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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시아 May 13. 2023

남편이 지닌 옥에 티

네 죄를 네가 알렸다




세수를 하고 자꾸만 콧 속 정리를 깜빡하는 남편.

코털이 자꾸만 자라서 처치곤란인지

콧 속 확인을 안 하는 것이 습관인지

10년이 넘도록 세수 후에 거울로 꼭 확인하고 나오라고 아무리 옆에서 얘기해 주어도 당최 고쳐지질 않는다. 


내 말을 귓등으로 듣는 걸까.

고칠 생각이 없는 걸까.

그 정도 허물쯤은 잘생김으로 덮을 수 있다고 믿는 걸까.


그 얼굴 그렇게 아무렇게나 쓰려면 나 줘.

아... 근데 난 여자구나.

남자 얼굴은 필요가 없네.




오랜만의 나들이로 굽이 하나도 없는 단화를 신고 쫄랑쫄랑 뛰듯 걷는 나.

들뜬 마음에 종알종알 얘기하려고 남편을 쳐다본다.

단화 때문에  차이훌쩍 나버린

남편을 올려다보다가

보고 말았다.


콧속에 이물질을...


"아! 제발 쫌!

 코딱지 있잖아!"


신혼 땐 지적하는 것도 미안한 마음에

"음... 자기야... 가서 거울 좀 보고 왕.."

하고 조심스레 말을 해줬는데.


이렇게 살짝만 힌트를 줘도

얼굴이 붉어지던 남편이었는데

이젠 더 이상 창피함 따윈 못 느끼는, 아니 안 느끼는 남편.


급기야 나에게 믿기지 않는 말을 끝내 하고 만다.


"자기가 떼 ~ 홍홍~~"


"뭐? 뭐라고?!"


쓸데없는 말로 내 비위를 상하게 했으니

냉랭한 목소리로 한 마디 건넨다.




"어떻게 코딱지까지 사랑하겠어.

 널 사랑하는 거지."





https://youtu.be/Kf9Nd02zyME




*photo by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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