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루시아 Oct 12. 2023

걸그룹 같은 나의 글

그중 특출난 아이가 있지

여태껏 써온 나의 글들을 보면

다채롭다 못해 가지각색 중구난방 아주 그냥

잡동사니의 집합체라고 할 수 있다.


브런치에 들어올 때 분명 "앞으로 이런 식으로 써주세요" 하고 친절히 말해주듯


차후 브런치에 어떤 글을 쓰실지 대략적인 목차를 작성해 주세요.


라고 가이드라인 비슷하게 잡아줬던 게 기억난다.


하지만 어찌 그리 단순하게 한 분야의 한 목차로만 자로 잰 듯 글을 쓸 수 있을까.

시인은 아니지만 나도 몰래 한 밤 중에 외로이 떠 있는 별과 속삭일 때도 있고,

소설가가 아니지만 때로는 상상의 나래를 펴 허구를 한 장 정도는 끄적이고 싶을 때도 있고,

동화작가가 아닌데도 구연동화를 바로 할 수 있을 법한 재미난 이야기가 막 떠오를 때도 있고, 

언감생심 비평 따위 모르면서 어느 순간 쓴소리를 날릴 때도 있는데 말이다.


더구나 일곱 살  어린아이도 아니니 다채로운 인생을 정해진 목차 안에 욱여넣을 수는 없었다.

100세 인생 아직 절반도 못 살았지만 그래도 한 주제로만 글을 쓸 수는 없었고 이제 와 돌이켜보니 이것저것 안 건드린 것 없이 참 다양하게도 썼다.


그동안의 경험, 철학, 주관, 성격, 기분, 날씨에 따라 온갖 글들이 그야말로 난무하다.



비유하자면, 6.25가 막 끝나고 도떼기시장 같은 학교 안의 조그만 교실이 미어터질 듯 100명쯤 들어가 앉아 공부하고 있는 모습이랄까.

학년에 딱 맞는 연령의 어린 학생들은 물론이고, "내 마음의 풍금"에 나왔던 아이를 업고 앉은 "전도연" 같은 누나도 있고, 기필코 한글을 배우고 말리라 다짐한 배움에 목말라 앉아 있는 할머니도 있을 테고.

암튼 다양 그 잡채.


내 글도 딱 그렇다.

도떼기시장처럼 난리북새통인데 다행인 건 그중 뛰어난 아이가 하나 정도는 있다는 거다. 가끔 필 꽂혀서 마구 써 내려간 글 중 조회수가 10만을 넘어간 글이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 (미숫가루를 먹고 죽을 뻔 한 글이 저를 살렸네요.)


마치 걸그룹의 센터 멤버 같기도 한.

장원영 같은?


앜. 깜짝이야.


장원영 검색했더니 이분도 장원영이었다.

일전에 장원영 결혼 기사가 났길래 아직 스물도 안 된 걸로 아는데 결혼 이야기가 나와서 얼마나 놀라 클릭질을 급하게 했던지. 클릭하고 보니 가수 장원영이 아니라 배우 장원영 님 결혼 기사였다. ^^


우리가 이야기한 사람은 여자고 걸그룹이니 다른 이미지를 찾아보자.

찾았다. 이 아이.




깜찍하고 상큼하고 과즙미가 팡팡 터지는 귀여운 이 아이가 센터에서 아이브 초반에 하드캐리했던 걸로 안다.


갈수록 말라가는 장원영

근데 이 아이는 왜 이리 날마다 말라가는 걸까.

내 살을 좀 떼다가 보태주고 싶다.


장원영이 걸그룹 아이브를 끌고 가는 것처럼

나도 하나가 나를 끌고 가는 것 같다.


때로는 걸그룹 멤버의 핵심인물이 자연스럽게 바뀔 때가 있다.

시류와 분위기에 따라 바통을 넘겨받듯 한 명씩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되는데 장원영 다음으로 이슈가 되는 멤버는 현재 안유진. 나영석 PD가 이끄는 "지락실"의 멤버가 된 것이 신의 한 수였던 듯하다.




멤버 하나하나의 개성이 골고루 살아나 어두운 곳 없이 그룹 구석구석을 빛나게 만들어 주는 것처럼, 

내가 개떡같이 써 내려간 각각개성이 자체발광하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현실은, 그래, 하드캐리. 어느 누구 하나만 특출나 그룹을 힘겹게 끌고 가는 모양새다. 대충 손 가는 대로, 마음 가는 대로 썼는데 발행버튼만 툭 눌렀더니 모든 글이 하나같이 빛을 발하는 그런 글이 나오면 얼마나 좋을까.


구두를 만드려고 작업대 위에 가죽만 대충 잘라두고 잠을 자고 일어났더니 요정들이 나타나 할아버지 대신 멋진 구두를 만들어 놓은 이야기처럼.


아... 이건 너무 날로 먹는 건가.


어찌 됐든, 쓰는 글 마다마다

내가 봐도, 누가 봐도 감탄이 나올 정도의 좋은 글을 쓸 수 있는 그런 날이...



오올까아?

오겠지 뭐.

 거야..

와야 !


졸작 중에 명작 난다고

괜한 꿈만 꾸지 말고, 이런 글 같지 않은 글을 얘가 또 썼니 안 썼니 남들이 뭐라 하든 말든, 나는 그저 열심히 쓰기나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어본다.



-2022년 10월 12일에 이곳에 들어와서 오늘, 브런치 1년을 자축하며.




https://youtu.be/w2Bu4uGrKcE?si=jGYhGANS-R3PZ5h2

본인만 모르는 본인의 노래 실력. 부럽구나...




*대문 "소녀시대"이미지 출처. 터진귤의 생각일기 블로그

*조회수가 폭등한 글이 어떤 글인지 궁금하신 분이 계시다 하여 첨부합니다. ^^



매거진의 이전글 응원하라꼬 옆구리 쿡 찌른다고 그게 되능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