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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시아 Oct 17. 2022

내 거친 생각과 불안한 눈빛과 그걸 지켜보는 너

내가 젊어지려는 이유


하교 시간에 맞춰 막둥이를 데리러 가는 차 안. 

생각이 많아진다.



요새 새치가 신경 쓰여서 뿌염을 해야지, 해야지 하는 중인데 세상 모든 일을 내가 다 도맡아 하는 것마냥 도대체가 시간이 안 나서 미용실을 갈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아이를 데리러 나가는 길에 옷매무새를 확인하려고 신발을 신으며 전신 거울을 한번 휙 보는데


하아... 이 놈의 새치들이 까꿍 하고 고개를 쳐들고 나랑 눈이 마주친다.


지난 주말에 미용실을 갔었어야 했는데...



씁쓸한 마음을 안고 픽업하러 학교에 도착.


막둥이를 맞이하며 내 옆자리에 앉히고 출발한다. 그리고 난 새치가 신경 쓰여 넌지시 묻는다.



"아들~ 엄마 머리에 흰 머리칼 보여?"


하며 머리 정수리를 아들에게 디민다.



당연히 이미 정해져 있는 직설적이고 아픈 대답을 기다리며 물은 내 질문에


"아니!"


하고 의외의 대답이 흘러나온다. 하지만 무심한 듯 대답하는 아들의 동공이 잠시 흔들림을 보고 만 나.


다시 물어본다.



"응? 뭐라고? 다시 봐봐~"
"아니 없어."


어랍쇼? 왜 그러지? 내가 분명 내 두 눈으로 새치들을 똑똑히 보고 나왔는데... 빛 반사로 잘 안 보이나... 차 안 거울로 슬쩍 보니 역시나 내 눈에 정확히 포착된 새치.



"아들~! 뭐야?! 눈이 벌써 그렇게 나빠진 거야? 안과 가봐야겠다."


라고 하자



그제야 아들이 차분한 목소리로 다소 우울하게 입을 연다.



"아니... 그게 아니라... 흰머리가 있으면 엄마랑 빨리 이별하잖아...ㅠ.ㅠ "



아아......



'아들... 그건... 흰머리가 있어서 이별하는 게 아니라 나이가 들면 흐음... 순서가 말이야,, 앞 뒤 관계가 그게 아닌데...'



설명하려다가 그냥 말았다.



초3  아들...


아직 엄마, 아빠가 자신의 온 세상이고 전부이고 이별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컸구나...



그래... 엄마가 건강하게 오래오래 살게.


너무 걱정 말고 바르게만 커다오.



새치 안 나게 도와준다는 검정콩도 많이 먹고 여차하면 뿌염을 자주 해서 아이들 걱정 안 시켜야겠다고 생각한 어느 여름 하굣길이었다. ^^



아프지 말고 우리 오래오래 행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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