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지가 팽그르르 돈다
탁자 위의 발레리나가 되어
아슬아슬하게 뱅그르르
제 자리를 돌다
조금씩 지쳐 스르르륵
힘없이 털썩 주저앉는다
손가락에 얌전히 있지
왜 빠져나와
방황을 하니
너와 나
길게 이어주는 실
미리 끊어
동그랗게 말고 말아
손가락에 서로 끼워 준 건데
갈 곳 잃은 너의 모습이
흐려져 눈을 질끈 감아버린다
가까스로 잡고 있던 네 마음은 힘에 부쳐 놓을 수밖에 없고
내 얼굴은 핏기 없이 창백한데
너는 왜 그리
너는 뭐 그리
당당하니
아랑곳 않고 넌
주저앉은 반지를 다시 일으켜 세워
또 팽그르르 돌렸어
제발 반지는 그냥 둬
한 번만 더 그 애를 어지럽게 하면
네 손가락을 분질러 버릴 거라는 말은 꿀꺽 삼키고
제 맘대로 쉬어지는 호흡을 가다듬는데
너는 말했어
우리 이제
그만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아... 그래서 오늘 만나자고 한 거구나
그 말을 하려고
넌 내게 말하는 게 미안했을까
미안해서 반지를 핑그르르 돌리며 뜸을 들인 걸까
네 맘에서 떠난 반지라 가볍게 돌렸던 걸까
왜 그랬을까 넌
날 위한 결정이었을까
널 위한 버림이었을까
아직도 난 가끔
그때로 돌아가곤 해
왜 그랬을까
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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