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당연한 이야기
우연찮게 왕따에 대한 영상을 접하게 되었다. 영화 <동갑내기 과외하기>에서 권상우와 호흡을 맞추었던 김하늘이 등장했는데 언제나 인기가 많을 것만 같던 그녀가 왕따를 당했으리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었다. 그래서인지 김하늘의 영상 을 본 후,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김살이 없는 그녀의 모습에 더욱 마음이 아파왔다. 그렇지만 꽤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미소 뒤에 살짝 울컥하는 그녀를 보고 얼마나 상처가 깊었는지 조금은 짐작이 갔다.
초등학교 때 어떤 아이의
"왜 째려봐?"라는 말로 왕따가 시작되었다고 하는데 그녀의 예쁨을 질투했던 것일까...
(김하늘의 영상 이란 글을 클릭하시면 보실 수 있어요.)
언젠가 지인이 내게 보내준 기사 하나가 생각이 났다.
목부터 다리까지 이어지는 거대한 점(선천성 멜라닌 색소 모반증)을 가진 청년 효준 씨의 이야기였는데 예전에 TV에서 조명된 적도 있다고 들었다. 자연스레, 만일 내가 같은 입장이었다면 어땠을까 하고 생각하게 되었는데, 남들과 비슷하게 큰 차이 나지 않게 건강한 몸으로 낳아주신 부모님께 감사해야겠다는 결론만 내리게 되었을 뿐, 멘털이 쿠크다스급인 나는 아마도 극복하기 어려웠을 테지... 할 뿐이었다.
이 남자분 굉장히 당당하다.
하긴 당당하지 못할 게 무언가.
그리고 그 모습이 참 멋지다.
‘거대모반증 청년’ 박효준, 도전에 “진정한 엄친아” 시청자 응원봇물 - 손에 잡히는 뉴스 눈에 보이는 뉴스 - 뉴스엔 (newsen.com)
나는 남들과 다르다는 인식이 아닌 특별하다고 생각해버리는 클라스~ 그래서 사람들이 쳐다보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이유는 효준 씨 부모님의 영향이 크다. 부모님이 아이를 대할 때 매 순간을 걱정과 한숨으로 대했다면 아이도 부모 따라 주눅이 들었을 텐데 그의 부모님은 절대 그러지 않으셨다. 어릴 적부터 어디든 데리고 다녔다는 점이 다른 부모와 다르다. 감추고 싶다는 마음이 들기도 했을 텐데 효준 씨가 어릴 때 목욕탕도 자주 데리고 다니셨다고 한다. 자식은 부모의 그림자라고 한다. 그대로 보고 배우고 자라서 밝게 커나갈 수 있었던 게 아닐까. 나까지 효준 씨의 부모님께 감사한 마음이 든다.
신체적인 차이를 떠나 때때로 다른 이유로 놀리고 따돌리는 경우도 있다.
월거지=월세 사는 거지의 줄임말
전거지=전세 사는 거지의 줄임말
빌거지=빌라 사는 거지의 줄임말
폰거지=구형 휴대폰을 쓰는 친구를 놀리는 말
엘사=LH(엘에치) 아파트에 사는 사람을 비하하는 말
휴거=휴먼시아 아파트(국민임대 아파트)에 사는 사람을 비하하는 말
이백충=월소득이 200만 원 이하인 사람을 비하하는 말
삼백충=월소득이 300만 원 이하인 사람을 비하하는 말
개근거지=초등 6년 내내 여행도 안 가고, 현장학습도 안 가서 개근하는 학생을 놀리는 말
이쯤 되면 사람의 본성은 남을 비하하고 깔보고 무시하는데 상당한 지분이 있는 건 아닌지 의심이 될 정도다.
성인들이 자주 쓰는 단어였다가 요새는 저런 비하단어를 초등학생들끼리도 거리낌 없이 쓴다고 하니 너무나 충격적이다. 부모가 하는 말을 반복적으로 듣고 재미있다고 느끼게 되니 자녀들이 따라한 것이 아니었을까. 부모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고 또 아이들 앞에서는 항상 모범을 보여야 함을 느끼게 되는 대목이다.
수많은 청보리들 사이에 외로이 핀 양귀비가 하나 있다. 마치 미운 오리새끼에 나오는 주인공처럼.
오리들 사이에 다른 모양이라는 이유로 온갖 구박을 받던 주인공은 뒤늦게 자신이 백조였음을 알고 하늘을 훨훨 난다. 하지만 그 백조의 마음은 온전히 기쁘기만 할까. 가족 중에 엄마를 제외한 모두에게 당한 따돌림과 구박은 마음속에서 평생 지워지지 않는 상처로 남아 있을 것은 분명하다.
아이들이 보는 만화를 평소엔 지나치기 마련인데 엄마의 입장으로 귀에 솔깃한 스토리가 들렸다. 아이를 가진 부모라면 한 번쯤 고민해봄직한, 다른 아이들과 같지 않음에 대한 이야기였다.
주인공의 엄마가 아기를 낳고는 걱정을 하는 장면이었는데 이유는 밀크(MILK)라고 쓰여야 하는 이마에 그만 M자가 뒤집혀 윌크(WILK)가 되어 버렸기 때문이었다. 남편에게 걱정 섞인 이야기를 한다. 우리 아이만 이마 모양이 달라서 어떡하냐며 아이들에게 놀림거리가 될 거라고. 하지만 아이아빠는 예뻐 죽겠다는 듯 윌크를 쳐다보며 이렇게 말한다.
하지만 아이들을 따돌림 없이 키워내기란 부모의 노력만으로는 해결되지 않을뿐더러 부모에게만 책임을 지울 수도 없다. 사회 구성원이 모두 함께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건 너무나도 잘 아는 사실이다.
가끔 주변에서 백색증(알비노)이라고 하는 피부가 하얀 병을 가진 사람이나, 동양인임에도 파란 눈동자를 가진 사람(멜라닌 색소의 부족으로 인함), 또는 어린이로 착각이 들 정도로 유난히 체구가 작은 사람 등등을 보게 된다. 우리가 느끼기에 평범하지 않다고 느껴서 더 쳐다보게 되는 경우도 있는 것 같다. 우리와 다른 모양이라고 해서 틀린 것이 아님을 알지만 여전히 뒤에서는 신기하고 이상하다고 작은 목소리로 수군거린다. 그들에게 언제까지 상처를 입히려고 하는 건지, 수군거림의 끝은 있기는 한 건지 참으로 안타깝다.
이제는 곱지 않은 시선은 거두고 그들의 다름을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그들이 좀 더 자신의 매력을 믿고 뽐낼 수 있도록 우리가 변화해야 할 것이다.
다름을 인정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아픔 없는 사회를 만들어가는 첫걸음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