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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시아 Oct 19. 2022

담배에게 편견 갖기

기호식품은 기호식품이고 나쁜 건 나쁜 거야


학교에서 아이들 신체검사가 있던 날이다.



아들내미 결과는 과체중. 비만이 아니라 다행이긴 한데 3학년 콩알만 한 것 얼굴에 걱정이 한가득이다.

코로나 이전만 해도 뽈뽈거리며 잘만 돌아다녀서 저눔아가 언제 살이 좀 붙을꼬 걱정했는데

이런 반전이 생길 줄은 몰랐다.




"엄마.. 나 오늘부터 채소만 한 바가지 먹을래. 다이어트해야겠어..."
"걱정 마~ 비만도 아니고 과체중이면 그렇게 심각한 건 아니야~"



"그래도 과체중 싫어..."
"엄마 보기엔 너무 마르지 않고 살짝 통통하니 딱 보기 좋은데?"



"그래두..."

"적당히 먹고 운동하면 돼. 요새 운동 안 하고 가만히 앉아서 자꾸 핸드폰 보고 TV 봐서 그래."



"응... 안 그래도 나 유튜브에 중독됐나 봐." (자가진단이 어쩜 이리 확실하지?)
"응?? 이제 조금씩 줄이면 되지."



"중독... 끊을 수 있을까?"
"그럼~ 아빠도 음... (담배를 말하려다 멈칫...)"



"아빠. 뭐? 말해 줘~ 혹시 담배??"

"헙~!! 으응. 담배인 줄 어떻게 그렇게 단번에 알았어?"



"다 알지~ 근데 담배가 왜?"

"으응. 아빠도 너 태어나기 전에는 피웠다가 어느 순간 하루 만에 완전 딱 끊었어~!"



"와아~~~ 대박~!! 진짜??"

"으응. 그럼~~ 대단하지? 아빠? (담배 한 번에 끊는 매정한 사람과는 상종하지 말랬는데 엄마는 그런 느희 아부지랑 같이 산다....ㅡ.ㅡ)"



"응~ 대단해~!"

"그래그래~ 그러니까 너도 아빠 아들이니까 할 수 있어~"



"응. 알겠어.

 근데 엄마. 난 담배는 좀 찝찝해."

"응?? (왜 찝찝하지? 기침이 아니고?)"



"담배를 입에 넣으면 혓바닥에 담배가루가 다 묻을 것 같아."

"풉. (애써 웃음을 참으며) 그래~ 좋은 것도 하나 없는데 우리 아들은 담배는 절대 피지 말자??"



"응~ 안 피지~ 너무 싫어~"




아들내미와 나눈 대화 내용이다. ㅎㅎ


"담배는 앞과 뒤가 구분이 되어 있고 따라서 입에 가루가 들어가진 않아."

라고 말을 해줘야 하는데 구태여 알려주지 않고 아들내미가 찝찝한 표정을 짓길래

나도 같이 찝찝한 표정을 함께 지어주었다. ㅋㅋㅋ



아들~


엄마는 거짓말을 하진 않았어.

그냥 말을 아낀 거지 ㅋㅋㅋ


계속 그 편견 쭈욱 갖고 커나가렴.


백해무익한 담배 넌 절대 안 피길 바란다.


사랑한다~~~^^





아~~ 거실서 아빠랑 둘이 발차기하는 소리가 들린다.


"구십 삼~ 구십 사~ 구십 오....  ....   ... 백~"


"으~~~~ 헥헥"


"자~~ 10분 쉬었다가 발차기 100번 더 하는 거야~ 알았지?"



아주 참 부자지간의 아름다운 광경이다~ ㅋㅋㅋ





편견이란 건 원래 나쁜 단어 그룹에 속하는 단어이다. 매번 편견은 버려야 한다라고 사용하니 말이다.


그런데 아이가 담배에 대한 편견을 가지게 되었다. 아~주 바람직하다고 본다.


담배에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타르, 니코틴, 일산화탄소뿐 아니라 약 4000여 가지의 백해무익한 성분들로 가득 차 있다고 한다. 처음에 나는 그 사실을 믿을 수 없었다. 손가락 하나 두께도 안 되는 그것에 어떻게 4000여 가지를 꾸역꾸역 욱여넣을 수가 있단 말인가~! 그렇다. 나의 뇌는 좀 많이 원초적이고 단순했다. 어찌 되었든 그리 나쁜 성분들이 빼곡히 들어간 겉만 하얗고 번드르르한 가면을 쓴 그 놈아한테 우리 아들을 절대 내줄 수 없다는 생각을 늘 하고 지냈던 터였다.



그러니 때로는 편견도 가끔은 좋게 작용하는 때가 있는 듯하다.


담배를 피시는 분들~ 저한테 돌은 던지지 마세요. 이미 이러한 것은 다 아시면서 피고 계신 거잖아요... 살려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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