다. 그렇게 첫째와 둘째를 키워내느라 귀걸이를 안 한 햇수가 꽤 길어지다 보니 귀걸이를 하려고 뚫어 놓았던 구멍이 그만 막혀버리고 말았다.

남들은 나보다 더 오래 안 해도 괜찮드만, 난 플라나리아인가?

왜 이리 재생능력이 탁월하지?


플라나리아를 아시나요


갑자기 분위기 플라나리아 타임이다.

때로는 의식의 흐름대로 글을 써 내려가는 맛도 있는 법. 찬찬히 보아하니 내 연배의 작가님들 꽤 많으신 듯한데 초등 시절 혹은 국딩 시절의 플라나리아를 복습해 보도록 하자. ㅎㅎ

초등학교 시절 정말 충격적인 과학 시간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선생님이 마치 마술사처럼 보였던 그때



여러분~~ 이 동물은 반으로 잘라도 죽지 않아요~

도마뱀 꼬리 자르면 어떻게 되는지 아는 사람~~

똘망똘망하게 생긴 한 아이가 손을 높게 들고는 뭐라고 뭐라고 삐약삐약 거린다.

맞아요~ 죽지 않고 꼬리만 두고 도망가는 거 봤죠?

그런데 이 플라나리아는 반으로 자르면 두 마리가 된답니다~

신기하죠? ^^

우와~~~ 꼬맹이들 단체로 술렁술렁



지금 생각해도 플라나리아 고놈 참으로 신기한 동물이었다.
단순히 재생능력에 대해서 배운 것인데 아직도 기억을 하는 것 보면 굉장히 충격적이고 신기한 동물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 당시는 책으로 공부하면 끝이었는데 이제 우리에겐 인터넷이라는 정보의 바다가 넘실거리니 플라나리아에 대해 좀 더 알아보자. 에세이 같은 느낌인데 왜 자꾸 정보를 주느냐고? 아니 뭐. 에세이에 정보 들어가면 안 된다는 법이라도 있나~ 아까도 말했듯이~ 의식의 흐름~! 바로 그것이다. 궁금하면 파보면 되는 것이고 조금 색다른 경로로 알게 되면 기억에 오래 남고 또 그 안에서 교훈도 찾고~ 공부 뭐 별건가~ 이렇게 저렇게 어느 곳이든 무엇이라도 배우면 되는 것~!



플라나리아


삼기장목(三岐腸目) 플라나리아과에 속하는 무척추동물로, 크기는 1~2cm 정도이며, 아랫면 가운데에 입이 있다


--> 그리고 이것은 항문이 없다. 입으로 먹고 입으로 싼다. 충격적인 입냄새가 걱정이 된다.


가장 놀라운 것은 이미 언급한 바와 같이 재생능력이다.
검색해보니 재생능력이 아니라 초재생능력이다. 어딜 감히 도마뱀 따위와 비교하려고 하는가 하는 위엄과도 같은 "초" 한 글자에 위력을 느낀다.


초재생능력


이것은 실험인가 난도질인가



머리 2개도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이젠 알았으니 또 이런 실험은 하지 말자.ㅜ.ㅜ



반으로 나누어도 죽지 않는다 했는데 이것은 플라나리아에게 너무 가혹한 처사가 아닌가 싶지만... 이 녀석 고작 이 정도로는 죽지 않는다. 심하게는 128조각으로 잘라도 살아남는다는 실험 결과가 있다고 하니 대단함을 느끼면서 좀 미안하기도 하다. (그럼 넌 아픔은 못 느끼는 거니? 아프긴 해도 재생이 되는 거니? 아픈 만큼 성숙해지는 거니?)


서식환경

이러한 높은 재생력에도 불구하고도 과거에 비해 보기 힘들어진 생물인데, 그 이유는 1 급수 서식종이기 때문. 특히 유기물이 풍부한 곳에서의 개체 밀도가 높다. 그러므로 서식하는 물이 더러워지면 그냥 녹아서 소멸해 버린다. 주변에서 비슷한 게 보인다 싶으면 대부분 거머리라고 보면 된다.
이러한 1 급수의 물을 벌컥 들이켜다 플라나리아도 같이 마셔버리면 어떻게 되나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제법 많은데 위속에서 위산이 가볍게 녹여 죽이니 전혀 걱정할 필요도 없거니와 인체에 해롭지도 않다.


-->그렇게 잘라도 살아남는 친구라 영생의 동물인가 싶었는데 1 급수 서식종이었다. 요새는 찾아보기 매우 힘들 거라고 하니 안타깝다. 우리 지구환경 이대로 괜찮은가 라는 취지의 다큐멘터리에 북극곰은 많이 봤지만 플라나리아 너는 오늘 처음 보는구나... 인간이라 미안하다. 이러나저러나 너를 참 많이 힘들게 했구나...
1980년대는 방학숙제로 플라나리아를 잡아오라는 뒷목 잡을 숙제가 있었다는데 그것과 비슷하게 생겼다는 이유로 거머리를 왕창 잡아갔다는 친구들이 있었다는 웃픈 이야기도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왜 갑자기 플라나리아 소환인 건데



한동안 코인이 유행해서 코인으로 달나라를 가니 마니 한 것이 생각이 난다. 또 "나는 이다음에 커서 화성에 갈 거야" 하며 그때를 위해 몸도 만들고 돈도 만들고 참 열심히들인 걸로 안다. 과연 우리 시대에 화성에 가는 게 가능할까 싶은 생각이 들지만 빠른 발전을 지켜보고 있자니 가능할 것 같기도 하고.


그런데
왜 화성으로 갈까?
이제 지구는 재미가 없어서?
살기 팍팍해서?
외계인이 쳐들어올 수 있어서?

아마도 지구온난화로 인한 식량난, 해수면 상승, 지진이나 해일 등등으로 종국에는 지구에서 살 수 없다는 인식이 자리 잡게 된 것 같은데...
북극곰부터 시작해 플라나리아까지 많은 아픔과 멸종을 겪게 하고는 인간만 제 살 길 찾아 떠나는 모습이 참 이기적라는 생각이 불현듯 든다.




예전에 기후재난영화인 두 영화를 모두 보았었는데 문득 이 영화가 떠올랐다. 영화가 현실이 되는 경우가 제법 많던데 그렇다면 넋 놓고 있을 때가 아닐 텐데...




나는 과연 이 지구의 환경을 위해 어느 정도 기여를 하고 있는지 생각해 보게 된다.

나는 정든 이 지구가 좋다. 가기 싫다... 화성... 아...어차피 나는 어린 나이가 아니라 못 가는구나...



인류의 화성 정착존 상상도




출처.


플라나리아 - 나무위키 (namu.wiki)

놀라웠던 플라나리아 재생능력 육지 민물 어떤 .. : 네이버블로그 (naver.com)

화성은 과연 인류의 제2 고향이 될 수 있을.. : 네이버블로그 (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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