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늘 그렇듯이 메일함에 대한 두근거림과 설렘은 무뎌진 지 오래다. 그래도 혹시나 중요한 메일이 왔는데 모르고 놓쳐버릴까 싶어 하루에 한 번씩 메일함을 열어는 본다. 하지만 역시나 기대에 부응하는 메일 따위는 없다. 광고메일의 홍수 속에 파묻혀버린 나. 체념하는 듯하다가 분노가 인다.
이놈의 광고, 광고! 또 광고!
14개 메일 중 2개 빼고 모두 광고다...
광고숲에서 탈출하여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 브런치 어플을 열었다.
띠리링 띵띵~
때마침 알림이 울렸다.
엊그제 글 마무리가 그렇게 안 되어 고심하면서 고치고 또 고치던 골뱅이무침 글이 정말 오래간만에 브런치 홈 메인과 Daum메인에 오르는 큰 일을 해냈다. 역시 고민을 하면 고민한 티가 나는 건가. 아마도 1천 단위 돌파 알림 메시지겠지 하며 즐거운 마음으로 초록 점을 누르는데 응??
9월 9일 브런치 알림 메시지
또 광고가 보인다.
[광고] 알림도 같이 왔다.
내가 놓친 글이 있다고 했다.
내가 놓친 글이라... 놓친 글이야 많겠지, 뭐 한 두 개 놓쳤겠나. 브런치 작가님들이 열심히 글을 써 주시는 관계로 분초를 다투며 새 글이 올라오는데 놓치는 글이 있는 건 당연하지.
한데 평소와는 다른 알림 메시지라 유심히 보는데 나더러 응원을 하란다.
허허. 내가 어느 회사 직원이라서 회사에서 일방적으로 응원하는 운동 경기의 어떤 팀을 어쩔 수 없이 응원해야 하는 거라면 또 이해를 하겠다만, 이런 식의 응원을 독려하는 시스템은 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응원이란 건 마음에서 우러나와서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자발적으로 하는 게 기본 아닌가?
자주 쓰는 단어라 의심의 여지가 없는 뜻을 가졌을 응원이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초록창에 검색을 해보았다.
손뼉 치고 노래하고 힘내라고 하는 행동을 응원이라 하는데 이걸 누군가의 권유에 의해 한다고?
참 재미있는 발상이다.
가뜩이나 브런치 운영진들에게 픽을 당한 연재글은 돈봉투 없이 라이킷만 누르기가 이상하게 미안한 마음에 오히려 글도 더 안 읽게 되고 자꾸만 외면하게 되는 희한한 기분을 느끼는 중인데, 이렇게 굳이 "당신이 놓친 귀중한 연재글 여기 있어요.못 본 척하지 말고 얼른얼른 돈을 찔러 넣는 응원하기를 하란 말이에요! 응?"
하는 알림을 받게 되다니... 없던 반감도 더 생기려고 하는 요상한 이 기분.
사람이란 게 원래 뭘 하려고 마음을 먹었다가도 누가 옆에서 하라고 말을 꺼내는 순간 하고 싶었던 마음이 쑥 들어가는 포유류의 탈을 쓴 청개구리들 아니던가.
응원이란 건 말 그대로 내 마음 깊은 곳에서 우러나와서 나도 모르게 감탄하고, 손뼉도 치고, 노래도 부르고 하면서 온갖 격려와 성원을 보내는 것일 텐데... 그래서 내 손가락 끄트머리에 탑재된 감성이 나의 이성을 이겨먹고 스스로 지가 알아서 막막 돈을 보내는 그것이 응원일 텐데...
아... 자꾸 응원 얘기하는데 돈이 세트로 달라붙는다.
마음으로 응원하는 건 응원 축에도 안 낀다는 이 사실에 현타가 온다.
이제 응원도 종류가 생겨버렸구나.
ㆍ진심을 다해 물질적으로 응원하기
ㆍ진심까지는 모르겠고 가볍게 정신적으로 라이킷 하며 응원하기
ㆍ진심이란 단어도 모르겠고 그냥 조회수 하나만 올리는 걸 응원으로 생각하기
가뜩이나 요새 라이킷보다 적은 조회수에 이게 뭥미? 하고 짜증나시는 분이 많으실 텐데, 누군가가 나의 글을 읽었다는 흔적인 알림이 울려 기쁜 마음에 녹색 점을 눌렀을 때
당신이 놓친 어떤 작가님의 글을 응원해 보세요~~~~ (시간이랑 돈이 남으면 그것도 좀 보내시고요~)
하는 알림을 보게 되면 어떤 생각이 들까.
아. 나는 브런치에서 들러리구나.
누굴응원하기 위해 존재하는 진정한 들러리가 맞구나 하는 생각이 들지 않을까.
속이 상해도 못 본 척 연기하는 중인데, 아니 왜 가만히 앉아 가마니처럼 있는 사람을 왜 자꾸 들쑤시는 겁니까.
제발요. 이런 알림은 받는 사람도 알림에 쓰여 있는 저 선택받은 작가님들도 서로서로 불편하지 않을까요?
사람들 미어터지는 강남대로변 커다란 건물에 대자보 붙이듯 붙여두면 그것으로 되었지 뭘 굳이 대자보를 읽었니 안 읽었니 알림까지 보내고 그런답니까. 끄응...
브런치에서 나를 연재작가로 선정해 주지 않아서 이러는 건 아닙니다. 아직 저는 갈 길이 멀다는 걸 스스로 잘 알고 있으니까요.
그냥 여러 사람들 마음속 입장을 대변한 것입니다. 제가 공감 쪽으로 초능력이 좀 있는 것 같아서요.
물론 이런 것에 하나하나 반응하는 건 참 소모적인 일임에 분명합니다. 그러든가 말든가 난 내 갈 길을 가면 되는 것인데. 그게 어디 또 그런가요. 잡상인이 자꾸 이거 사달라 저거도 사달라 초인종 눌러대는데 시끄럽게 귀에 대고 우는 초인종을 귀 막고 참는 것도 한계가 있더란 말입니다.
글쓰기 플랫폼이 요새 우후죽순으로 생겨나 경쟁체제에 돌입했으니 브런치에서 탄생한 작가는 브런치에서 지키려는 마음은 이해가 갑니다만, 브런치 작가들의 호주머니로부터 응원금을 모을 게 아니라 어떻게 하면 브런치를 모르는 더 많은 사람들에게 브런치의 글을 읽게 할 수 있을까 모색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
더불어 브런치 작가들을 자꾸 차등 짓는 일은 멈춰 주세요. 소수의 정예 멤버를 위해 다수 유저들에게 들러리 역할을 강조하지 말아 주세요. 브런치 작가들이 곧 브런치의독자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 주세요. 서운함이 쌓여 이곳을 떠나는 이가 많아지면 당신들이 심혈을 기울여 선정한 그 글은 아무도 읽지 않게 되는 날이 올지도 모릅니다...
저는 이 브런치에서 오래 뛰어놀고 싶거든요.
누구를 까는 글은 마음이 불편하다.
그 대상이 사람이 아니라 하더라도.
무엇을 지적하는 뉘앙스의 글은 영 마음이 좋지가 않다. 나도 누구에게 까이고 혼나면 기분이 나빴던 걸 겪어 봤으니까. 하지만 임금과 신하 사이에도 듣기 좋은 소리만 하는 간신배보다 충언을 하는 신하가 더 좋은 신하라는 건 우린 익히 알고 있다. 친구 사이에서도 듣기 좋은 말만 하는 친구보다 용기 내어 쓴소리를 해주는 친구가 참된 친구인 것처럼. 나라 전반에 대한 일들도 그렇다.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아요 한다면 옛날 한 옛날 임금님 떠받드는 시대와 다를 게 무언가. 틀린 것은 틀리다고 말하고, 아닌 것은 아니라고 말해야 한 나라가 옳은 방향으로 갈 것 아니겠는가.
내가 몸 담고 있는 플랫폼도 그렇다.
운영진들이 신은 아니다. 머리를 맞대고 회의를 거쳐 나온 결과물이 언제나 늘 최고의 방침은 아닐 수도 있는 것이다. 최선을 찾으려 애쓰다가 달리 방법이 없으니 차선을 선택하여 실행할 수도 있는 것일 텐데, 혹시 더 나은 다른 방법을 제시하여 더 좋은 방향으로 개선할 여지가 있다면 입을 꾹 닫는 것보다는 말하는 게 더 좋지 않을까 하여 용기 내 써 보았다.
나의 글로 불편한 마음을 갖기보다는 개선하는 방향에 초점을 맞추어 브런치 작가님들이 편히 글을 쓰고 읽으며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되기를 바란다.
*현재 주기적으로 연재하느라 애쓰고 계신 작가님들의 글은 잘 읽고 있습니다. 연재 작가님들께 제가 억하심정이 있는 것은 절대 아니고 운영방식 개선에 대해 이야기를 한 것이니 오해 없으시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