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족과도 같은 휴대폰을 두고 몸 하나만 챙겨 집을 나선 적이 있다. 모든 걸 휴대폰으로 할 수 있는 요즘 시대에 무려 휴대폰을 안 가지고 나오다니... 다시 돌아 가지러 가기엔 이미 한참을 걸은 후다. 그래, 까짓것 없이 살아보지 뭐. 하루쯤 없다고 죽는 것도 아닌데. 숨 쉬어야 할 공기도 아니고 마셔야 할 물도 아닌 까짓 휴대폰쯤이야.
쉽게 먹은 마음과 달리
손에 접착제를 발라둔 것처럼 내 손에 늘 붙어있던 습관은 어쩌지 못하고 허전함이 몰려온다. 별 수 없이 주머니에 넣은 빈 손은 무엇에 쫓기듯 저 혼자 계속 비벼대고 안절부절못하는데 어찌 된 건지 자유를 찾은 눈은 사방 곳곳을 둘러보느라 바쁘다. 길가에 핀 이름 모를 들꽃, 삼삼오오 까르르 웃으며 지나가는 아이들, 늘 거기 있었지만 평소 눈도 두지 않았던 가게 간판이름조차 참 새롭다.
그래 이런 것들이 있었지.
저만치 걸으면 그건 아직 거기 있을까.
모두 외면하고 살았었네.
여태껏.
모처럼 자유로운 눈과 자유로운 몸이 되어 떠오른 생각은 곧 핸드폰의 부재를 잊어버렸고 저녁이 다 되고 반나절이 흘러서야 집에 돌아오게 되었다.
먼저 전화 거는 일 따위는 거의 없는 나라서 큰 문제가 없이 느껴졌건만 그래도 한참 후에 휴대폰을 만나니 반갑네. 열어 보니 오래간만에 걸려 온 전화가 있다. 오래간만임에도 내가 전화를 받지 않으니 걱정되어 전화를 두 번, 세 번 다시 걸어온 흔적이 남겨져 있다.