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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리나가 된 반지

by 루시아


https://youtu.be/TtCOQEOfCkc



반지가 팽그르르 돈다

탁자 위의 발레리나가 되어

아슬아슬하게 뱅그르르

제 자리를 돌다

조금씩 지쳐 스르르륵

힘없이 털썩 주저앉는다


손가락에 얌전히 있지

왜 빠져나와

방황을 하니


너와 나

길게 이어주는 실

미리 끊어

동그랗게 말고 말아

손가락에 서로 끼워 준 건데



갈 곳 잃은 너의 모습이

흐려져 눈을 질끈 감아버린다


가까스로 잡고 있던 네 마음은 힘에 부쳐 놓을 수밖에 없고

내 얼굴은 핏기 없이 창백한데

너는 왜 그리

너는 뭐 그리

당당하니


아랑곳 않고 넌

주저앉은 반지를 다시 일으켜 세워

또 팽그르르 돌렸어


제발 반지는 그냥 둬

한 번만 더 그 애를 어지럽게 하면

네 손가락을 분질러 버릴 거라는 말은 꿀꺽 삼키고

제 맘대로 쉬어지는 호흡을 가다듬는데




너는 말했어


우리 이제

그만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아... 그래서 오늘 만나자고 한 거구나

그 말을 하려고



넌 내게 말하는 게 미안했을까


미안해서 반지를 핑그르르 돌리며 뜸을 들인 걸까


네 맘에서 떠난 반지라 가볍게 돌렸던 걸까


왜 그랬을까 넌


날 위한 결정이었을까

널 위한 버림이었을까


아직도 난 가끔

그때로 돌아가곤 해


왜 그랬을까






*photo by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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