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걱정, 사서 하세요?
살다 보면 살아진다
어머니~ 헤나가 친구들과 놀다가 머리를 꽁 해서 이마가 살짝 부어올랐어요.
선생님~ 헤나가 젓가락질을 잘하던 아이인데 요새 집에서 자꾸 손으로 집어 먹으려고 해요.
혹시 동생들이랑 한 방에서 식사하다가 역으로 배우는 건 아닌지 걱정이 돼서요.
둘째를 갖고 배가 불러, 큰 애를 만 3세도 안 되어 어린이집에 보내고 어린이집 담임쌤과 주고받은 어린이집 수첩 내용이다.
뒤에서 쫑알쫑알 읽어대며 까르르 웃는 딸내미가
"엄마~ 내가 쓴 건 아닌데 일기 읽는 거 같고, 이거 되게 웃기고 재밌어."
하면서 어디서 찾은 건지, 어린이집 수첩을 내게 보여주더니 눈을 반짝이며 집중해서 읽고 있는 게 눈에 들어왔다.
그 당시 내가
저 수첩을 쓸 때만 해도,
저 수첩을 들고서 읽을 딸내미를 상상도 하지 못했었다.
먹은 게 탈이 나 설사를 하면 건강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건가.
젓가락질을 못하면 손가락에 무슨 문제가 있어 그러는 건가.
하고 별의별 쓸데없는 오만 걱정을 다 안고 사는 걱정인형이었던 나.
그런데 2013년 어린이집 수첩을
지금 2023년 현재 시선으로 보고 있자니
그 수많은 걱정들은 정말 쓸데없는 걱정임을 깨닫게 된다.
그 당시는 참 큰 고민이었는데
이제 와 돌이켜 보니 정말 아무것도 아니었음을.
어차피 시간 흐르면 모든 게 다 해결되는 것을 아등바등
당장 잘못이니 큰 일이라고,
지금 당장 하늘이 무너질 것처럼 걱정을 해온 나 자신이 참 안쓰럽고 어리석게 보인다.
"살다 보면 살아진다" 하고 나지막이 읊조리는 가락이 생각 나는 밤이다.
10년 전의 나에게 들려줬다면 좀 다른 삶을 살아왔을까...
*photo by 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