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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시아 Feb 22. 2023

수영 언니 드릴 말이 있어요

라디오 국장님인 척 해보기

뭐 대단한 고민은 아니어서 혼자서 마음속에 담아 두었다가 라디오에 사연을 보내는 사람들은 그 약간의 고민을 담아 보내는 경우가 있다. 그럼 가수 이수영은 때로는 친한 언니가 되어, 때로는 든든한 누나가 되어 해결방법을 알려주거나 공감을 해주고 위로를 해주며 우리 마음을 따스하게 어루만져 준다. 


오늘도 그녀의 따사로움을 느끼고자 12시 30분쯤 운전하며 라디오를 주파수 93.9메가 헤르츠에 맞추고 생동감 가득한 목소리를 듣는다.


마침 라디오에 참여방법을 알려주는 타임인가 보다. 


짧은 문자 50원 긴 문자, 사진전송 100원으로 참여하실 수 있어요.


어라라?

이 언니(아마 내가 나이는 한 두 살 더 많겠지만, 분위기 상 언니라 부르기로 한다. 멋지면 다 언니니까^^) 왜 이러지? 억양이 하나도 없다. 요새 그 대세인 A.I인 줄. 

오늘 뭐 기분 나쁜 일 있었나? 살짝 걱정되는 사이 


곧바로 다음에 이어지는 코너. 


<열~만~ 일기장~~> 


으잉? 목소리가 이번엔 너무나 경쾌하다. 

바로 앞 참여방법을 말할 때는 단조롭기 짝이 없다가 일기 같은 사연을 보내 준 청취자의 글을 대신 소개하는 열만 일기장 코너를 알리는 목소리는 하이 톤이 급하게 장착되어 있다. 아직 코너 제목만 이야기했을 뿐인데도 벌써 재미날 것만 같은 기대를 심어주는 목소리. 그야말로 목소리가 널을 뛴다. 


아깐 굉장히 무미건조한 목소리였는데. 아... 지루해서 그랬겠지. 나는 어쩌다 한 번 듣는 라디오지만 그녀는 매일 12시에 라디오부스에 앉아 같은 시각, 같은 멘트, 더구나 참여방법 저건 안 읽을 수도 없고 읽기는 해야 하는데 읽기는 싫은 멘트지만 읽어야만 하는 것이니 지겨웠겠지. 내가 앵무새인가 싶고 아니면 내가 뭐 녹음테이프 재생버튼이 입술에 달렸는가 싶을 테고. 질렸겠지, 똑같은 멘트. 


하지만 그 참여방법 바로 다음에 나오는 코너인 <열만일기장>의 목소리는 경쾌해도 너무나 경쾌하다. 세상 이렇게 신나는 목소리일 수가 없다. 일기장 사연은 주로 두 명 혹은 세 명이 등장하는데 배우도 아니면서 어쩌면 그렇게 다채로운 연기와 목소리 변화가 가능한지 듣고 있자면, 가만 DJ가 누구였더라? 잊을 정도로 목소리의 변화무쌍함에 깜짝 놀라게 된다. 


방금 전만 해도 무미건조함에 다소 아쉬웠는데 말이다.


같은 시각 다른 채널 <최화정의 파워타임>의 최화정은 그렇지 않다. 목소리가 워낙 통통 튀는 매력을 넘어 마력을 가진 그녀는 모든 단어를 말할 때 마치 성우가 말하듯 신경을 쓰고 힘을 꼭꼭 주어 말하는데 참여 방법이라고 해서 별 다를 바가 없다. 광고도 마찬가지다. 하이톤을 그대로 유지한다. 

두 시 탈출 컬투쇼의 컬투는 어떤가. 재미난 사연으로 빵빵 터지는 것도 모자라 광고 소개도 재미나다. 묵직한 남성의 중저음과 여자목소리 옥희를 넘나드는 목소리 변화를 줘가며 광고조차 재미있어 청취자의 혼을 쏙 빼놓는다. 심지어 게스트가 나와 있을 때는 게스트조차 컬투의 광고 소개법을 비슷하게 흉내 내느라 목소리가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 하니 듣는 재미가 쏠쏠하다. 당연히 채널을 다른 곳으로 돌리지 않는다. 그저 광고 소개일 뿐이고 그걸 듣는다고 나에게 고급 정보가 쏟아지거나 내게 선물을 보내주는 것이 아닌데도 말이다. 


자. 그럼 이수영 언니한테 하고 싶은 말을 이수영 언니처럼 말을 해보기로 한다. 


참여방법 그래요. 지겨울 수 있어요. 얼마나 질리겠어요. 짧은 문자 50원 긴 문자 100원 사진 전송 100 원인건 이제 나도 외워, 아마 속으로 그럴 거야. 내가 얼마나 같은 말을 몇 년째 반복하는데 이제 거의 외우지 않았나? 그리고 누가 이걸 돈 들여 보내. 고릴라 무료로 보내겠지. 또 50만 원도 100만 원도 아니고 50원, 100원인데 뭐 굳이 이걸 그렇게 매번 앵무새처럼 반복을 해야겠어? 내가? 하는 마음도 들 거예요. 


하지만, 언니.

언니는 프로잖아요. 네? 

목소리 경쾌하다가 갑자기 목소리가 널을 뛰며 무미건조의 끝으로 가면, 무서워. 

그러니까 비슷하게 해 줘요. 앞 뒤 목소리랑. 네? 


청취자는 언니 목소리 하나만 믿고 그 시간을 언니한테 투자한 거야. 그리고 광고주도 언니한테 투자한 거고. 만약에 투자했던 광고주가 언니의 그 힘 매가리 없는 목소리를 들으면 기분 나빠서 광고 빼버리고 싶지 않을까?


별 걱정을 다 한다고? 

니 걱정이나 하라고? 

아하하하하

맞아요. 맞아. 

내 걱정이나 해야지. 누가 누굴 걱정하는지. 

지금 방금까지도 글 쓰기 싫은데 왠지 글은 써야 할 것 같고, 괜한 우울감은 나를 덮치는데 글 써서 뭐 하나 싶기도 하고, 그렇다고 안 쓰자니 띠리링 띵띵 알람소리는 듣고 싶고, 브런치 메인만 가면 내가 죽어도 여한이 없겠다 했는데 막상 브런치 메인에 갔다고 크게 달라지는 것도 없는 것 같고, 구독자가 마구 느는 것도 아니고, 구독자가 는다고 뭐 좋은 건가 싶기도 하고, 응? 언제 끝나냐고? 그러네... 이제 끝낼게. 


아무튼 

이수영 당신은 프로니까. 

새겨들었으면 해서요. 상대한테 가르치듯 섣불리 말하는 건 아니다 싶으면서도 넌지시 이야기합니다. 

마음 아프게 듣지 말고 응? 

다 잘 되라고 하는 거니까요~ 

이게 다~~ 애정이 있어서 하는 말이에요~~ 


어차피 해야 되는 건데 웃으며 기운 내며 하자는 이야기였어요. 

하기 싫어 툴툴거린다고 광고랑 참여방법은 다른 사람이 읽어 줄 것도 아니잖아요? 

피한다고 될 일도 아니고 어차피 할 거면 긍정적으로 웃으면서 다른 것과 크게 차이 두지 말고 프로답게 응? 

그런 말이에요. 네네 이제 그만할게요. 이것도 오래 하면 잔소리가 되는 거니까. 



그럼~ 잘 자요~ 

아! 이게 아니지. 아이고 성시경인 줄.

그럼 내일 봐요~ ^^


아휴. 나나 잘하러 가야지. 어차피 해야 되는 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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