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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시아 May 20. 2023

엄마가 해주는 누룽지 먹고 싶어

친모가 맞긴 맞아요

"설렁탕을 사 왔는데 왜 먹지를 못하니..."

하고 울부짖는 김첨지가 연상되게


딸아이가 이야기를 한다.


"엄마가 해주는 누룽지 먹고 싶다."


설렁탕이나 갈비탕, 곰탕처럼 하안참을 불 위에서 고아내는 음식이 아니라, 기껏해야 바짝 말린 누룽지 몇 개를 끓는 물에 집어넣고 한 10분만 자글자글 끓여주면 끝나는 초간단 음식을 이토록 애절하게 말하는 딸이라니...


졸지에 나는 세상에 둘도 없는 나쁜 엄마가 되고 말았다.

그것도 모자라 흔쾌히 대답도 해주지 않는다.


"엄마가 해주는 누룽지 먹고 싶어."

라고 하는 질문에


"음. 그건 어려울 것 같아."

하고 말하며 내 검은 눈동자는 힘 매가리를 잃었다.


어지간하면 예스를 말하던 엄마의 입에서 의외의 대답이 나오자

딸아이는 흠칫 놀라 흔들리는 동공과 함께 그럴 리가 없다는 표정으로 간결하게 내게 묻는다.


"응??"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차분히 이야기해 준다.


"엄마가 누룽지를 사 와서 끓이기만 하는 거기 때문에 솔직히 엄마가 해준다고 말하기는 곤란해."

참으로 양심적인 엄마 나셨다.

한 마디로 집에 사다 놓은 누룽지가 떨어졌다는 이야기다.


듣고 있던 아이 아빠가 씨익 웃으며 이야기한다.

"엄마가 사가지고 온 걸로 엄마가 끓여주는 누룽지가 먹고 싶다고 얘기해야지~"

라고.


ㅡ.ㅡ

틀린 말은 아니지만 머쓱해진다. 슬그머니 딸아이에게 미안함도 피어오른다.


딸아.

너 이유식 먹일 때는 하루에도 몇 시간씩 가스 불 앞에서 음식마다 정성을 쏟아부었던 건 부디 잊지 말아 다오.

너의 기억에선 사라진 지 오래겠지만...



"딸~ 옷 입어. 우리 코코 가자. 가서 쓸어 오자.

누룽지 해 줄게.

코코는 대량만 판매하는 거 알지?

이제 앞으로 넌 누룽지만 먹어라? ㅋㅋㅋ"









*photo by shutter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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