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루시아 Oct 17. 2022

나는야 이자까야

설렘과 불안의 가운데 어디쯤


브런치 작가를 꿈꿨다.


실제 오프라인상에서 종이책을 발간하는 작가가 되기 전의 과정이라 여겨졌고 또 입성하면 어찌 되었든 작가라는 호칭으로 불릴 테니 꽤 들어봄직하리란 생각에서였다.


두드려라~ 그리하면 열릴 것이다...


간절히 바라던 것이 세상에나! 이루어지고 말았다.

꿈은 이루어진다더니 역시 잠은 많이 자고 봐야 할 듯


이제 나도 작가 타이틀이 생겼다. 예전부터도 다른 글 쓰는 플랫폼에서 글을 쓰고 있노라면 글과는 거리가 먼 남편은 타닥타닥 리드미컬하게 자판을 두들기는 나를 보며


"당신 작가야? 와아~~~"

하고 놀리기도 했었다.



그런 내가 정말 작가가 되었다. 그럼 이제 더 정확하게 성씨도 넣어서 불러줘야 하는 것이지~ 크크~

내 성이 "이"씨 성이니까 보자 보자~~ 어찌 될라는가~~


방구석에서 글을 쓰고 있자니 멀지 않은 거실에서 특별한 일도 없으면서 괜히 나를 부르는 남편의 목소리.


"이자까야~~~(이작가야)"


갑자기 일본식 선술집에 가서 따뜻한 정종을 마시고 싶은 건... 그래 기분 탓일 거야...




낮 12시부터 2시까지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가수 이수영의 "열두 시에 만납시다"를 종종 듣는다.

각종 사연들이 흘러나오다가 어떤 사연자의 우울한 이야기가 나온다. 회사생활 3년 만에 번아웃이 왔다면서 내일 3년 차를 돌아보는 프로젝트 발표날인데 보고서조차 작성하지 않았다며 이수영에게 자신을 위해 응원을 해달라고 했다. 너무나 하기 싫지만 할 수 있도록 응원해 달라는 사연으로 마무리가 되었는데.


이수영이 하는 말.


그래요. 우리네 인생은 너무나 하기 싫은 일들로 가득 차 있지요.
너~~~ 무 하기 싫은데 너~~~ 무 하고 싶은 그 한 가지 일을 위해 너~~~ 무 하기 싫은 그 많~~~ 은 일들을 해나가야만 하죠. 다 그렇게 삽디다. 사연자분 힘내시고요.
그리고 또 그렇다? 내가 너~~~ 무 하고 싶은 일들인데 또 그게 업(業)이 되면 그게 그렇게 즐겁지만은 않아요. 인생 그런 겁디다.


곰곰이 듣고 있는데 나의 머릿속은 뎅~ 하고 때 이른 보신각 종이 울려 퍼진다.

오매불망 원하고 고대했던 작가의 삶을 막 시작했는데 이게 업이 되면 정말 즐겁지 않아진다고?

요새 온통 어떤 글을 쓸까 하는 생각이 머릿속에 꽈악 찼었는데 살짝 걱정, 불안한 마음이 이런 이유였던 걸까.




고민은 접어두고

아직은 배설 같기도 한 글.

쏟아내 보기로 한다.

첫 술에 배 부를 리 없으니.


그렇게 한 발 한 발 나아가고 또 익숙해지다 보면 좀 더 나은 나를 발견하는 때가 오지 않을까.

희망사항이다. ^^




매거진의 이전글 도대체 홍시는 언제 되는 거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